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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비오는 한 주를 보내고 지난 주 내내 저녁이면 비가 내렸다. 한번은 낮에 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미친 듯 폭우가 쏟아졌다. 때마침 점심밥을 먹으러 나가던 참인데, 15미터 앞 식당까지 가는데 바지가 홀랑 다 젖을 정도였다. 물론 우산은 쓰고 있었다. 이날은 사무실 안에 있자니 천둥번개와 함께 또다시 억수가 쏟아진다. 마당의 물 빠짐 속도가 하늘이 빗물을 쏟아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이내 작은 웅덩이가 된다. 한옥 지붕 테두리에 설치된 기울어진 물 받침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졌다. 거 참 시원하다!며칠 전 마당 한 켠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타일로 둘러진 가로로 긴 부분이 그것이다. 본디 잡다한 물건들이나 장독 따위를 올려놓을 수 있는, 마당의 콘크리트 선반이었는데, 콘크리트 부분을 깨 들어내고 흙을 .. 더보기
장마를 대하는 자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습도가 높자 몸은 금세 축축해진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어디선가 들렸다. 장마. 작년 장마때는 열심히 여행중이었다. 집이 없는 여행자들은 장마를 온 몸으로 체험했다. 습한 더위에서 오는 불쾌감이 하늘을 찔렀다. 높은 습도 속에서는 우산도 무용지물이 된다. 또 다른 장마의 기억은 중학교 시절. 우산을 들고 학교를 오갔지만 이것이 장마인지 아니면 그저 비가 내리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의 장마는 지금보다 덜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달라진 것일까? 어쩌면 단지 불평불만이 늘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를 즐기지 못하고 비를 불평하기만 하는 그런 사람이 된 건지도... 더보기
초목이 우거진 개울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냇가에 갈대가 웃자랐다. 20년 전 쯤 장마철에 불어난 물로 제방의 8부까지 물이 차 올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어른들은 제방둑이 터질까 노심초사 했을 것인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길이 막혀 도랑이 텨졌고 온 논밭이 물에 잠긴적도 있다. 함께 떠내려 온 토사에 집 앞 밭이 자갈밭이 되었다. 그렇게 하천정비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하천지대가 넓지 않았으나 정비하면서 지금이 모습이 됐다. 평상시는 물이 사진처럼 작은 시내로서 낮은 부분에만 흐르지만, 장마철엔 왼쪽에 보이는 갈대밭 전체가 잠긴다. 즉 왼편의 수풀도 사실은 하천바닥인 셈이다.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면 어릴 적 뛰어놀던 작은 모래사장과 개울이 있다. 이제는 아무도 뛰어놀지 않는 탓인지 아님 하천정비의 여파인지 모르지만 지.. 더보기
[전국일주 3일차] ① 정선 아우라지에서의 하루 지난 밤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가 새벽 1시에 깼다. 천둥번개와 함께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텐트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다시 잠이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걱정이 되어 텐트를 나와 한 번 더 점검을 했다. 텐트 위에 씌워놓은 비닐에 몇몇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돌을 아래에 괴어 사선처리를 해 물이 흐르도록 만들었다. 텐트를 한 바퀴 도는데 갑자기 후드득 소리와 함께 검은 물체가 평상 아래에서 튀어나왔다. 너무 놀라 소리도 못질렀다. 후레쉬를 비추어 보니 고양이 한 마리였다. 밤 사이 고양이 울음이 아련하게 들리는 꿈을 꿨다 싶었는데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비를 피해 정자의 평상 아래로 숨어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녀석이 도망을 가지 않고 3미터쯤 앞에서 나를 원망스런 눈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