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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날씨가 나를 부른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못배기는 날씨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런 날씨였다. 햇볕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듯 강렬히 쏟아졌지만 전혀 뜨겁지는 않았고, 기분좋은 바람은 불어와 나무들이 손짓하게 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설명들이 다 무색할 만큼의 날씨라는게 최선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런 날엔 그저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으며 할 일이 없어도 밖을 나가게 된다. 일 년 중 몇 안되는 날이라 경험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하릴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전거로 동네를 한 바퀴를 느긋하게 돌았다. 바라보는 모든것이 눈부셨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사진들이 자동으로 찍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을 찍는 법은 어떠한 테크닉이나 장비의 도움도 아닌 바로 '그 때 그 곳에 카메라를 든 내가 서 있는것'이였는데 오늘 몸소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좁고 작은 들판이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 내 뒤로는 냇가 하나만 사이에 둔 산이 있었다. 말인즉, 지금 사진에 보이는 산과 나의 거리가 곧 우리 동네의 폭이라는 뜻이다. 산과 산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가 마을의 양 입구는 좁기까지 해 마치 작은 분지같은 곳이 우리 동네다. 

어릴적 자신이 사는 지역을 도시, 농촌, 어촌, 산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고민되는것이 우리 동네가 농촌인지 산촌인지의 여부였다. 농사를 생계로 살아가고 있으니 농촌인 것도 같았고 동시에 깊은 골짜기 속 마을이며 산지면적이 더 넓으니 산촌인것도 같았다. 게다가 누구도 그 정의를 내려준 적도 없으며, 딱히 고민하는 사람도 있어보이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산림기본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에 의거 아래의 요건에 해당하는 읍·면을 산촌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 행정구역면적에 대한 산림면적의 비율이 70퍼센트 이상일 것

 - 인구밀도가 전국 읍․면의 평균 이하일 것

 - 행정구역면적에 대한 경지면적의 비율이 전국 읍․면의 평균 이하일 것

무언가 얼핏봐도 세 가지 다 만족할 것 같은데 일단 아래의 두 가지는 전국 평균을 찾아봐야 하므로 귀차니즘으로 건너뛰기로 하고 첫 번째 것만 찾아보았다. 군위군청에서 제공하는 2011년 토지현황자료에서 내가 사는 고로면 지역을 살펴보면 전체면적이 114,601,298제곱미터 이며 그 중 임야(Forest Field)의 면적이 98,458,659제곱미터 였다. 계산해 보니 산림면적의 비율이 85.9퍼센트로 - 세상에!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산의 비중이 높았다 -  요건에 충분히 해당되었다.

예전에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의 고교 학창시절 한 국어선생님께서는 이 지역을 '산과 산 사이에 줄을 연결해 빨래를 너는 산골짜기 마을'로 표현한 적이 있다. 물론 나는 우리동네 보다 더 골짜기인 마을을 몇번인가 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동네가 골짜기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도시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다들 혀를 내두르니까.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무더위도 곧 찾아올 것이다. 이래저래 야외활동을 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날씨가 불러서 밖에 나갔다 온 나는 이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겠다. 언젠가 또 다시 찾아 올 부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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