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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편두통

by 막둥씨 2015. 3. 7.

그제부터 머리가 아팠다. 뒷머리 오른쪽이 10초~1분 간격으로 욱신 혹은 움찔 하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누군가 뇌 속에 손을 넣어 쥐어 짜는 것도 같고 혹은 피가 막혀 흐르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계속 아픈게 아니라 전혀 대비하지 못할 때 고통이 찾아오곤 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아팠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줄 알았더니 고통은 여전했다. 먼저 한의원을 갔다. 의사가 배를 누르니 아팠다. 장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플수 있단다. 이윽고 의사는 나의 의지도 묻지 않고 침을 놓기 시작했다. 생전 첨 맞아 보는 침이다. 아니, 한의원 자체가 처음이구나. 침을 다 맞으니 물리치료라며 부황 등을 떠줬다. 역시나 받을지 말지 등의 나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등에 페퍼로니가 생겼다.

 

한의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숨 낮잠을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전혀 차도가 없다. 견딜수 없는 고통이 간헐적으로 불쑥 불쑥 찾아왔다. 고통의 강도가 어제보다 더 세진것 같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종합병원 신경과를 찾았다. 의사는 여러가지를 물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한 일이 있냐?"였다. 나는 답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의사는 몇가지 일문일답 후 다른 동반되는 증상이 없다면 아마 편두통일거라 진단했다. 편두통은 머리 안 혈관이 수축 팽창하면서 신경을 건드리거나 하여 나타나는 고통이란다. 답도 없고 약도 없단 말로 들렸다. 그리고 덧붙여 혹시 뇌출혈 등이나 뇌기형일지도 모르니 CT를 찍어 보잔다. 방사선이고 뭐고 무서우니 동의했다. 다행히 CT에서 별다른 이상점은 발견되지 않아 편두통으로 결론이 났다. 어제부터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도 결과를 들으니 한결 안심이 됐다.

 

진통제와 안정제 따위를 처방받아 왔다. 도저히 약을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편두통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나의 편두통은 여기에서 끝나는 걸까? 머리가 아파서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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