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일상268 시계 선물 이른바 손석희 시계라 불리는 카시오 시계를 선물 받았다. 고급스런 은색 메탈바디에 방수기능, 스톱워치, 알람 그리고 전자식 백라이트까지 겸비한 첨단 디지털 시계!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 카시오의 야심작!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자랑스레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모두 한결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쓰시던 것 같은데……” 아! 이것은 스테디셀러의 방증이리라? (고마워요. 잘 쓰겠습니다. 이제 시계에 어울리는 옷을 사 주세요.) 2014. 2. 16. 일기장이 없다 블로그로 옮겨오기 전부터 치자면 7년 가까이 쓰던 잡설(혹은 쓰레기통) 코너인데, 문득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하소연할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이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소화하기 힘든 개인적인 배설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몇 개인가의 블로그를 새로 개설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관리상의 어려움만 깨닫고 다시 지금의 블로그로 돌아오곤 했다. 왜 쓰지 못했을까? 사적인 블로그임에도 사적이게 느껴지지 않은 탓이 컸다. 그래서야 이도저도 아니지 않는가? 이제 사적으로도 좀 써봐야지!! 새해라는 건 이게 좋다. 무언가를 공식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주위에서도 응원해주고 말이다. 어쨋든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그래서 나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어 넣.. 2014. 1. 11. 자전거 산책 운동이 필요했다. 환절기 때 마다 편도선에 감기로 고생하는 편인데, 유산소 운동으로 폐기능을 향상시켜야 환절기를 덜 탄다고 한다. 달리기를 해 볼까 잠깐 생각했지만 너무 힘든데다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달리기는 포기,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우리집 자전거는 비록 기어도 없고 앞에는 바구니가 달려있지만, 동네길에선 타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경품으로 받은 것이니 마음은 더 가벼우리라. 그런데 막상 페달을 밟기 시작하니 도무지 어느 정도를 달려야 하는지 감이 안왔다. 큰 도로인 아스팔트 길은 안전상의 이유로 나가고 싶지 않았기에 루트의 제한이 있었다. 일단 가장 긴 직선 길인 하천 제방길을 달렸다. 비포장이라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던 서쪽 제방이 몇달 전 포장되어 자전거로 달리기 좋아진 덕분이다. .. 2012. 9. 22. 동부콩을 심다 내 방 서랍을 정리하던 중 한줌의 콩이 든 주머니를 발견했다. 지난 초여름 커피콩을 싹 틔우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커피콩이 든 주머니를 잃어버렸는데 나는 이 주머니가 그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부모님께 여쭤보니 이건 커피가 아니라 동부콩이라는 식물이었다. 작년 집 뒤에 동부콩을 조금 키웠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겨우 수확한 것이 한줌이었던 것이다. 6개를 싹틔워 화분 세 개에 두 개씩 나눠 심었다. 겨울동안 실내에서 녹색 식물들을 키워 볼 요량으로 싹을 틔워 본 것인데, 예상 외로 무럭무럭 자라 화분에 옮겨심지 않을 수 없었다. 동부는 콩의 일종이므로 줄기가 쭉쭉 뻗어 올라갈 것이다. 내 방이 온통 콩덩쿨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적당히 키워야 겠다. 옛날에는 동부콩을 밥에도.. 2012. 9. 21. 반찬장사 트럭 "굵고 싱싱한 계란이 왔습니다.... 칼치 고등어 물명태 오징어 꽁치.. 포도 바나나 감자 당근 파 오뎅 칼국수 만두 떡국 떡볶이 맛살 김 소시지... 청국장 간장 물엿 엿질금 당면 화장지 퐁퐁 밀가루 다시마 미역 무 배추 정구지 버섯.. 호박 생강 액젓.. 콩나물 두부가 왔습니다." 갖은 부식을 실은 포터트럭이 동네 골목으로 진입한다. 십수년 전 부터 들어오던 똑같은 멘트. 아무래도 같은 아주머니가 꽤나 오랫동안 장사를 하신 것 같았다. 시골에서 흔히 '반찬장사'라 부르는 부식판매트럭은 확성기를 믿자면 없는게 없을 정도다. 직접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대부분을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버스비가 거리에 상관없이 1000원으로 통일되었지만, 예전에는 읍내까지 가려면 5000원 가까이 들었었.. 2012. 9. 7. 동물원 며칠 전 동물원을 산책했다. 날씨는 전날까진 비가 내렸는데, 이날은 다시 해가 났고 더위가 찾아왔다. 동물들은 그늘에서 쉬거나 아니면 볕을 쬤다. 그리고 한결같이 낮잠을 자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맘편히 쉬고있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동시에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는 생각은 우리들을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고도의 지능을 지닌 이 동물들이 우리에게 이런 '사육'에 대한 착각을 심어준 다음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낮잠이나 퍼질러자는 이 동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가 잠든 사이 동물들은 조용히 우리를 열고 나오며 우리 인간들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사진.. 2012. 8. 29. 날씨가 나를 부른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못배기는 날씨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런 날씨였다. 햇볕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듯 강렬히 쏟아졌지만 전혀 뜨겁지는 않았고, 기분좋은 바람은 불어와 나무들이 손짓하게 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설명들이 다 무색할 만큼의 날씨라는게 최선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런 날엔 그저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으며 할 일이 없어도 밖을 나가게 된다. 일 년 중 몇 안되는 날이라 경험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하릴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전거로 동네를 한 바퀴를 느긋하게 돌았다. 바라보는 모든것이 눈부셨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사진들이 자동으로 찍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을 찍는 법은 어떠한 테크닉이나 장비의 도움도 아닌 바로 '그 때 그 곳에 카메라를 든 내가 서 있.. 2012. 6. 19. 강제 기상 오늘 놀라운 일이 있었다. 어제밤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 든 탓도 있고 또 아침 일찍 엄마가 나가셔야 되는 날이라 집안이 소란스럽기도 한 탓에 나는 다소 일찍 잠에서 깼다. 어찌되었건 새벽 5시는 내가 일어나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그 놀라운 일은 6시 30분쯤 일어났다. 집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잠결에 들린 것이다. 시골에서는 집안 어른을 부를때 자식의 이름을 대신 부르곤 한다.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버지도 아니고 그냥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나는 으레 부모님을 찾는 목소리로 생각했고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으므로 이를 확인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반쯤 잠에 취해 있어서 대답할 정신도 없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의.. 2012. 6. 16. 겨울 봄 여름 가을 오늘 시골생활기 카테고리에 여름 항목을 추가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이 우리가 흔히 사계절을 이야기 할 때 반드시 봄,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숫자로 보는 1년의 시작은 겨울이다. 올 해 초 시골집으로 내려와 생활기를 조금씩 쓰면서 처음 만든 카테고리는 분명 겨울이었던 것이다. 생명의 순환의 시작이 봄이기 때문에 봄 부터 이야기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으며 아마 대부분 그러리라 직관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것은 봄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럼에도 사실 순환에는 시작점이 없다. 가을에 씨가 떨어져야 이듬해 봄이 존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혹독한 겨울을 보낼수록 그 다음에 찾아오는 봄의 농사도 .. 2012. 6. 1. 이전 1 2 3 4 5 6 7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