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도 출렁다리를 지나

 

강진 청자박물관을 뒤로하고 우리나라 차밭의 성지, 보성으로 향했다. 우연찮게 가우도 출렁다리 옆을 지나게 되었다. 멀리서 보아도 작은 섬을 향해 길게 뻗은 좁은 다리는 매혹적으로 보였다. 가보지 않을 수 없다! 그 풍경을 보는 사이 길을 지나쳤기에 차를 돌려야만 했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차는 지날 수 없고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다리였다. 다행히 작은 간이 주차장이 다리 입구에 있어 그곳에 주차하고 두 다리로 이 다리를 걸어 올랐다. 우리를 앞서가시던 가우도 주민 할아버지가 중간에 쉬어 가셨다. 우리도 중간지점에 서서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흙탕물처럼 보이는 물, 폭이 좁고 흘러(혹은 흐르는 것 같이 보여) 강처럼 보였지만 바닷물인가 보다. 해파리들이 둥둥 떠내려간다. 하긴 이곳은 만이 아니던가. 저 멀리 만이 뻗어있는 곳의 수평선이 흐려 잿빛 바다와 하늘이 쉬이 구분이 가지 않았다. 마치 파스텔로 색칠한 하늘과 바다를 휴지로 문질러버려 그 경계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장마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색채미술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다리 위에서 하늘과 바다 그리고 드문드문 더 넓은 바다를 향하는 해파리들을 바라보았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이름처럼 출렁이진 않았다.

 

보성 대한다원

 

몇 층계로 나뉜 커다란 주차장은 한산했지만 그럼에도 다원 내부에는 관광객은 많았다. 대체 저 큰 주차장이 가득 차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까? 인파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났다.

 

사실 굉장히 유명한 곳이지만, 내게 보성의 차밭은 첫 경험이었다. 첫 경험의 첫 인상은 그끄제 지나온 강진다원 오설록 차밭에 비하면 대한다원은 오히려 수목원 같은 느낌이었다. 입장료는 3000. 차밭으로 들어가는 길가와 차밭이 있는 산자락 곳곳에 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고 꾸며놓은 것이, 입장료를 받기 위해 관광 친화적으로 개발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가 받은 수목원 느낌은 그 때문이리라. 덕분에 대한다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여행자들과 사진가들이 해와 계절을 아랑곳 않고 찾는 관광명소다. 입장료 수입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산등성이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다 이제는 잦아드는 모양세다. 산의 지형 그대로 구불구불 곡선을 이루며 줄지어 있는 녹차밭은 비에 씻겨 더욱 짙푸렀다. 봄이라면 어린 잎 특유의 연녹색을 지니지 않았을까? 봄의 녹차밭을 본 적이 없으니 색 비교를 할 수는 없었다. 상상만 더할 뿐이다. 짙푸른 녹차밭 사이사이로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여행하는 듯한 청춘들이 비옷을 입고서 지나다녔다. 손에 꼭 쥔 우산이 낯설게 느껴졌다.

 

차밭 정상은 생각보다 높고 길은 가팔랐다. 나는 등정주의자도 아니고 애초부터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었지만, 높은 습도로 등에서 흐르는 땀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비가 내린 탓에 가파른 탐방로 흙길은 울퉁불퉁했고 곳곳에는 돌이 드러나 있었다. 고생 끝에 도달한 정상부에서 바라본 차밭은 생각보다 멋지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 바라본 멋진 차밭은 모습도 모두 정상이 아닌 중간 지점에서 찍은 것들이 아니던가.

 

이곳 대한다원 보성 녹차밭은 보성군의 구경하고 싶은 9중 제1경으로 1994년 관광농원으로 인가되었다. 하지만 대한다원이 이곳에서 실제 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57년부터로 무려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재는 150만 평 규모로 경작되고 있는데, 이는 제주를 제외하면 내륙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한다.

 

차는 연간 강수량이 1500밀리미터 이상에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이 좋고 기온이 서늘하여 일교차가 크며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곳 보성이 그 조건에 적절한 지역인 셈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예부터 차를 생산하기 좋은 지역이었으며, 오늘날 전국 차 생산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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