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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동부콩을 심다

by 막둥씨 2012. 9. 21.

내 방 서랍을 정리하던 중 한줌의 콩이 든 주머니를 발견했다. 지난 초여름 커피콩을 싹 틔우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커피콩이 든 주머니를 잃어버렸는데 나는 이 주머니가 그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부모님께 여쭤보니 이건 커피가 아니라 동부콩이라는 식물이었다. 작년 집 뒤에 동부콩을 조금 키웠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겨우 수확한 것이 한줌이었던 것이다.

6개를 싹틔워 화분 세 개에 두 개씩 나눠 심었다. 겨울동안 실내에서 녹색 식물들을 키워 볼 요량으로 싹을 틔워 본 것인데, 예상 외로 무럭무럭 자라 화분에 옮겨심지 않을 수 없었다. 동부는 콩의 일종이므로 줄기가 쭉쭉 뻗어 올라갈 것이다. 내 방이 온통 콩덩쿨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적당히 키워야 겠다.

옛날에는 동부콩을 밥에도 섞어 먹는 등 많이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좀처럼 구경하기 쉽지 않다. 동부콩은 영어로 cowpea 또는 blackeyed pea라 불린다. 미국에선 사료용으로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cowpea로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동부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까만색의 돌기가 마치 눈처럼 솟아 있는데 Black Eyed Pea는 이런 모양에서 유래한 듯 하다. 

유명한 미국 힙합그룹 중에는 이름이 동일한 The Black Eyed Peas(BEP, 블랙 아이드 피스)라는 그룹이 있다. 동부콩은 미국 남부지방 요리에서 종종 사용되는 재료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는 Soul food 로 여겨진다.[각주:1] 때문에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자신들도 Soul 음악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현재의 그룹 이름이 되기 전 Black Eyed Pods라는 명칭을 먼저 사용했다고 하니, 처음부터 이런 뜻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것 같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는데 왜 작년에는 실패했는지 모르겠다. 덧붙여 올 겨울엔 큰 화분에도 흙을 채운 뒤 고추등을 심어 거실에서 키워볼까 생각중이다.

  1. 다음의 사이트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것 같으나 자세히 보기는 힘에 부치므로 참고삼아 남겨둔다. 글쓴이는 Soul food의 예를 몇가지 들며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건너왔을 음식들'이라 표현하는데, 원산지가 아프리카인지 미국땅에 처음 전해진것이 아프리카로 부터인지 꽤나 모호하다. 관심있는 사람은 전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http://www.enotes.com/african-american-foodways-reference/african-american-foodway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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