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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종로3가 다람쥐와 데어데블 우리네 삶은 얼마나 쳇바퀴인가! 출근길에 한번씩 착찹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매일 아침마다 같은 사람을 만날 때다. 같은 시각 같은 전철 같은 사람. 시계바늘은 평생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구심점에 붙잡힌 원반경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시계가 아침 일곱시면 시계바늘이 어김없이 숫자 7에 다다르는 것처럼 인간 역시 부단히 움직이는 역동적인 삶이구나 착각할뿐 결국 "쳇바퀴 속 다람쥐의 삶을 사는구나"하고 순간 깨닫고는 한다. 출근길 전철에 매일 만나는 타인을 통해 나 역시 그와 같다고 깨달으니 우울하기 그지 없다. 거울을 본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만난 출근길의 한 다람쥐는 내게 다른 시선을 제시해주었다. 아침 출근길 3호선 종로3가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그.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3호선.. 더보기
다시, 필름을 감다 손에서 손으로 그리고 그 손이 다시 나에게로. 10년전쯤 녀석은 급변하는 시대에 무용지물이 되어 그렇게 나에게 왔다. 허나 무용지물인 것은 내게도 마찬가지. 한창 디지털 사진에 심취해 있을때라 더욱 눈길을 두지 않았다. 당시 디지털 사진은 나를 매료했었다. 상시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고, 찍은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맘껏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사진의 결과물도 좋아졌고 그게 더욱 나를 디지털 사진에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종내 디지털 사진은 나에게서 사진을 앗아갔다. 접근성이 좋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쉽게 찍는 다는 것 역시 그만큼 한 컷당 애정을 덜 쏟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카메라가 발전을 거듭하면 할 수록 더욱 심화되어 갔고, 어느정도 촬영자가 다닌 카메.. 더보기
송구영신과 작심삼일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자, 이제 신년이군! 하며 펜을 들었다고 쓰고 새게시물 작성 버튼을 클릭했다. 제목은 잠시만 고민한다. 연말연초니 묵어버린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 한다는 의미의 송구영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밋밋하다. 그렇지, 신년에는 누구나 새해계획을 세우지. 그러니까 작심삼일(?)도 덧붙이기로 한다. 돌이켜보건데 언제인가부터, 아니 언제나 늘 새해 계획은 작심삼일과 동의어가 되어버려 왔다. 수줍은 고백을 또 하자면 이 글도 자! 이제 신년이군 하며 매우 연초에 제목을 달고 사진만 올려 놓았던 것을 무려 2월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이어쓰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다 깨어 한 번 다시 잠들 기회를 놓친 후지만 여전히 이불속 휴대폰을 붙들고서. 하지만 올해의 다짐 하나 해놓은 것은 .. 더보기
이른 추석 이른 수확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이르다. 무더웠던 여름이 이제야 겨우 물러간것 같은 9월 중순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음력으로 명절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력으로 명절을 정하다 보니 양력으로 보면 해마다 크게는 할 달씩 날짜가 왔다갔다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설보다는 이번처럼 추석 날짜가 문제인데, 배나 사과 등 과일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자연의 시간보다 빨리 수확을 해야 추석 대목에 상품 출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과일 등을 조속히 성숙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쓰는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방법 또한 그리 좋을 리가 없을 것 같다. 일본은 양력으로 명절을 바꾸었다고 들었는데 아마 이런 이유도 한 몫 했으리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올.. 더보기
11월 1일 새로운 시작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4년쯤 전 졸업을 하며 시골 생활을 결심했을 때처럼. 그리고 다시 1년 이후 상경해 환경운동에 몸담아 3년간 글을 쓰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처럼 지금,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내려놓기를 했다.###새로운 시작을 위한 내려놓기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불과 1주일 만에 느닺 없는 시작을 하게 됐다. 앞이 캄캄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이리라.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전에 만전을 다할 것이다. 더보기
길상사 비오는 날 길상사를 찾았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이후로 길상사 방문은 처음인듯하다. 늘 굳게 잠겨 있던 법정스님의 거처가 지금은 개방돼 있었다. 물론 암자에서 지내셨던 법정스님이 거의 이용하시진 않던 방이지만, 평소 길상사는 언제든 스님이 오시면 이용하실 수 있게끔 비워두고 있었다. 입적 이후 지금은 법정스님의 영정사진을 모셔 방문자들에게 개방한 것 같았다. 마치 스포츠 선수에게 최고의 영예가 영구 결번인 것처럼 이 방도 법정스님을 기리기 위해 계속 비워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한 방문자들은 처마 아래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빗소리를 들었다. 조용한 경내 분위기가 평소에는 세간의 소리에 묻혀 듣기 힘들었던 자연의 소리를 더욱 키웠다. 모든 것이 평온했고 각자의 내면의.. 더보기
0416 "제가 어렸을 때 촌에서 자랐는데, 송아지를 먼저 팔면 어미 소나 아빠 소가 밤새도록 웁니다. 하루만 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열흘 끊이지 않고 웁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고 끊어질 듯이 웁니다. 그러면 적어도 제 기억에는, 송아지를 팔았던 우리 삼촌, 동네 아저씨가 그 다음 날 아침에 담배 하나 피워 물고 더 정성껏 소죽을 끓였습니다. 영문도 몰랐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 소 앞에서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했고, 왠지 모를 죄책감을 함께 느꼈습니다. 저도 그 소의 눈을 오래 바라보면서 그 소를 어루만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 소는 왜 우냐'고 타박하는 이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소가.. 더보기
이별의 문장 "우리의 만남이 너무 짧았다고 네게 불평과 한 섞인 말들을 했었는데, 한가한 어느 날 홀로 앉아 조용히 지난 여름날들을 떠올려 보니 봇물 터지듯 추억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정말로 수많은 일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그 짧은 시간에 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그러나 또 다시 언제나 ‘좀 더’ 라는 생각과 아쉬움과 그 모든 것들의 여운이 나의 마음 저 안쪽에 남아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것이, 일상에 몸담아 사소한 일을 하다가도 문득 의지에 아랑곳 않고 다시 떠올라 감정을 휘저어 결국 불안한 영혼을 가진 나라는 인간을 잊지 않게 하는데, 그것은 꽤나 고통스럽고 또 애절한 것이어서 과연 이런 상태가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좋은 것인지는 혹은 나쁜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고 또 어떻게 이 모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