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송정에서 바라 본 아우라지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에 위치한 아우라지는 평창군 도암면에서 발원한 송천과 삼척군 하장면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합류어 한강의 본류(조양강)을 이루는 지점이다. 아우라지라는 지명도 '어우러진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경기도 양평의 양수리(兩水里)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합쳐져 두물머리라 불리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 네비게이션에 아우라지를 치니 위의 사진에서 보는 오른편 강 건너의 넓은 공터가 나왔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 찾아왔는데 넓은 강가 공터만 덩그라니 나타나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건너편에 보니 사진으로 몇 번 보았던 그 풍경이 나타나 다시 차를 돌렸다. 장마 등 특이하게 물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건너편 공터에서 돌다리를 이용해 건널 수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깔끔하게 마련된 주차장과 화장실 그리고 공원이 있는 정선아리랑전수관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것 같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아리랑전수관쪽으로 차를 옮겼다. 지척에서 보이는 거리였지만 도로를 이용하니 저 멀리 보이는 다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이곳에는 전통 나룻배인 아우라지호가 있다. 뱃사공 할아버지가 일과시간 동안은 조그만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계셔서 손님이나 관광객이 있으면 태워주신다. 지금은 거의 관광상품이 되었지만 옛날 번듯한 다리도 없던 시절에는 참으로 유용했었음이 분명했다.
어쨋든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야영할 곳을 찾았다. 밤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온다는 소식에 지붕이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넓은 잔디밭을 가진 야외무대가 있었으나 텐트를 고정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또 너무 눈에 띄어서 관두었다. 다행이 근처에 작은 정자가 있어서 우리를 짐을 풀 수 있었다. 이곳도 다소의 쓰레기투기가 눈에 보였지만 어제에 비하면 약과여서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시간날때 청소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참 텐트를 설치하고 짐을 풀고 있다가 보니 우리가 발견한 정자에 큰 결함이 있었다. 완벽한 지붕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지붕으로 댄 송판들 사이사이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틈이 있었던 것이다. 이 지붕은 비를 피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늘만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날도 늦었고 그래도 없는것 보다야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이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시설 좋은 캠핑장에서 자더라도 바닥에 데크가 있을 뿐이지 천정은 어차피 없으니 이정도 정자면 준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위해 가져온 하우스용 비닐을 텐트 위에 씌웠다. 그래도 바닥으로 흘러 텐트 안으로 들어올 염려는 적으니 안심이었다.
아우라지의 신식 다리와 여송정
짐을 다 풀고나서는 주변을 산책했다. 강가 산책로를 따라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고 앞에는 명물인지 흉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정식 명칭은 찾을 수 없어 잘 모르겠지만 초승달 내지는 그믐달 - 보는 방향에 따라서 반대로 보이므로- 구조물이 설치된 이 다리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리 국토에 설치된 수많은 첨예한 구조의 현대식 구조물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아우라지의 달은 그 극치를 달리는 듯했다. 아우라지의 어우러지는 이미지와도 맞지 않았다. (혹여나 저 달의 의미와 구조물이 설치된 연유를 아시는 분은 가르침을 주셨으면 좋겠다)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것이 여송정이다. 여송정 옆에는 처녀상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총각상이 있다. 총각상은 근래에 만들어 진 것으로 보였으나 처녀상은 1987년 처음 세워졌다가 1999년 새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는 뗏목과 행상을 위해 객지로 떠난 님을 애닳게 기다리는 여인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량리의 한 처녀가 유천리에 사는 사랑하는 총각을 만나서 동백꽃을 따며 놀려고 나루로 나와 보니 간밤에 내린 비에 강물이 불어 배가 뜨지 못함을 안 남녀의 한스러운 마음에 대한 것이다. 아마 처녀상이 먼저 세워진 연유는 전자의 이야기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인 것 같고, 근래에 총각상이 추가로 세워진 것은 후자의 이야기에 연유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 이야기가 바로 그 유명한 정선아리랑(아라리)의 대표적인 가사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 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난 못살겠네".
이렇게 두 남녀를 떨어지게 한 애절한 사연의 아우라지를 나는 별다른 감흥이 나질 않는 초승달(그믐달) 콘크리트 다리를 이용해 건너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밤이 찾아왔다.
* 다음지도에서 아우라지 위치와 분류가 잘못되어 있다. 아우라지는 저수지가 아니며, 위치 또한 지도에서처럼 이상한 산 중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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