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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채우는 여행

최순우 옛집

by 막둥씨 2010. 5. 16.


 

최순우 옛집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로 유명한 최순우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거처하였던 집이다. 1930년대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ㄱ’자 모양의 바깥채와 ‘ㄴ’자 모양의 안채가 맞물린 튼 ‘ㅁ’자 모양의 경기 양식에 따르고 있다.



안채에는 사랑방, 안방, 건넌방이 있다. 사랑방은 최순우의 집필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사랑방 위의 현판엔 "杜門卽是深山(두문즉시심산: 문을 걸어 잠그니 바로 이곳이 산중 깊은 곳)" 이라고 최순우의 글씨로 쓰여 있다. 뒤뜰로 난 사랑방 문 위엔 “午睡堂(오수당: 낮잠자는 방)”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평소 스스로를 “오수노인(낮잠자는 노인)"이라고 부르길 좋아했던 최순우가 단원 김홍도의 화첩에서 따온 글씨이다. 뒤뜰을 향해 난 창과 문에는 한문의 쓸 용(用)자와 비슷한 모양의 용자살이 걸려 있는데, 이는 뒤뜰을 감상하는 데 있어 가장 아름다운 양식이 용자 문양이라 생각한 최순우가 직접 걸어둔 것이다.

바깥채

바깥채에는 서고와 다용도실이 있다. 서고는 그 소장품이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되어 지금은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의 사무국으로 사용되고 있다. 처마 끝에는 최순우가 스위스 여행에서 가져온 소방울이 풍경 대신 달려있다.

다용도실은 현재 전시실, 회의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건넌방은 딸이 기거하던 곳으로,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梅心舍(매심사: 매화 마음을 가진 방)"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가볍게 한바퀴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뒷뜰 차마시는 공간에 아주머니 한분이 앉아계셨다. 그 아주머니는 때마침 그곳에 있던 두 아주머니 방문자와 나에게 자신이 직접 타온 커피라며 들기를 권했고 나는 그 무리에 끼여 처음 만난 아주머니들과 넷이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타온 아주머니께선 최순우 옛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얼마후 두 분의 아주머니는 자리를 뜨고 나와 커피를 가져오신 아주머니만 남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혼이야기가 나왔고 그분은 결혼은 집안대 집안의 결혼이니 집안을 잘 봐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해 몇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나는 웃고 또 공감하며 그 이야기를 경청했다. 대화가 한참 무르익을무렵 커피를 주신 아주머니가 기다리던 일행분이 오셨고 두분은 점심식사를 위해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 오신 일행분이 내게 함께 식사하러 갈 것을 권했지만 나는 이미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아쉽지만 사양했다. 아주머니는 "맛있는것 사주려 했는데"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다시 혼자가 되고 나는 찬찬히 살피며 거닐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에서 몇가지 사실을 발견할수 있었다.

먼저 창 유리위에 새겨진 그림이었다. 얼핏보면 그림이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리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인데 이 그림이 내게는 일본의 풍경 같았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 건물을 지을 당시가 일제시대였고 그래서 그런 유리가 공장에서 나오던 시절이라 설명했다.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의아한것은 최순우 선생은 이것을 발견 했을 것인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내가 한 질문의 대답을 담당자로부터 전달을 해 주던 자원봉사자(라 생각한다) 아가씨는 자신도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라며 내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어디에서 왔냐라... 꽤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고 나는 문득 '집에서...' 라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잠깐 머뭇거리다 그냥 근처 살며 산책중이라 말했다. 아. 우문우답이다.

두번째는 모든 처마를 에두르며 설치된 물받침이다. 비가 오면 지붕에서 흘러내린 비가 그대로 기와의 골마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받침이 전부 설치되어 있어 빗물이 몇곳으로 못이게 되어 있었다. 나는 관리의 편의를 위해 지은 것인지 혹시 그렇다면 어느때에 지은 것인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담당자는 옛부터 물받침이 있었으며 아마 지을때부터 있었을것이라 추정했다. 나는 차마 밑 떨어지는 빗물의 운치는 감소했지만 그만큼 낙수에 의한 바닥패임은 방지가 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기능과 운치를 상관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현대의 건축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창이나 문의 비율이 떠올랐다. 이 최순우옛집만 보아도 벽의 반은 문으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였다. 이는 바깥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내로 끌어 들일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겨울에는 난방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순이 옛집을 보면 전통적인 여닫이식 덧문에 미닫이식 유리문을 하나 더 만들어 난방의 효율과 동시에 바깥풍경의 운치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현대와 전통의 조화일거라 생각했다.

나는 이곳 저곳을 살피가 창고에 있는 석상도 발견을 했는데 이것도 궁금해 물어 보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 창고에 석상이 놓여 있는 것도 발견했다. 이것은 원래 마당에 배치되어 있던것을 치운 것인가 아니면 이곳을 좀 더 꾸미기 위해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인가?
자원봉사자 : 설마 창고에 들어가본 것이냐?
나 : 아니다. 까치발로 본것 뿐이다.
담당자 : 세종 돌 박물관이 기증한 것인데 전시를 했다가 임시로 창고에 보관중인 것이다.

그저 휙 둘러보고 간다면 이곳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수 없을것 같았고 이곳저곳 둘러보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덧 세시간이나 이 집에서 보내고 있었다. 직원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의 물음을 친절하게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답변해준 고마운 우리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활동은 아름답게 보였다.


뒤뜰에 핀 꽃


뒤뜰의 장독대


뒤뜰의 적목련

뒤뜰의 문신상


















사랑방의 현판 "午睡堂



자원봉사자 분들과 방문자들



건넌방의 현판 "梅心舍"



사랑방의 현판 "杜門卽是深山"



대문

현재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 바깥채


이렇게 책도 비치되어 있어 볼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의 문단속 도구






더 많은 최순우 옛집이 생기기를 바라며 작은 돈이지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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