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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알고는 못 먹는 천일염 "이렇게 더럽다!"

by 막둥씨 2015. 12. 4.

천일염에 대한 논란이 지난여름과 가을 한차례 폭풍을 일으키며 한국사회를 휩쓸었다. 천일염이 비위생적이라는 주장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아마도 맛칼럼니스트라 불리는 황교익의 문제 제기일 것이다. 그는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천일염에 대대 비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리 논란이 되지 못했는데, 최근 그의 방송 출연이 잦아지고 고정 출연 프로그램이 늘면서 그의 주장도 함께 전파를 타게 됐다.


그의 인기와 상관없이 문제의 핵심은 천일염 자체다. 그렇다면 왜 천일염이 문제가 되는 걸까? 우리가 천일염을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곳곳에 숨어 있었다.



장판 위에서 생산되는 소금, 천일염


우리나라에 시판되는 소금은 크게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나뉜다. 천일염은 일정한 공간에 바닷물을 가둔 뒤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은 소금을 총칭한다. 반면, 정제염은 바닷물을 이온교환막을 통해 불순물을 걸러내고 열을 가해 수분을 증발시켜 최대한 염화나트륨(NaCl)만 얻어낸 소금이다.


천일염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건 바로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유다. 하지만 천일염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그만큼 불순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천일염은 제조 과정부터가 문제다. 햇살과 바람을 통해 태어난다는 천일염의 청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바닥에는 비닐(PVC) 장판이 깔린 곳이 많다. 이에 따라 장판 속에 포함된, 플라스틱을 연하게 만드는 가소제 성분이 소금에 녹아들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온 터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천일염 생산자들도 현재 대형 염전을 중심으로 가소제가 들어가지 않은 장판인 폴리프로필렌 장판으로 염전 바닥재를 바꾸는 추세다.


하지만 이 폴리프로필렌도 유해하기는 매한가지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지난 9월 방송된 <SBS 스페셜> ‘소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엄청난 세기의 직사광선을 하루 종일 받고 나면, 그것(폴리프로필렌 장판)도 다 검은색으로 색을 칠해놓은 장판”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분해될 수밖에 없으며, 그 분해된 산물은 소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소금생산자 쪽도 문제를 알고 있다. 전 대한염업조합의 관계자는 상기 방송에서 현행 염전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그는 소금을 모으기 위한 밀대로 장판을 120~150번 밀면 코팅된 게 다 벗겨진다면서 “소금을 세척해서 물로 깨끗이 빤다 하더라도 껍데기에 있는 것만 빠져나가지 속에 있는 것은 안 빠져나온다. 처음부터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먹는 천일염에 장판 조각이나 장판에서 나온 유해 성분이 함유된다는 지적이었다.



천일염을 녹인 물 / 사진=황교익 블로그, http://foodi2.blog.me/220432561211



다른 불순물도 많아


천일염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황교익은 지난 7월 자신의 블로그에서 “천일염에 불용분과 사분이 얼마나 많은지 감이 잘 안 온다 하면, 천일염을 물에 풀어 한나절 두어 보라”고 언급하면서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불용분은 물에 녹지 않는 불순물을, 사분은 모래를 뜻하는데, 그가 게재한 사진은 큰 그릇에 담긴 물에 천일염을 녹인 후의 결과물로서, 바닥에 펄처럼 보이는 검은 침전물이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불순물들은 과연 적절히 관리되고 있으며 먹어도 문제가 없는 걸까? 천일염을 관리하는 정부부처는 해양수산부다. 하지만 지난 논란의 과정을 눈여겨보면 과학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국민 안전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모양새도 보인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SBS 스페셜>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윗분들께서 아직 정부 입장을 직접 발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바로 응하기는 좀 어렵겠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실 천일염이 대중 사이에서 전통적인, 청정한, 건강한 이미지를 얻게 된 건 정책의 영향이 크다. 국내 정제염 생산 공장이 생기고 정제염이 보급된 이후 천일염은 꾸준히 유해성이나 위생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 영향으로 천일염 생산과 소비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다고 한다. 추세가 반등된 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천일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성장시키면서부터다. 하지만 큰 비용을 들여 홍보한다고 해서 문제점이 사라지거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천일염을 홍보할 때 흔히 등장하는 ‘전통 방식’의 소금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천일염전이 처음 만들어진 건 불과 100년쯤 전인 1907년으로, 이후 천일염전이 본격적으로 건설된 것도 일제강점기 일본이 자국의 필요 때문에 대만의 염전을 본떠 우리나라에 건설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에서 무엇을 원하나?


천일염에 미네랄이 더 많이 함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순물이나 위험 물질도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다른 안전한 경로가 많다는 점이다. 애당초 소금을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소금으로 미네랄을 섭취하려고 했던 것일까?


우리가 소금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바로 짠맛이다. 그렇다면 깨끗한 짠맛을 추구하면 되지 않을까? 천일염도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면 앞으로 좋은 상품 혹은 더욱 고급 상품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위생의 측면에서 노력해야 할 일이지 홍보나 모르쇠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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