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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아차산을 다녀왔다. 내 생에 두 번째로 5년만이다. 당시 이별의 상황을 홀로 정리하기 위해 올랐던 산. 나는 세상을, 사람을, 변하는 모든 것을 원망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아차산 능선으로 흘러가는 바람 속에 그렇게 날려버리고 내려왔었다. 다시 오른 그때 그 산의 그때 그 길. 변하는 건 결국 세상도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에 가까우리라. 처음 아차산을 찾게 된건 온전히 영화 때문이었다. 이 영화의 주요 배경 중 한 곳이 바로 아차산이다. 주인공 옥희는 12월 31일 나이든 남자(문성근)와는 가벼운 산책으로 아차산을 오르고, 1년 하루가 지난 1월 1일에는 젊은 남자(이선균)와 신년기분을 내기 위해 아차산을 오른다. 그리고 옥희는 독백으로 관객들에게 말한다. "아차산에 갔던 두 번의 경험을.. 2015. 1. 18.
2015 다시, 새해다. 첫날부터 날씨가 매우 맑은 덕분에, 동네 언저리에서도 주색 내뿜는 또렷하게 둥근 태양이 능선을 벗어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직, 태양과 나 사이를 가로막은 건 평상시 일출구경을 방해하던 구름도 아니요, 일출을 바라보러 모여든 인파도 혹은 시야로 뻗은 나뭇가지도 아니었다. 오늘도 말 많고 탈 많은 가운데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아아! 어찌나 높던지. 고층건물이 즐비한 서울 도심의 틈바구니에서도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실용 아닌 허영이 투영된 실루엣의 불안한 그림자가 첫날부터 내 앞에 드리웠다. 타오르는 또렷한 원형의 태양만큼 나의 열정도 미래도 뜨겁고 명확했으면 좋겠지만, 사실 세상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하게 불확정적이다. 새벽녘 안개가 낀 것 같은, 그리하여 쉽사리 갈 길.. 2015. 1. 12.
두루미의 꿈 들어주실래요? 지난해 11월 초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의 개체수가 858마리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관측 열흘 만에 이미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석 달 가량 지속되는 철새 이동 기간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순천만의 흑두루미는 1999년 80마리가 관측된 이래 2009년 350마리로 증가했던 폭이 지난 4년간은 500마리에서 무려 900마리 가까이 뛰어오른 상태입니다. 이런 현상은 서산시 천수만도 비슷한 상황으로, 지난해 3월 천수만 일대에서 관측된 흑두루미 수는 최대 2451마리로 2009년 먹이 나눠주기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이들 지역에 흑두루미가 늘어난 이유로 구미 해평 습지 등 4대강사업으로 인한 철새 보금자리.. 2015. 1. 7.
“천사 엄마가 되어주세요” :: 천기저귀 세탁하는 사회적기업 송지 천기저귀가 일회용 기저귀보다 좋다는 건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천기저귀를 선택하는 엄마들은 많지 않다. 자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세탁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줄여주고자 사회적기업 송지가 나섰다. 엄마들을 대신해 천기저귀를 세탁하고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기저귀 때문에 아픈 아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강력흡수체인 폴리아크릴산나트륨,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 등은 일회용 기저귀에 들어있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그런데 막상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 엄마들의 피부에는 잘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접 피부에 닿는 아이들은 어떨까? 지난 12월 중순 서울 용산구의 송지 사무실에서 만난 이선옥 팀장은 가장 먼저 아이들의 피부염을 걱정했다. “.. 2015. 1. 7.
길냥이를 부탁해도 될까요? “도시 생태의 일부다.”,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이다.” 길고양이(길냥이) 보호를 위한 동물 애호가들의 온정 섞인 호소와 행동들이 심심찮게 TV와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곤 하지만, 아직 길고양이를 냉대하는 뭇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 다음카카오가 서울시와 함께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 ‘길냥이를 부탁해’는 온라인 지도상에 동물 병원과 길고양이 쉼터 정보를 표시하고, 불법포획이나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신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길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또한,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시민들인 캣맘, 캣대디.. 2015. 1. 6.
흙집에 살다 :: 흙집의 종류와 장단점 가장 값싼 건축 자재로서 시멘트 사용이 시작된 이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순식간에 잿빛이 됐다. 그러나 시멘트는 그 생산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수명도 짧다. 또한, 각종 폐기물을 사용하여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금속 문제의 불안함 그리고 시멘트 건축물을 꾸미기 위한 내장재의 새집증후군 등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 대한 우리의 걱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이 흙으로 눈을 돌렸다. 흙은 인체에 해가 없을뿐더러 철거 시에도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혹자는 흙집이 견고하지 못해 위험하지 않으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멘트의 역사는 고작 200년이지만 흙집의 역사는 수천 년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기인지우일 뿐이다. 어떤 .. 2014. 11. 10.
500년 vs 3일, 가리왕산 원시림의 비극 고작 3일짜리 스키 경기를 위해 500년 된 가리왕산의 원시림이 잘려나갔다. 강원도 평창과 정선에 걸쳐 뻗어있는 전형적인 육산 가리왕산은 14세기 후반 조선왕조시기 왕명으로 벌목을 금지하는 봉산(封山)으로 지정된 이래 꾸준히 보호받아 왔으며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리왕산에서 2018년 동계 올림픽 스키장 건설을 위해 잘려야 하는 나무는 무려 5만8516그루. 그러나 강원도가 복원계획을 밝히며 이식하겠다고 한 나무는 고작 181그루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왕사스레나무 자생군락지이자 남한 최대의 개벚지나무 자생군락지이며 국내 최고령 신갈나무가 자라고 있는 가리왕산. 이번에 잘려 나가는 5만8516그루 중 강원도가 이식하겠다는 181그루는 대부분 어린 나무인데 아름드리 노거.. 2014. 11. 7.
베란다 친구들의 겨울 준비 날씨가 급 추워지길래 화분을 실내로 옮긴지 며칠이 지났다. 일조량과 통풍이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인지 몇몇은 다소 시들시들해 지는 느낌이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뭐 그렇다고 다시 베란다로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사실 식물들이 적응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실내로 옮긴 것들은 대부분 화초들이다. 나무류는 5~10도 사이에서 월동이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은 베란다에 놔두었다. 볕 들지 않는 공간에서 쭉 살다가 올해초 처음 창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며 기념으로 4개의 화분을 샀었는데, 이후 하나둘씩 더 사고 얻고 하니 어느덧 열댓개나 되어 버렸다. 전적으로 도맡아 키우는 건 처음이라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또 물은 언제 얼만큼 줘야 하는지를 몰라 시행착오도 겪었고, 그 과정.. 2014. 10. 31.
가로림만, 평화를 되찾다 사업계획이 발표된 지 8년, 주민들이 본격적인 반대에 나선 지 7년 만에 드디어 가로림만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지난 10월 6일 가로림만 조력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것이다. 이는 2012년 4월 이후 두 번째 반려로 갯벌 매립을 위한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만료 시한이 올해 11월 17일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업은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밝힌 반려 사유는 가로림만 갯벌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했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점박이물범의 서식지 훼손을 막는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연안습지, 사주 등 특이지형에 대한 조사 및 보전대책과 갯벌 기능변화 예측이 미비하고 보완요구사항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환경부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 2014.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