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기고

같이 사실래요? :: 셰어하우스의 탄생

by 막둥씨 2014. 9. 5.

WOOZOO 셰어하우스 입주자들 ⓒWOOZOO

개인적으로 집이나 주거 형태에 관심이 많다. 내 집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10년간 가족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많이 한 탓도 있다. 정착하지 못 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보니 인생이 부평초였다.

그 와중에 발견한 내 집을 갖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스몰하우스(지난 포스팅 참조)였다. 하지만 땅 한 평 갖기 힘든 도시민으로서는 불가능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살펴볼 집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주방이나 거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나누어 쓰는 이른바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주거불안 민달팽이족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20, 30대 청년들, 전·월세의 압박에 맘껏 휴식을 취할 편안한 주거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며 주로 고시원, 하숙, 반지하방, 옥탑방 등을 오가는 자들, 사회는 이들을 달팽이와 달리 껍데기집이 없는 민달팽이에 비유해 ‘민달팽이족’이라 부른다. 신조어지만 정확히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쩌면 민달팽이족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칭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수가 적지 않다.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주거빈곤에 처한 청년의 수는 무려 139만 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의 14.7퍼센트다. 이 가운데 시설이나 면적 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사는 청년은 112만 명이었으며, 혼자 사는 1인 청년으로 한정할 경우 주거빈곤에 처한 청년은 전체 1인 청년의 24퍼센트에 육박했다. 서울의 경우는 그보다 높은 36퍼센트다. 즉, 혼자 사는 청년 네 명(서울은 세 명) 중 한 명은 주거빈곤인 셈이다.

혼자 사는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주거빈곤이다 ⓒ소병성

청년들이니 돈이 없고 집이 없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을 틀려 보인다. 지난 2012년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주거넷) 회원들이 직접 서울시 11개 구를 돌며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대학가 원룸의 3.3제곱미터당 평균 월 임대료가 타워팰리스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의 3.3제곱미터당 평균 월세는 약 4만6000원이었으나, 대학가 원룸은 그보다 두 배나 많은 10만9000원으로 타워팰리스 11만8000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의 전셋집 마련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13년 민달팽이 유니온의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서울 전체 가구의 전세값 평균은 4271만 원으로 당시 직장인 초봉의 244.6퍼센트였다. 그러나 2010년의 경우 전세값 평균이 1억1378만 원으로 같은 해 직장인 초봉의 325퍼센트나 됐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집에 대한 꿈이 그만큼 더 멀어진 셈이다.


셰어하우스의 탄생

이러한 상황에서 생겨난 것이 셰어하우스라 불리는 공동주택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30여 개 정도이며, 개인 사업자까지 포함하면 올해 2000여 실이었던 규모는 내년에 5000여 실로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그 가운데 프로젝트 ‘우주(WOOZOO)’는 국내의 대표적인 소셜벤처인 딜라이트 보청기의 공동창업자가 실제 대학생들과 함께 창업한 소셜벤처 피제이티 옥(PJT OK)이 제공하는 셰어하우스로 2013년 2월 서울 종로에 1호점을 연 이래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1년 만에 13호점을 냈고 지금은 15호점을 준비중이다.

WOOZOO에서 제공하는 집은 다양한 컨셉으로 유명하다. 캠핑, 커피, 영화, 책, 여행, 요리 등 각 셰어하우스 지점에는 그 집마다의 컨셉이 있다. 예를 들어 요리가 컨셉인 집은 주방에 커다란 아일랜드 바가 있고 마당에는 텃밭이 있으며, 커피가 컨셉인 집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핸드드립 세트, 시럽과 휘핑기가 준비되어 있는 식이다. 호응도 높아 한때 대기 인원만 1000명이 넘기도 했다. 

캠핑이 컨셉인 WOOZOO의 셰어하우스 ⓒWOOZOO

한편에서는 주거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뭉쳐 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다. 청년 주거빈곤 문제를 고민하던 민달팽이 유니온을 중심으로 설립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출자한 돈으로 올해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40제곱미터짜리 빌라 두 채를 장기 계약했다. 달팽이집으로 불리는 이 주택의 임대료는 시세의 75퍼센트 정도로, 큰방의 경우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작은방은 보증금 75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6구좌(1구좌 5만 원) 이상 출자한 조합원에게 입주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지자체인 서울시가 도봉구 방학동에서 시범사업으로 제공하는 두레주택은 셰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두레주택은 입주민 간의 소통과 상호협력, 공동체 활성화의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여타 셰어하우스와 달리 모든 방에 욕실이 딸려 있어 거실과 주방만 공유하면 돼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셰어하우스의 경우 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것과 달리 두레주택은 지역 커뮤니티 유지를 위해 지역 주민에게 우선으로 공급된다. 가격도 공공임대이니 만큼 보증금 1500만~2000만 원에 월세 10만 원으로 매우 저렴하며 입주자격을 유지한다면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다. 시범사업으로 아직은 호응이 다른 기업형 셰어하우스에 비해 크진 않으나, 향후 귀추는 충분히 주목된다.

‘함께’의 가치를 위해

1인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1980년에는 전체 가구 중 4.9퍼센트에 불과하던 1인가구가 1990년 8.9퍼센트, 2000년 15.5퍼센트로 점차 늘어 2010년에는 24퍼센트를 기록해 4가구 가운데 1가구가 1인가구로 나타났다. 핵가족 시대가 된 것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핵분열’ 시대가 온 것이다. 청년들의 결혼적령기가 늦어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년층의 인구가 늘어나는 등의 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통계청이 조사한 1인가구의 혼인형태는 미혼이 44.5퍼센트, 사별 29.2퍼센트, 이혼 13.4퍼센트로 나타났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1인가구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이런 1인가구 증가에 따른 대안 주거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셰어하우스는 그리 새로운 주거형태는 아니다. 지금도 대학가에는 월세방이라 부르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동 주거 형태가 넘치고 넘쳐난다. 일반 가정집에 남는 방이나 빈 주택의 방을 하나씩 임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기는 없다. 아무래도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카페를 컨셉으로 한 셰어하우스 ⓒWOOZOO


그렇다면 왜 월세방과 그리 다르지 않은 셰어하우스의 경우는 인기가 높을까? 그 비밀은 입주민의 편안하고 원만한 생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규칙을 마련해 놓았을뿐더러, 공동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입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셰어하우스 업체들은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입주민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다함께 청소하는 날을 정해 집을 관리하기도 한다. 또한, WOOZOO의 경우처럼 컨셉하우스를 통해 같은 취미,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른바 ‘같이의 가치’다. 입주자들은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 문화와 생활을 공유하는 데에서도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셰어하우스의 경우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음에도 만실을 유지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일 테다. 결국, 기존 월세방과 셰어하우스를 비교해 보면 변해야 하는 건 사실 집이 아니라 입주자인 우리였던 셈이다.

시작은 경제적 이유가 컸겠지만, 이제 마지못해 함께 사는 게 아니다. 함께 살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미래의 보편적 주거형태가 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부분은 입주자가 룸메이트와 함께 넘어야 할 산이다. ‘함께’라는 건 생각하기에 따라 힘이 더 들 수도 혹은 덜 들 수도 있다. 후자가 되길 기대하는 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