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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자전거 산책

by 막둥씨 2012. 9. 22.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 여기저기 녹이 슬었다.

운동이 필요했다. 환절기 때 마다 편도선에 감기로 고생하는 편인데, 유산소 운동으로 폐기능을 향상시켜야 환절기를 덜 탄다고 한다. 달리기를 해 볼까 잠깐 생각했지만 너무 힘든데다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달리기는 포기,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우리집 자전거는 비록 기어도 없고 앞에는 바구니가 달려있지만, 동네길에선 타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경품으로 받은 것이니 마음은 더 가벼우리라.

그런데 막상 페달을 밟기 시작하니 도무지 어느 정도를 달려야 하는지 감이 안왔다. 큰 도로인 아스팔트 길은 안전상의 이유로 나가고 싶지 않았기에 루트의 제한이 있었다. 일단 가장 긴 직선 길인 하천 제방길을 달렸다. 비포장이라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던 서쪽 제방이 몇달 전 포장되어 자전거로 달리기 좋아진 덕분이다.

서쪽 끝에서 출발해 동쪽 끝까지 달린 후 좌회전을 두 번하고 논과 밭 중간으로 나 있는 길로 돌아왔다. 그러면 출발지점인 우리집이 이내 나온다. 한 바퀴 도는데 10분도 채 안걸리는 듯 했다. 두바퀴 반쯤 도니 대략 20분이 흘렀다. 길은 일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멘트길이었으며 평탄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속도를 높였다. 시원한 바람이 두 뺨을 스쳤다.

풍광도 좋았다. 제방길은 대략 1km 남짓 되는데 바로 옆에 흐로고 있는 내에선 물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큰 키를 가진 백로가 두 마리나 쉬고 있다. 반대편으로는 마을이 말 그대로 한눈에 들어온다. 제방길이 논밭이나 집이 있는 평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틀째인 오늘은 태양이 서산 저편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달렸기에 기분이 더욱 좋았다. 일몰. 태양이 산속으로 들어간다면 나는 마치 태양속으로 달려가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꾸준함을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딱히 운동이라 칭하기도 뭣하다. 게다가 마음가짐도 무척이나 여유로웠기에 정체성은 '자전거 산책'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이렇게 산책해야 겠다. 그리고 훗날 누군가 우리집으로 놀러 온다면 꼭 이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경품에선 자전거를 한 대 밖에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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