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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반찬장사 트럭

by 막둥씨 2012. 9. 7.

"굵고 싱싱한 계란이 왔습니다.... 칼치 고등어 물명태 오징어 꽁치.. 포도 바나나 감자 당근 파 오뎅 칼국수 만두 떡국 떡볶이 맛살 김 소시지... 청국장 간장 물엿 엿질금 당면 화장지 퐁퐁 밀가루 다시마 미역 무 배추 정구지 버섯.. 호박 생강 액젓.. 콩나물 두부가 왔습니다."

갖은 부식을 실은 포터트럭이 동네 골목으로 진입한다. 십수년 전 부터 들어오던 똑같은 멘트. 아무래도 같은 아주머니가 꽤나 오랫동안 장사를 하신 것 같았다. 시골에서 흔히 '반찬장사'라 부르는 부식판매트럭은 확성기를 믿자면 없는게 없을 정도다. 직접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대부분을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버스비가 거리에 상관없이 1000원으로 통일되었지만, 예전에는 읍내까지 가려면 5000원 가까이 들었었다. 게다가 농번기에는 이 마저 나갈 시간이 없으니, 시골사람들에게 이 부식판매트럭은 꽤나 유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골 인구도 확연하게 줄었고 자가용을 소유한 가정도 늘어났으며 버스 요금도 내림에 따라 이 부식판매트럭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도 확연히 줄었다. 게다가 고유가시대에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려면 장사꾼의 마진은 더욱 줄어든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장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다.

많은 것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을 것이다. 저 부식판매트럭도 언젠간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것은 편리함의 증대가 아닌 불편함의 증대일지언대, 나는 여러모로 서두에 나열했던 확성기의 목소리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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