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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국익에 관한 단상

by 막둥씨 2013. 6. 28.

대만 핵폐기물 수송 반대 시위 / 사진출처 환경운동연합 5주년 기념 출판물

대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익은 아무래도 물질적인 이익, 즉 돈으로 환산되는 모든 것들을 통칭하는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소극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국가라는 틀을 넘어선, 이름만 들어도 이제 촌스러운, 십수년 전에나 유행했던 용어로 ‘지구촌 시대’인 현재에는 더더욱 매우 짧은 식견에서 나오는 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27일 KBS 9시뉴스에서 ‘해외 수주에 고춧가루’라는 제목으로 국내의 한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수자원공사의 태국 사업 수주에 관련하여 수자원공사를 헐뜯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였다. 과연 우리는 이 보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더라 통신 KBS

현재 국내 기득 정치권 필요로 하는 물타기 이슈라는 점은 차치하고도 이 보도는 문제가 많다. 먼저 KBS가 사실관계 확인에 관한 노력이나 반대의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카더라 통신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점이다. 보도 전문을 보면 내용은 모두 ‘태국어 인터넷 신문 <타이 포스트>가 그렇게 썼더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직접 말했다는 당사자인 환경운동연합에 확인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끝까지 ‘카더라’로 일관할 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KBS측에서 환경운동연합에 확인을 위한 연락을 했고, 환경운동연합은 잘못 보도된 점을 지적해 주었음에도 단 한 줄도 수정하거나 이견이 있음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이번 보도에 대한 반박을 살펴보면, 그들은 사실관계가 명확한 자료만 제공했을 뿐이다.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이 태국에서 제시했던 자료와 그래프만 보더라도 <타이 포스트>의 기사의 문제점을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카더라 통신이었던 KBS는 국내 환경단체가 그들에게 정정된 사실을 제공했음에도, 이는 반영하지 않은 채 책임 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국내 정치상황을 물타기 하려는 기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국익은 대체 무엇인가?

이런 상황에서 애국자라 자임하는 사람들은 국익에 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를 매국노라 외치며 비방하고 있다. 그들에게 국익이란 대체 무엇일까?

먼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들이 생각하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도 의도적으로 숨겨야 할까?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그들은 해당 환경단체를 비방해서는 안 된다. 환경단체는 기존에 있던 통계와 자료만을 넘겼지 왜곡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혹여나 맞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1997년 대만이 핵폐기물을 북한에 팔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 국내 환경단체 뿐 아니라 대만 현지의 환경단체도 한반도의 환경 복지, 생태 뿐 아니라 핵 안보를 위해서 이를 저지한 적이 있다. 우리로서는 이런 국제 연대가 참말로 다행이지 아닐 수 없었다. 헌데 이런 대만의 환경단체를 당신은 매국노들이라 욕하겠는가?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석면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 석면공장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에 본디 있었다. 하지만 석면노출로 인해 노동자 및 주민들이 각종 암 등에 걸리는 문제가 발생하여 국가의 규제가 강화되자, 이런 공장들은 아직 규제가 미비한 나라로 옮겨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었다. 1960년대 말부터 부산 등지에 석면공장이 세워졌고, 이번에는 우리 국민들은 암과 석면폐 등으로 죽어갔다. 외국 기업들은 최신 안전설비를 설치해 줄 수도 있었지만, 관련법이 없던 나라에 굳이 큰돈을 들여 안전설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공장을 한국으로 옮겨온 이유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와 형제를 고의적으로 죽음으로 내몬, 하지만 해당 기업의 자국에는 이익을 가져다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했을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를 들었다. 또한 글의 머리에 밝혔듯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국익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국익은 단순히 현재 손에 들어올 돈이 아니라, 국가의 이미지부터 어떤 사업이 초래할 결과를 모두 포함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넓은 의미로서의 국익의 프레임에도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국의 이익보다 중요한 보편적인 가치, 인류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가치 등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 연이은 '데스크 분석' 꼭지에서 KBS측 부장급 인사는 "의도야 어떻든 이런 기업의 능력이 실제와 다르게 저평가 되도록 한 것은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분석이 아닌 일방적인 비난이다. 관련해서는 "취재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결과적인 오보를 방어할 수 없다. 뉴스의 오보 여부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결과적 오보로 판명될 경우 KBS뉴스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는 보고서를 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모니터링을 참고하기 바란다.

*  결국 <타이 포스트> 7월 1일자에 정정보도가 났다. 

*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만약 그린피스가 똑같은 자료를 태국에 제시했다면 사람들이 매국노라 칭했을까 하는 문제이다.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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