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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268

2015 다시, 새해다. 첫날부터 날씨가 매우 맑은 덕분에, 동네 언저리에서도 주색 내뿜는 또렷하게 둥근 태양이 능선을 벗어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직, 태양과 나 사이를 가로막은 건 평상시 일출구경을 방해하던 구름도 아니요, 일출을 바라보러 모여든 인파도 혹은 시야로 뻗은 나뭇가지도 아니었다. 오늘도 말 많고 탈 많은 가운데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아아! 어찌나 높던지. 고층건물이 즐비한 서울 도심의 틈바구니에서도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실용 아닌 허영이 투영된 실루엣의 불안한 그림자가 첫날부터 내 앞에 드리웠다. 타오르는 또렷한 원형의 태양만큼 나의 열정도 미래도 뜨겁고 명확했으면 좋겠지만, 사실 세상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하게 불확정적이다. 새벽녘 안개가 낀 것 같은, 그리하여 쉽사리 갈 길.. 2015. 1. 12.
베란다 친구들의 겨울 준비 날씨가 급 추워지길래 화분을 실내로 옮긴지 며칠이 지났다. 일조량과 통풍이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인지 몇몇은 다소 시들시들해 지는 느낌이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뭐 그렇다고 다시 베란다로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사실 식물들이 적응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실내로 옮긴 것들은 대부분 화초들이다. 나무류는 5~10도 사이에서 월동이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은 베란다에 놔두었다. 볕 들지 않는 공간에서 쭉 살다가 올해초 처음 창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며 기념으로 4개의 화분을 샀었는데, 이후 하나둘씩 더 사고 얻고 하니 어느덧 열댓개나 되어 버렸다. 전적으로 도맡아 키우는 건 처음이라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또 물은 언제 얼만큼 줘야 하는지를 몰라 시행착오도 겪었고, 그 과정.. 2014. 10. 31.
수돗물 검사 이사를 한 뒤로 수돗물을 바로 먹기 안심이 되지 않아 검사 신청을 했다. I LOVE WATER(http://www.ilovewater.or.kr/)에서 신청 가능 전화신청 온라인 신청 모두 가능하며, 원했던 날짜에 전화 후 방문을 해서 검사를 해준다. 측정시간은 5분정도가 걸리고, 검사원이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 주었다. 90년대 초반까지랬나? 까지 지은 집같이 오래된 집의 경우 관이 부식해 철이 떨어져 나올수 있으나 요즘의 집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단다. 실제로 물도 깨끗했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이 수돗물을 기피하는 이유가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염소 냄새때문이 크다. 하지만 이 염소가 바로 물을 소독해 깨끗하게 해 주는 성분으로 오히려 부족하면 오염되기 쉽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수를 사먹거.. 2014. 10. 15.
퓰리쳐상 사진전 퓰리쳐상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을 두어번 다녀 왔고 박노해 사진전, 점핑 위드 러브 등의 사진전을 관람했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사진전이 더 있었겠지만 당장 기억이 나는, 비교적 최근 다녀온 것들은 대략 그렇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은 아름답다. 하지만 티켓 가격과 작품수에 비해 관객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부족하고 풍경이나 동물들도 경이롭지만 반복될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디선가 봄 직한 즉, 우리가 흔히 접하기 쉬운 사진들이다. 박노해 사진전에는 이야기가 있고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그러나 사건 중심이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어서인지 다소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를 보는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사진 자체가 매우 훌륭한 .. 2014. 7. 28.
무더위의 시작 무더위의 연속이다. 어젯밤에는 최저기온이 25도밖에 내려가지 않으면서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 밤잠을 설쳤다. 낮에는 땡볕에 야외활동을 일찌감치 포기함은 물론이다. “이 더위 언제 가냐.” 한탄해 보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안다. 하아. 꽤나 다가올 본격적인 여름이 두렵다. 몇 주 전 근육통과 맞바꿔 만들어 낸 사무실 앞 작은 못에 부레옥잠을 띄워 놓았더니 어느 샌가 보랏빛 꽃이 폈다.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줄 소중한 생명이자 볼거리다. “너는 덥지 않느냐?” 말 건네며 며칠간 말라 내려간 수위를 보충해 준다. 물 속 생명들은 좀 더 시원할까?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련다. 2014. 7. 10.
공항에서 오늘 다섯 시간 가까이 전철이며 버스를 탔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인천공항을 갔다가 공항버스를 이용해 수원까지 갔고 그곳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푸딩을 만나서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다. 몇 번인가 인천공항을 통해 국외로 오간적은 있었지만, 공항철도는 처음이었다. 늘 리무진 버스만 이용한 탓이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공항철도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비행기는 정시보다 10분일찍 착륙했지만, 예상보다 입국심사가 늦어져 푸딩은 한시간 후에나 나왔다. 푸딩을 놀래켜주려고 한 나도 1층 C게이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지루하지도 전혀 짜증나지도 않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지만도 않은 보름만의 귀국이었기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2014. 6. 27.
비오는 한 주를 보내고 지난 주 내내 저녁이면 비가 내렸다. 한번은 낮에 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미친 듯 폭우가 쏟아졌다. 때마침 점심밥을 먹으러 나가던 참인데, 15미터 앞 식당까지 가는데 바지가 홀랑 다 젖을 정도였다. 물론 우산은 쓰고 있었다. 이날은 사무실 안에 있자니 천둥번개와 함께 또다시 억수가 쏟아진다. 마당의 물 빠짐 속도가 하늘이 빗물을 쏟아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이내 작은 웅덩이가 된다. 한옥 지붕 테두리에 설치된 기울어진 물 받침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졌다. 거 참 시원하다!며칠 전 마당 한 켠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타일로 둘러진 가로로 긴 부분이 그것이다. 본디 잡다한 물건들이나 장독 따위를 올려놓을 수 있는, 마당의 콘크리트 선반이었는데, 콘크리트 부분을 깨 들어내고 흙을 .. 2014. 6. 26.
봄맞이 친구를 사귀다 날이 따뜻해지자 사무실에서 식물 키우기 바람이 불었다. 너도나도 화분을 사는 마당에 편승해서 나도 많이 샀다. 그런데 그저 사서 키우면 되지 않겠냐는 나의 생각과 달리 분갈이를 해줘야 한단다. 거참 손이 많이 간다. 다행히 솜씨 좋은 선배가 있어 분갈이 하는 걸 지켜봤다. 선배들은 아기자기한 다육이나 꽃이 핀 식물 주로 골랐고 나는 취향따라 잎이 무성한, 푸르른 것들을 택했다. 솜씨 좋은 선배는 내 화분도 분갈이 해 주셨다. 이날 내가 산 화분은 자스민인데 향이 무척이나 좋다. 잘 키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집에 있는 고무나무도 맡은 지 한 달만에 죽인것 같다. 처음에는 잎만 떨어지는 줄 알았더니 지금은 줄기까지 썩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재능이 없는 지도 모른다. 어느 블로그에 씌여 있던 말이 .. 2014. 4. 1.
봄이라니! 월초 2주간 앓은 탓에 누워만 있었더니 몸이 더 약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사 온 뒤로는 딱히 걸을 일도 없어 운동은 더더욱 머나먼 어딘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산책도 한 적이 없다. 볕이 잘 들지 않는 집에 사는데, 최근 식물이 점점 죽고 있다. 주말, 나도 식물들처럼 죽을까 싶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을 나섰다. 그런데 웬걸! 날씨가 엄청 좋은 게 아닌가? 추울까봐 걱정하며 옷을 챙겨 입었는데 땀이 났다. 볕도 눈부셨고 게다가 앞만 보며 살던 사이 꽃도 피고 새잎도 돋아났다. 뭔가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내가 이리도 여유가 없던 사람이었나?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 지다니... 너무 집에만 있었나 보다. 집돌이, 홈보이이긴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좀 나와야 겠다. .. 2014.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