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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10일차] ① 부안 내소사의 전나무숲과 당산나무

by 막둥씨 2013. 1. 6.

7월 13일 이동경로

텐트를 정리하고 내소사로 달렸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하루 쯤 더 있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유롭게 다닐 생각이었는데 해수욕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정에 쫒기는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좋은 곳이면 하루쯤 더 머문들 어떻겠는가. 하지만 때늦게 들었던 생각일 뿐이었고 우리는 내소사로 접어들었다.

 

내소사의 입장료는 비쌌다. 무려 3000원. 이제까지 다녀 본 절 중 가장 비쌌던 곳이 화엄사 (3000원으로 기억) 였는데 이곳 내소사도 화엄사와 같은 가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입장료가 비싸면 꼭 공양을 하고 오자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도 미리 입장료를 알고 시간을 맞춰야 하니 사실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사실 몇몇 되먹지 못한 절은 국립공원입장료가 사라졌는데도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 절터를 조금 지난다는 이유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곳도 있다. 절에 들어가지 않아도 무조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곳은 또 문화재관람료를 절 입구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길목을 막고 징수를 한다. 그 행태가 매우 얄밉다. 그래도 내소사는 그런 경우는 아니다. 그런데 주차료가 시간제였다. 도립공원에서 징수하는 주차료인듯 했다. 절집은 느긋하게 구경하는것이 맛인데 주차료가 신경쓰여 초조해질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이 우리는 경차인 덕분에 천천히 관람을 하고 나왔음에도 700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 한 번 경차예찬!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 보다 뛰어나다. 월정사의 그것처럼 차가 다닐만큼 넓지는 않은 오솔길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그 길이가 불과 600여 미터로 비교적 짧아 아쉬웠다. 또한 길 옆으로 펼쳐지는 계곡이 천연 그대로가 아니라 지나치게 정비가 잘돼 인공적인 느낌이 너무 강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내소사의 전나무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옛날 한때에는 내소사 앞 터가 휑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 후 스님들이 전나무를 심었고 지금은 약 500그루가 울창히 서 있다. 전나무 심기는 근대에 들어서도 계속됐는지, 키큰 나무 너머로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서 있는 자라는 숲도 있다. 아마 후손들은 더 번창한 내소사 전나무숲을 보게 될 터이다.

 

마침 우리 앞으로 숲해설가를 동반한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설명을 들으며 숲길을 오르고 있었다. 숲해설가는 전나무에서 하얀 수액이 나오는데 때문에 '젖나무'로 불리던 것이 전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월정사편에서 이 이야기를 먼저 다뤘지만, 내가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된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이어 숲해설가는 산림욕이 좋은 이유는 피톤치드(phytoncide) 라는 살균물질이 나무에서 분비되기 때문인데, 전나무가 편백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피톤치드가 많이 방출되는 나무라 했다. 설명이 유익해 우리는 경내에 다다를 때 까지 일행을 따라다녔는데, 경내에 들어서기 전 있던 연못에서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연꽃과 수련의 차이였다. 다 같은 연꽃인줄 알았는데, 알고나니 정말 무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수면위에 떠 있는 것이 수련이요, 꽃대가 수면위로 올라 꽃을 맺고 있는 것이 연꽃이었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내소사 경내가 나온다. 그리고 단연 눈에 띄며 발길을 멈추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당산나무다. 사실 내소사에는 당산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하나는 매표소가 있는 일주문 앞에 있으며 나머지 하나가 바로 경내에 있는 이 당산나무다. 일주문 앞에 있는 것은 수령이 약 700년으로 할아버지 당산나무라 불리고, 경내에 있는 것은 약 1000년 수령에 할머니 당산나무로 불리며 내소사 당산제 때 신목(神木)으로 받들여 진다. 내소사 당산제는 매년 음력 1월 14일에 치러지는데, 다른 여타 당산제와는 달리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찰이 주도해 온 것이 특징이었다 한다. 1990년 내소사가 당산제를 마을로 이관해 지금은 주민들의 주도로 치러진다. 이형권 시인의 저서에 따르면 조선 후기 불교가 중흥되면서 민간신앙이 대거 절집으로 들어 왔는데 내소사는 당산나무까지 들어온 예로서 유일하다고 한다.

 

이 당산나무 옆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보리수나무가 있다. 일명 염주나무라 불리는데 한국산 피나무과로 실제 부처와 관련있는 보리수나무와는 사실 다르다고 한다. 아마 진짜(?) 보리수나무는 기후차이로 자랄수 없을 것이다. 어쨋든 숲해설가분도 이 보리수나무의 열매를 주워 염주를 만들고 계셨다. 하지만 쉽지 않은 눈치였다.

 

일행에서 떨어져 내소사를 한 바퀴 돌았다. 채색되지 않은 꽃무늬 문살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 다른 절집들에서도 꽃무늬 문살을 종종 보았지만 대부분 채색되어 나무 고유의 색이 가려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단청도 화려한 것 보다는 채색되지 않은 나무빛이 은은한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문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내소사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발길을 돌리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경내를 맴도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란 모름지기 사람에 민감한 동물인데 이녀석은 우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렇게 경내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한 보살님이 다가와 주지스님이 아끼시는 고양이라 알려 주셨다. 주지스님 외에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말씀과 함께. 이 건방진 고양이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녀석 너도 권력맛을 안게냐? 아님 벌써부터 줄을 서는 법이라도 베운게냐?'  하긴 주지스님 곁에 있으면 확실히 콩고물이 떨어질 확률이 제일 높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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