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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몇달전 사무실이 이사를 했다. 단층인 한옥 주택에서 4층 건물의 꼭대기 층으로 이사를 했는데, 모든 주방 집기와 개수대가 갖추어져 있었던 지난 한옥 집과는 달리 이곳은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는, 그야말로 사무공간이었다. 여하튼 가스렌지며 많은 주방 집기들을 처분하고 최소의 것들만 가져 왔다. 그래도 냉장고와 전자렌지, 커피포트 정도는 있어 아주 간단한 인스턴트 요리 정도는 해먹을 수 있는 요량이 됐다.

 

문제는 며칠 전에 벌어졌다. 수납공간도 없는 탓에 평소 컵이며 그릇을 그냥 바깥에 두거나 뚜껑 없는 상자에 넣어놨었다. 그런데! 사무실을 발칵 뒤집을 사건이 일어났으니, 늦은 밤까지 사무실을 지키던 한 직원이 그릇이 담긴 상자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해당 그릇과 컵으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던 직원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당장 문이 달린 수납장을 주문하자고 결의했다. 바퀴를 발견한 직원은 "이랬으니 그간 먹었던 것들이 체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입맛을 완전히 잃은듯 했다. 보지 못한 사이 헛구역질도 몇번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무실을 휩쓴 충격과 공포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이는 꽤나 원효대사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구도를 위해 불교가 융성하던 문화의 중심지 당나라로 향하던 원효와 의상은 날이 저물자 무덤 사이에 잠자리를 구한다. 캄캄한 밤중 심한 갈증을 느껴 눈을 뜬 원효는 물을 찾아 주위를 살핀다. 어둠 속에 바가지 같은 것이 느껴졌고 그 안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단숨에 들이킨 물은 굉장히 달콤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원효는 간밤 물을 마신 바가지를 찾았으나 온데간데 없었고 해골만이 뒹굴고 있었다. 간밤에 마신 물은 해골안에 고인 썩은 물이었던 것이다. 사실을 알고나자 매스꺼움을 느낀 원효는 구토를 했다. 그러다 깨닫는다. '간밤에 아무 것도 모르고 마실 때는 그렇게도 물맛이 달콤하고 감미로웠는데, 해골에 고인 썩은 빗물임을 알자 온갓 추한 생각과 함께 구역질이 일다니!' 원효는 크게 깨달음을 얻고 구도를 위한 여행을 접은 후 다시 신라로 되돌아갔다.

 

요며칠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은 일상 생활에서 꽤나 비일비재한 현대판 원효대사 스토리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몫이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닌 집기를 사용했다고 해서 병이 난 것은 아니다. 단지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그리고 그 불편한 마음이 실제 병을 키우는 기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들은 여럿 된다.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행복했던 어제와 불행한 오늘, 실제 이 차이를 만드는 건 사실 우리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사회라는 게 나의 의지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해 지지는 않다고 툴툴거릴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 '새옹지마(塞翁之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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