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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아이 간식 책임지는 엄마들이 떴다!

by 막둥씨 2014. 2. 5.

“엄마, 집에 밥 있어? 밥 먹고 가야돼?”

해가 일찍 저문 어느 겨울날 저녁,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한 카페로 중학생 남자아이가 들어온다.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있다. 집에 밥이 없었는지 아니면 엄마가 바쁜 탓인지 아이는 음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돈은 내지 않았다. 대신 점원이 내민 장부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외상이라도 하는 걸까? 게다가 대개 부모란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집밥을 먹길 원하는데 전화기 너머 어머니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색적인 풍경의 이곳, 마을기업으로 설립된 친환경 간식 카페 ‘바오밥나무’다.


엄마의 마음에서 탄생

바오밥나무는 아이들에게 조미료와 첨가물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엄마들이 직접 만든 카페다. 음료도 팔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배고플 때 들러서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주먹밥부터 샌드위치, 불고기 덮밥 등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물론 모든 재료는 친환경·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다.

과천의 엄마들은 어떻게 직접 가게를 낼 생각을 했을까? 시작은 아이들이 밖에서 무엇을 먹고 다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답답한 엄마의 마음에서였다. 바오밥나무 이사이자 창립멤버 윤성혜 씨도 그중 하나다. “아이들이 바빠요. 학교 끝나고 학원으로 바로 가니까 엄마들이 먹을 것 사 먹으라며 돈을 줘요. 그럼 아이들은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 먹고 나머지 돈은 그냥 챙기고. 식당가서 먹는다고 해도 집만큼 건강한 밥은 아니잖아요? 너무 답답했어요. 저희 딸도 중3인데 똑같더라고요.” 비슷한 생각을 하던 엄마들이 하나둘 모였다. 평소 식생활교육과천네트워크 협동조합을 통해 친환경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던 엄마들이 중심이 됐다. 그렇게 지난 10월 친환경 간식 카페를 정식으로 열었다. “학교 끝나고 학원가기 전에 들러서 먹고 가는 아이들이 많아요. 어떤 아이는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저녁을 챙겨주기가 힘든 거예요.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 먹기 힘든 어린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런 아이들은 매일 와요. 엄마는 마음이 편하죠.” 윤성혜 이사는 회원장부를 보여줬다. 바오밥나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현금 없이 이용하는 회원적립제로 운영된다. 덕분에 아이들이 돈을 다른 곳에 허투루 쓸 일도 없다. 부모가 일정금액의 돈을 적립해 놓으면 아이들은 아무 때나 들러 먹을 것을 사 먹는다. 회원장부의 적립금 계산도 아이들이 직접 한다. 그러다 보니 회원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한턱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부모에게 전화해 허락을 받는다. 추경숙 바오밥나무 대표는 “엄마들은 그래도 좋으니 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 와서 먹으라고 해요.”라며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강조했다.


바오밥나무의 약속

덜컥 시작은 했지만, 경제의 영역에 뛰어들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기존에 하던 여러 활동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힘든 일이 있어도 구성원들의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었는데, 새로 시작한 간식 카페는 일단 경제적으로 유지가 되어야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추 대표는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고백한다. “일반적으로 음식가게는 원재료 값 비율이 30퍼센트 정도여야 운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처음 바오밥나무를 열고 정산해 보니 원재료 값 비율이 60퍼센트 가까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소스 등 부재료도 친환경이어야 하기에 직접 만들어 써야 했어요.” 이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문 직원도 두었다.

친환경·유기농만 고집하다 보니 재료비 단가가 높고 철에 따라 구하기 힘든 재료도 있었다. 이러다보면 ‘작은 것 하나 정도는 일반적인 재료를 써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바오밥나무에는 공식적인 10가지 약속이 있다. 모든 음식은 친환경·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재료와 원산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자극적인 맛보다는 저지방, 저당, 저염식을 추구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힘들고 지칠 때면 그들이 내세운 약속을 다시금 바라보며 초심을 다잡는다.

윤성혜 이사는 그래도 과천이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며 귀띔한다. “과천 시민들이 의식이 높아요. 생협 매출도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예요.” 그녀는 친환경 간식 카페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하나에서 열을 꿈꾸다  

홍보가 늦은 탓에 아직 안정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엄마들은 바오밥나무를 통해 많은 것을 꿈꾸고 있다. 먼저 그들의 시행착오가 좋은 선례가 되어 다른 지역에도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친환경 간식 카페가 생겨나길 원한다. 벌써 관심을 보이는 지역이 많다. 엄마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바쁜 부모들이 바른 먹거리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한다. “생협 활동을 하다 보면 주로 전업주부인 엄마들만 만나요. 일하는 엄마들은 활동에 참여할 여지가 굉장히 적어요. 그런데 여기 오는 아이들을 보면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아이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거죠. 자주 참여는 못 하지만 장 담그는 일처럼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행사에는 참여할 수 있지요.” 추경숙 대표는 지난 일요일에도 한 남자가 찾아와 ‘누구의 아빠’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반갑게 인사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마을기업으로서의 역할도 빼놓지 않는다. 지금도 외부에서 구매해야 할 물건 중 지역에서 수급이 가능한 것은 지역 내에서 구매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요가 늘어나 김치 담그는 일 등 인력이 필요한 경우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팔도록 하는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는 공간의 역할은 지금도 담당한다. 저녁에 영업이 끝나면 다양한 모임이나 활동을 하는 지역주민들에게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바른 먹거리에서 시작했지만, 바오밥나무 엄마들은 꿈꾸는 바가 많다. 못다 전한 꿈들이 아직 수두룩하다. 하지만 꿈꾸는 속에서도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만 계속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며 본분에 대한 충실함을 잊지 않는다. 꿈꾸는 엄마들이 만든 꿈같은 가게, 친환경 간식 카페 바오밥나무로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 친환경 간식 카페 바오밥나무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1-5 신라상가 202호 (초록마을 2층)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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