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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사랑은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정의만이 있을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호기심기-설렘기-성숙기 일련의 감정을 크게 3단계로 분류해본다. 설렘기부터 성숙기까지를 사랑으로 정의한다면, 사랑은 변화하는 것이다. 초반의 설렘이 끝까지 가는 경우는 없다. 오래된 커플 내지는 결혼 십수년 차인데도 여전히 설레고 가슴이 뛴다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는 괜히 나온게 아니다. 성숙기 만을 사랑으로 정의할수도 있다. 일전에 본 교양다큐에서 인간의 호르몬 작용상 사랑의 유효기간을 측정한 적이 있었고, 결론은 900일 남짓이었다. 그건 아마 설렘기의 유효기간이리라. 설렘기가 끝나면 또 다른 형태의 감정이 찾아오고 관계가 형성된다. 이를 사랑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매.. 2023. 12. 2.
만국의 인간이여, 단결하라! 근래 세계를 달군 하나의 논쟁이 있었다. 시작은 모르는 '사람'과 자신의 '반려동물'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어느 쪽을 먼저 구하냐는 누군가의 질문이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을 택했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개나 고양이보다 못하다는 것이냐' 내지는 '사회가 어떻게 되려고…' 류의 분노나 당혹감을 내비쳤다. 그렇다. 오늘날 반려동물은 자타공인 우리네 삶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리고 해당 질문은 반려동물이 인류의 생활양식에 단순히 편입되는 수준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세가 됐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구한 자들을, 아마도 다수인 쪽은 아니었으.. 2023. 2. 27.
풀숲에 대한 중2병적 사유 풀-숲 「명사」 풀이 무성한 수풀.≒초망. 풀숲은 우리가 숲이란 단어로 흔히 떠올리는, 나무가 우거진 일반적인 숲과는 다르다. 숲에는 울창한 나무 사이로 길이 있고, 그 길 따라 숲 자체가 인간에게 열려있는 반면, 풀숲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풀숲은 인간에게 금기된 지역 또는 인간의 관심밖 영역이다. 인간이 풀숲에 진입코자 하면 필경 발이 구덩이나 늪에 빠지기 쉬우며, 혹은 거친 풀들에 종아리가 온통 긁힌다. 풀숲은 들짐승이나 야생의 생명들에겐 되려 열려있다. 풀이 당으로부토 웃자라 숲을 이룬 그곳은 들짐승들이 적으로부터 은폐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늑한 보름자리를 제공해준다. 비단 들짐승뿐만 아니라 작은 생명들인 풀벌레와 개구리 등이 어울어져 살 수 있는 생태계를 풀숲은 제공하기도 한다. 풀.. 2021. 3. 30.
종로3가 다람쥐와 데어데블 우리네 삶은 얼마나 쳇바퀴인가! 출근길에 한번씩 착찹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매일 아침마다 같은 사람을 만날 때다. 같은 시각 같은 전철 같은 사람. 시계바늘은 평생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구심점에 붙잡힌 원반경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시계가 아침 일곱시면 시계바늘이 어김없이 숫자 7에 다다르는 것처럼 인간 역시 부단히 움직이는 역동적인 삶이구나 착각할뿐 결국 "쳇바퀴 속 다람쥐의 삶을 사는구나"하고 순간 깨닫고는 한다. 출근길 전철에 매일 만나는 타인을 통해 나 역시 그와 같다고 깨달으니 우울하기 그지 없다. 거울을 본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만난 출근길의 한 다람쥐는 내게 다른 시선을 제시해주었다. 아침 출근길 3호선 종로3가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그.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3호선.. 2021. 2. 16.
다시, 필름을 감다 손에서 손으로 그리고 그 손이 다시 나에게로. 10년전쯤 녀석은 급변하는 시대에 무용지물이 되어 그렇게 나에게 왔다. 허나 무용지물인 것은 내게도 마찬가지. 한창 디지털 사진에 심취해 있을때라 더욱 눈길을 두지 않았다. 당시 디지털 사진은 나를 매료했었다. 상시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고, 찍은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맘껏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사진의 결과물도 좋아졌고 그게 더욱 나를 디지털 사진에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종내 디지털 사진은 나에게서 사진을 앗아갔다. 접근성이 좋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쉽게 찍는 다는 것 역시 그만큼 한 컷당 애정을 덜 쏟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카메라가 발전을 거듭하면 할 수록 더욱 심화되어 갔고, 어느정도 촬영자가 다닌 카메.. 2021. 1. 20.
사실, 상실, 망실 그리고 기실  [사실] 회사 동료가 낸 책을 읽게 되었다. 우연찮은 건 아니고, 그가 출판 경험이 있다길래 그를 졸라 기어코 책을 받아낸 것이다. 책은 펀딩을 통해 제작해서 시중에 판매하지 않았기에 구할 길은 그를 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는 책의 내용이 일기장과도 같아 아직 친구에게조차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다. 며칠을 졸라낸 덕에 받았으니 사실 내게도 보여주기 꺼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그의 책을 손에 넣었다. 표지는 책 이름과 저자가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고, 군데군데 책 쌓인 모양의 실루엣이 흰색으로 배치되어 있을 뿐이어서 꽤 단조로웠다. 일반적인 판매용이 아닌지라 독자를 사로잡을 화려한 표지나 문구가 필요 없었을 수 있지만, 그가 직접 책을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단순한 표지는 그의 감.. 2020. 10. 7.
코로나19 사태가 박쥐탓이라고? 연초 계획된 친구 모임은 모조리 취소다. 청첩장을 받았으나 가야 할지 고민이다.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닫기도 했고 부모는 휴가를 내야 했다. 직장이 폐쇄되고, 주말마다 빽빽하던 번화가나 쇼핑몰도 한산하다. 버스와 지하철 승객들은 너나 없이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기침하면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올라오는 기침을 꾹꾹 눌러보지만 참으려는 강박이 생기니 더 강렬하게 솟구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최대 관심사다. 이웃나라 중국은 확진자도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커지는 불안을 떨칠 수 없다. 대체 우리는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걸까? 시작은 박쥐 “인정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를 유발하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현미경으로.. 2020. 9. 2.
주여, 어디로 가나이까 사과 먼저 드립니다. 제목이 ‘낚시’였습니다. 글 제목 “주여, 어디로 가나이까”에서 표현한 ‘주’는 종교적 절대자가 아닌 동물원(zoo)입니다. 1세기 로마의 기독교 박해를 다룬 동명의 책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책 역시 베드로가 당시 그리스도에 했던 질문을 그대로 제목으로 차용했습니다. 2천 년 전 예수는 박해를 피하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고, 입신양명을 꿈꾸고 예수를 따랐던 베드로 역시 마지막에는 순교의 길을 따른 바 있습니다. Oh, Jesus! 동물원에 순교는 없지만, 고통스러운 박해는 숱합니다. 그리고 박해의 가해자는 특정 종교 집단도 정치 집단도 인종 집단도 아닌 우리 모두입니다.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대전동물원의 퓨마 탈출 사건으로 동물원 동물들의 처우와 관.. 2019. 6. 17.
"묻나니 직시하라!", 책 <묻다> 인류세(人類世)라는 개념이 있다. 46억 년 전 탄생부터 지구 역사를 여럿 지질 시대로 나누는데, 인류가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현대를 새로운 세로 분리하자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지난 2000년 처음 인류세 개념을 제시했는데, 많은 이들이 핵실험이 처음 실시된 1945년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대개의 지질 시대가 백만, 천만 년 단위의 기간으로 나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파격적이다. 그만큼 인류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인류세의 대표 화석이다. 삼엽충, 암모나이트가 각 지질 시대를 대표하는 것처럼, 훗날 인류세의 대표 화석은 인간이 되는 걸까? 제 자신을 만물의 영장으로 부르며, 인류는 일찌감치 지구 생명체의 .. 2019.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