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이르다. 무더웠던 여름이 이제야 겨우 물러간것 같은 9월 중순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음력으로 명절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력으로 명절을 정하다 보니 양력으로 보면 해마다 크게는 할 달씩 날짜가 왔다갔다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설보다는 이번처럼 추석 날짜가 문제인데, 배나 사과 등 과일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자연의 시간보다 빨리 수확을 해야 추석 대목에 상품 출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과일 등을 조속히 성숙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쓰는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방법 또한 그리 좋을 리가 없을 것 같다. 일본은 양력으로 명절을 바꾸었다고 들었는데 아마 이런 이유도 한 몫 했으리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올 추석, 나는 고구마를 수확했다.


고구마 수확은 추석마다 반복되는 우리집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사실상 평소(일반적인 추석 시기)보다 이른 수확임에도 '멧돼지가 내려와 고구마를 다 파먹어 버리는 게' 무서운 아버지의 보채기에 서둘러 수확을 했다. 물론 약간의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다. 올해는 가물었기 때문인지, 고구마 줄기가 예년만큼 넝쿨을 뻗지 않아 고구마 알맹이도 실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박두해보니 가족들의 입가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비록 고구마가 수분을 찾아 온 힘을 다해 뿌리를 뻗친 탓인지 땅속 깊이 묻혀 있어 캐는데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고구마가 훨씬 실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 상자쯤 나올까 했던 것이 세 상자가 나왔다.


* 자매품으로 땅콩도 몇 포기 뽑아 왔다. 나는 땅콩을 먹지 않기에 아마 가족 중 누군가가 챙겨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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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났던 기사를 하나 읽었다. 내용인즉, 옛날에는 차례를 지내는 것이 양반들의 특권이었다 한다. 그들의 권력의 원천인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공고히 하는 작업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나 개화기와 급격한 평등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양반들의 특권이 사라질 줄 알았더니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양반'이라는 의식이 퍼지며 평민들에게 까지 확산되었다고 한다. 상향평준화라 할 수 있을까나.


미디어에서는 이렇게 차례를 위한 모든 일들이 꽤나 낭비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 순기능(?)을 꼽으며 얼굴보기 힘든 가족, 친지들이 모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후자는 뭐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나도 명절이나 되어야 집을 방문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전 국민이 한날 한시에 대이동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현재 통용되고 있는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 또한 굉장히 낭비적이다. 여기서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유교 경전 어디에도 지금처럼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성균관 의례부장이 직접 나서서 현재의 차례상은 과시욕으로 인해 잘못 정착된 문화라고 지적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사라져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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