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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268

포스트모던적 인간 종종 들리는 커뮤니티에서 얼마전 근친혼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는 한 네티즌이 '사촌여동생과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글을 올리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근친혼에 대해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근친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생학적으로 볼때 유전질환의 가능성 때문인데 이것이 6촌의 경우는 애매하더라도 7촌 8촌에 이르면 초산인 40대 임신부의 아이에서 발병할 가능성보다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에서 8촌까지 혼인을 금지하는 것(민법 809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티즌은 다시 묻는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성관계를 가지지만 않는다면 사촌간의 사랑도 아무 문제가 없는것 아니냐고.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이 위의 사촌동생과 사.. 2011. 5. 26.
자살을 권유하는 사회 최근 한 스포츠 선수와 여 아나운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로 인터넷이 뜨겁다. 여 아나운서가 자살하기 전까지 그녀를 비난하고 또 가십거리로 여기던 네티즌들은 그녀가 죽고나자 애도를 표하며 이번에는 스포츠 선수에게 그 비난의 화살을 맹목적으로 쏘아대고 있다. 이 선수마저 자살해야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맹목적이고 책임전가적인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관 둘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비판은 기대하기 힘든 것인가? 2011. 5. 26.
시골의 밤 시골의 밤이 찾아왔다. 밤부터 비가내린다고 하더니 서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짙푸른 밤하늘과 붉은 가로등빛이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 나는 이런 밤이 좋다. 개구리 소리가 창 밖으로 울려퍼진다. 좀 더 가까이 듣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 다가갈 찰나 울음이 뚝 끊긴다. 내가 다가가고 있는걸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아직은 지천으로 울려퍼지는 정도는 아닌데 모내기가 끝날 즈음이면 온 사방의 논에서 울어댈 것이다. 저녁 식사와 함께 간단히 반주를 하였더니 이른 밤임에도 눈이 감긴다. 아마 시골의 시차에 적응된 탓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서울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때 그리움은 배가 된다. 고향에 있어도 고향이 그립게 된다. 2011. 5. 9.
고추 심기 농사일 4일째. 오늘은 고추와 가지를 심었다. 고추는 모종이 남았는데 가지는 모자라 마련해 놓은 밭에 다 심지 못하고 비워둘 수 밖에 없었다. 심는 간격이 너무 가까웠던듯 하다. 이 두 작물은 팔기 위해 많이 하는게 아니었기에 일은 두세시간만에 끝났다. 덕분에 일찍 일을 끝내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이제 밤 사이 예보된 비만 내려 주면 된다. 옮겨 심은 작물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일 것이다. 2011. 5. 9.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다 높이 3미터는 족히 됨 직한 통유리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잡무를 했다. 처음 안개가 자욱하던 창 밖 풍경이 이내 밤중처럼 어두워졌다. 그러다 비가 쏟아졌고 번개가 한 두 번 치더니 또 다시 밝아진다. 비는 여전히 내렸다. 멀리 보이는 교회가 안개에 뿌옇다가 어두워짐과 동시에 사라지고 다시 비와 함께 가시의 영역으로 돌아온다. 하루종일 비가 올것이 예견되었음에도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비는 계속 내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한 여인의 우산에 끼어들었다. 비가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들어 준 것이다. 사실 생의 많은 즐거움은 완벽함 속이 아니라 헛점이 있는 가운데서야 찾아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2011. 5. 1.
봇도랑 치우기 봇도랑은 논에 봇물을 대기 위해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도랑을 말한다. 모내기를 하기 전 4월의 봄에는 이 봇도랑을 청소해야 한다. 물을 다시 흘려 보내기 위해 겨우내 도랑에 쌓인 흙이나 돌등을 퍼내는 것이다. 아침 일곱시 반. 그날 청소하기로 한 봇도랑을 끼고 있는 논의 주인들은 가구마다 한 명씩 삽을 들고 모였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삽을 들었다. 총 열명 남짓의 인원이었고 성별은 반반이었다. 그런데 충격적인것은 그날 모인 사람 중 나를 제외하고 나면 가장 막내의 나이가 예순셋이었던 것이다. 일을 마치고 할머니들과 나는 맥주를, 아저씨들은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께 마을사람들의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외지에서 이사온 40대 아저씨를 제외하면 막내의 나이가 55살 정도라 했.. 2011. 4. 24.
dOB 빈 속에 한 모금 마신 맥주가 금새 취기가 되어 올라온다. 귀에서는 차이코프스키가 울려퍼진다. 반주로 마시기에는 근래 하이트에서 나온 '드라이피니시 d'가 드라이 한 것이 가장 알맞는듯 하다.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MAX'등의 라거는 반주로 마시기에는 너무 달고 맛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 맥주는 효모를 이용해 맥즙 내의 당분을 깨끗이 발효시켜 잔맛이 남지 않는다) - - - - - - - - - - 맥주는 드래프트(Draft), 에일(Ale), 스타우트(Stout), 라거(Lager), 드라이(Dry) 등 제조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드래프트는 흔히 아는 생맥주로 저온에서 발효시킨 후 발효균을 살균하지 않은 채 마시는 맥주를 말한다. 에일 맥주는 ‘상면 발효’ 효모에 의해 실내 온도와 .. 2011. 4. 17.
역행 逆行 홀로 앉아 맞이한 늦은 오후. 볕은 따가우나 바람은 차 옷깃을 여미게 된다. 아직 봄은 남았다. 아니, 이제 진정한 봄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역행逆行한다. 2011. 4. 5.
1000cc 1000cc 모닝으로 달리라고? 난 1000cc 맥주로 달리련다! 2011.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