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녹지 최후 보루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골프장이 들어선 건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4개의 지역에 대해 “상당히 훼손됐거나 환경적 보존가치가 적은 지역”이라며 골프장 허가를 내줬다. 그렇게 수도권 그린벨트에 처음으로 세워진 골프장 가운데 한 곳이 바로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동에 들어선 스프링힐스 골프장이다.
그런데 산황동 골프장이 몇 년 사이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9홀인 규모를 갑절인 18홀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동 417번지 일대. 밭 너머로 보이는 산에 확장된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주민 피해


도시에 접해 있지만 여전히 자연부락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산황동은 마을 산에 있는 흙이 붉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예부터 유명한 채소 재배지였다. 인근에 유명한 채소재배지가 몇 군데 있었지만, 황토에서 자랐다 하여 산황동 채소는 그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여겼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유기농 채소 단지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골프장이 생기자 문제가 발생했다. 유기농 채소 재배지에서 농약이 검출된 것이다. “골프장이 들어서고 농약 조사를 받았더니 농약이 검출되어서 유기농 인증이 취소됐다. 농민들이 나온 농약이 대체 무어냐 조사를 해보니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 성분이었다.” 유시훈 고양환경연합 감사는 지역 주민이 골프장으로 매우 큰 피해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곳 골프장은 접근성이 좋아 체육시설로서는 장점이라 한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단점이다. 농약 영향이 반경 4킬로미터까지 미친다고 하는데, 반경 내에 아파트 단지며 초·중·고, 병원 등이 있다. 게다가 반경 1킬로미터 내 농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농약뿐만 아니라 빛 공해도 문제였다. 제일 가까운 아파트의 경우 골프장과 불과 50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밤이면 야간 골프를 위한 강력한 조명 탓에 창문에 차단막을 설치한 집도 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펜스를 넘어 골프장에서 날아오는 골프공도 위협적이다. 지난해 가을 마을주민 임 모 씨는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에 맞아 팔이 부러지는 봉변을 겪기도 했다.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골프공에 불안해 하며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산황동 417번지 일대는 골프장이 확장될 경우 삼면이 골프장 부지로 둘러싸여 마치 섬 같은 형태가 된다. 이곳에서 7대째 살고 있다는 한 남성은 “골프장 측에서는 10~15미터로 펜스를 친다고 하는데, 그래도 농약이나 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높게 치면 햇빛을 가려 작물이 안 된다. 게다가 마을을 빙 둘러가며 펜스를 치면, 마을 사람들은 마치 감옥살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겠나.”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부실투성이 환경영향평가서


2008년 문을 연 산황동 골프장은 이미 2011년 골프장 증설을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 도시관리계획 변경 제안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국토부는 해당 지역이 임야가 양호한 지역이기 때문에 일부 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시설은 부적합하다며 이를 부결했다. 최초 허가를 내줄 때는 훼손된 그린벨트라는 핑계거리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마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4년 국토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고, 이후 고양시도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업체의 자료를 이어받아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승인하고 고시에 들어갔다. 얼마 남지 않은 녹지마저 기어이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골프장 부지 인근에 주택이 2동뿐이라며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유 감사는 “실제로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라며 멀쩡히 살고 있는 주민을 없다고 속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풍향조사인데, 골프장에 농약을 뿌리게 되면 공기 중으로 흩어지거나 농도가 옅어지지 않고 마치 새떼처럼 농약이 이동하기 때문에 인근 지역 피해를 예상하고 예방하기 위한 풍향 조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풍향조사 자료를 이 지역이 아닌 엉뚱한 서울시 강서구 자료를 이용했다. 유시훈 감사는 “환경영향평가를 베끼거나 조작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뿐이 아니라 산황동 그린벨트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많은 야생동물 역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누락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들의 심각성을 고양시 측도 아는지 아직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골프장 확장에 반대하는 고양시민사회 사진출처 고양환경운동연합


골프장 확장 계획 철회해야


현재 고양 시민사회는 홀 증설 문제와 관련하여 꾸준히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면담도 만족할 만한 답변도 전혀 없는 상태다. 고양시는 이제라도 골프장 인근 지역 주민의 고통 호소에 귀 기울이고 막개발을 멈추어 100만 시민의 허파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