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장/농사

6월 1일

by 막둥씨 2012. 6. 1.

한낮엔 꽤 더우나 아직 반팔을 입진 않는다. 팔이 타기 때문도 있지만 아직 그만큼 덥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6월 1일. 새로운 한 달의 시작에 부쳐 오늘부터 여름 카테고리에 글을 쓰기로 한다. 앞서 말했듯 갑작스런 더위가 온 것은 아니나 이제 모내기도 끝났고 봄철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마늘이나 양파의 경우 이달 중순이 넘어서면 벌써 수확을 한다. 담배도 그때부터 잎을 따기 시작해 8월초 까지 수확이 이어질 것이다.

오늘 담배에 비료를 치고 있는데 - 농약을 치듯 물에 타서 치는 비료 - 노루 한 마리가 밭으로 내려오다 말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줄행랑을 친다. 밤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그것도 사람도 셋이나 있고 경운기 소리도 시끄러웠는데 밭으로의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봄철 밭을 장만할 때 작물을 심기 전 비닐을 씌워 놓았다. 그런데 노루며 돼지가 밤마다 내려와서는 온 밭을 뛰어다니며 비닐을 다 찟어 놓는 것이다. 게다가 막 자라나는 농작물의 어린 싹을 뜯어 먹기 까지 한다. 그래서 밤이 되면 빨간 LED불이 깜빡이는 장치를 밭 한복판에 설치해 놓았었다. 좀 줄어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멧돼지며 노루가 잊을만 하면 내려와 밭을 휘젓고 다녔다. 오늘 본 노루도 아마 그 중 한 마리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뭐 어찌하겠는가.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잡을래야 잡히지도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때 친구들이랑 학교 앞 들판에 나갔다가 노루를 만났다. 걔중 덩치가 가장 크고 힘도 쎘던 친구가 잡으려고 전력으로 뛰어가 보았지만 턱도 없었다. 어찌나 빠른지 아차 하는 순간 저 멀리 숲속으로 도망처 버린 것이다. 오늘 본 노루는 갈색 매끈한 털에 적당히 근육잡힌 몸매의 꽤나 호감형(?)의 노루였지만, 덩치가 작은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덤비면 사람도 다칠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쨋든 이제는 작물도 많이 커서 그 피해는 초봄에 비해 크지 않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계속 내려올 것 - 이 아니라 이미 계속 내려 오고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곧이어 고구마가 줄기를 뻗기 시작하면 언제 이를 뜯어 먹으려 올지 모른다. 담배잎은 맛이 없지만 고구마 잎은 맛이 좋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고구마는 집 바로 앞에다 심고 있다. 후후 노루놈들 약오르지롱!

'저장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콩을 심다  (2) 2012.06.06
담배  (0) 2012.06.06
청개구리  (2) 2012.05.31
모내기  (0) 2012.05.29
눈부신 오후의 들판을 달리며  (0) 2012.05.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