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치마를 입는데 왜 남성들은 반바지를 못 입나!” 남자로서 여름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무더위에도 고집해야 하는 긴바지는 덥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불공평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두어 해 전부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입든지 말든지’ 정도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왜 진작 입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아직 많은 조직에서 반바지는 금기의 영역일 것이다.


이쯤에서 젊은이다운 생각을 한번 해보겠다. 분명 한여름 무더위는 공평하게 찾아온다. 따라서 회사 사장도 부장도 대리도 모두 더운 건 똑같다. (물론 사장실의 에어컨 강도는 불공평할 수 있다) 게다가 공적으로 만나야 하는 협력사나 거래처의 직원도 마찬가지로 더울 것이다. 행정기관은 여름에 강력한 절전 정책을 시행하니 장관도 덥고 사무관도 덥고 일선 공무원들도 더울 게 분명하다. 이렇게 모두가 덥고 그래서 모두 시원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터인데, 그럼 대체 누가 왜 ‘시원차림’에 반대할까? 예의범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상상해보라! 불과 한 세기 전 세간의 시선은 상투를 벗어던진 사람들을 얼마나 경망스럽게 보았을까? 배꼽이 보이는 옷을 입었다고 경찰서에 잡혀가던 시절은 불과 20년 전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본다면 모두 하나의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예의’나 ‘예절’을 만드는 건 사장도 아니요, 대통령도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다행히 시원차림도 해를 거듭할수록 개방적이 되고 있다. 초기에는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캐주얼한 바지와 반소매 셔츠를 입는 회사가 늘어났다. 지금은 무려 ‘슈퍼 쿨비즈’ 시대! 이제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생겨나 관련 제품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시원차림의 효과는 대단해 체감온도를 무려 1~2도씨나 내릴 수 있다. 여름철 국민들이 실내 냉방 온도를 1도만 높여도 약 100만kW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하니, 옷만 바꿔 입어도 3조 원짜리 핵발전소 1개를 덜 지어도 된다. 운영에 따르는 비용이나 위험비용, 폐로비용 따위는 제외해도 그렇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시원차림, 경제를 생각한다면 시원차림,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과 삶의 질 향상을 생각한다 해도 시원차림! 자, 오늘부터는 허울도 더위도 벗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