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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독립출판, 주류가 부정했던 단면들을 지지하며

by 막둥씨 2013. 3. 17.

그림 예똥

최근 들어 두 명의 친구가 내게 독립출판 잡지를 각각 소개해줬다. <그린마인드>와 <월간 잉여>가 그것이다. 책을 사보진 않았다. 대략적인 정보를 찾아보거나 한두 개의 꼭지를 읽어본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금세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에 존재하는 매체의 틀에 맞추기 위해 콘텐츠를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리가 가진 다양한 삶의 모습과 사상에서 우러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린마인드>가 정의하는 자기 자신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일상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책인 것이다. “green mind는 단순한 환경 매거진이 아니에요. 이 책은 green + min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과 각오부터 오늘도 하루를 씩씩하게 보낸 당신의 이야기까지 담고자 노력하였답니다. 각 호 마다 주제가 있어 Subject를 아우르는 독자들의 다양한 mind를 들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글, 그림 다양한 형태로 각자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mind는 토닥토닥 green은 더 초록초록. 환경과 사람은 green mind라는 한 몸이다! 지금 당신의 green mind 속엔 어떤 환경이 숨어 있나요?” <월간 잉여>도 마찬가지. 그 이름에서 이미 드러나듯 주류에서 벗어난 ‘잉여’들을 부정하지 않고, 다양한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흥미로우면서도 꽤 전문성이 있는 책이다. 


전자책을 비롯해 최근 불기 시작한 독립출판 바람은 당연하지만 주류 출판계에서는 다루기 힘든 이야기들을 포용하고 있다. 사실 주류 출판계도 트렌드에 따라 웹툰이나 인터넷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양산하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출판계의 담을 넘지 못한 무궁무진한 하위문화와 그 콘텐츠는 온라인 상에서 범람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그런 범람을 독립출판과 전자책이 이제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출판이라는 문턱도 하나의 아비투스인지도 모른다. 과거 논문의 출처에서 위키피디아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출판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경계 짓는 역학을 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단순히 특정 부류 콘텐츠의 매체친화성 - 예를 들면 웹툰은 온라인을 통해 보는 것이 제격이라든가 - 에 관한 것 이상의 기능이 분명 존재했다. 우리가 출판 작가에게 쉽게 경의를 보내는 것도 그 이유다. 그는 기본적으로 고급문화를 양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기능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모두가 저급문화인 것은 아니다. 단지 주류를 이루는 문화와는 다른 하나의 문화이며 세상의 단면일 뿐이다. 오히려 수익성의 경제적 논리로 기존 출판계가 다루지 못한, 그래서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한 숨은 진주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다양성’으로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루저나 이반, 찌질이, 잉여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각종 소수자, 비주류, 약자를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세계관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제 큰 하나를 벗어나 다양한 여럿을 지향해야 한다. 획일화된 생각과 삶에 대한 강요에서 나오는 폐단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겪었다. 


지금은 한국을 떠났지만, 과거 J. 스콧 버거슨의 책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관점을 던져주었다. 한국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외부인의 객관적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소수로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도 제시했다. 아니 사실 그는 외국인으로서 그 스스로가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자였다. 그런데 이런 그는 단행본을 출판하기 전 혼자 만든 잡지 <버그>를 유통한 바 있다. 글쓰기, 편집, 판매를 혼자서 다 했다. 그게 십년도 더 지난 일이니, 그는 우리나라 독립출판계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형식과 내용 모든 측면에서. 현재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독립출판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방식의 소통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더해야 한다. 단순 양적인 성장에 치중해 주류에 편승해 버린다면 이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오히려 버리는 일이리라. 나는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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