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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8일차] ① 난항 속 정박

by 막둥씨 2012. 8. 25.

해미읍성에서 출발해 익산 금마면에서 하루를 마무리한 8일차. 우리는 이 8일차의 전후로 캠핑을 하지 못하고 실내취침 연달아 두 번이나 했다. 마음것 씻을 수 있는것은 좋았지만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먼저 전 날, 즉 7일차 밤은 이랬다. 마애불을 보고나서 해미읍성까지 도달하니 벌써 시간이 저녁이었다. 캠핑할 곳을 알아보기엔 비가 너무 많이 왔고, 그간의 피로도 폭발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이날은 망설임 없이 캠핑을 포기했다. 비가 오는 중엔 바닥도 다 젖어 텐트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지붕이 있는 정자를 찾는다 해도 비람이 불면 몽땅 맞을 수 밖에 없고, 텐트가 젖으면 다음날 이동에도 지장을 준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이미 여행 이삼일차 정선 아우라지에서 체득한 바였다.

 

판단은 정확했다. 밤사이 나무가 뽑히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주차장 주변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는데, 혹시나 쓰러져 차를 덮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의 바람이었다. 아마 캠핑을 했으면 텐트고 뭐고 다 날라가거나 그러진 않더라도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 같았다. 씻고 자리에 누우니 피곤이 몰려왔다. 일주일만에 뉴스를 볼까 싶어 채널을 고정했으나 몇 소식 보지 못하고 금방 잠이 들었다. 9시 뉴스가 아니라 8시 뉴스였다.

 

8일차 밤은 비가 오지는 않았다. 아주 가끔 한 두 방울 떨어질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는 캠핑을 하지 못했다. 텐트를 설치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산을 지나 익산으로 달리는 길은 평야의 한 복판이었다.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엄청나게 넓은 들판. 그런데 이 들판에는 '여유'가 없었다. 정자도 하나 없었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작은 쉼터나 공원도 하나 없었다. 오로지 논, 논, 논이었다. 익산. 군생활 시절 내가 이등병일 때 왕고참이 익산 사람었던지라 안그래도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가장 싫어하는 도시가 될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곳을 찾지 못한 채 미륵사지까지 도착해 버렸다.

 

일단 오긴 했지만, 역시나 미륵사지 석탑은 해체되어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때쯤엔 이미 어둑어둑해 지고 있을터라 빨리 잘 곳을 찾는것이 시급했다. 익산 축구공원부터 시작해 여러 공원과 초등학교, 폐쇄된 학생야영장 까지 둘러봤지만, 모두들 하나씩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폐쇄된 학생야영장은 문은 열려 있었으나 누군가 운동장에서 벌을 키우고 있어 벌통이 십수개나 있었다. 게다가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폐교와 숲...

 

이렇게 아마 두 시간 이상 돌아다닌것 같았다. 시간은 어느덧 9시가 가까워졌고 날이 흐려 사방은 암흑이었다. 결국 다시 캠핑을 포기하기로 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틀 연속으로 캠핑을 하지 않다니. 실내에서 자는것에 너무 익숙해 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이날 밤 치맥을 사먹으며 힘을 내기로 했다. 매운양념치킨으로 파이팅 한 덕에 다음날 마치 부스터를 단 것 처럼 뒤가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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