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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268

씀바귀 김치도 담궈먹고 무쳐서도 먹는다는 씀바귀. 나는 한 번도 먹어 본 기억이 없어 여쭤보니 씀바귀는 맛이 써서 우리집에선 안먹는다고 한다. 사실 다른 집들은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늘 먹던 것에서 가끔은 벗어나기 위해 보리밥같은 옛음식을 종종 먹는다던데 우리집은 그런것이 없다. 부모님의 표현을 빌자면 '먹을 것 쌨는데(많은데) 그런건 뭐하러 먹냐'는 식이다. 굳이 어려웠던 시절의 음식을 드시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것 같다. 그래서 밥도 늘 다른 것을 섞지 않고 오로지 하얀 쌀밥만 먹는다. 며칠전 중고책방에서 어린이용 식물도감을 하나샀다. 으로 비매품표시가 찍혀있는 것이 교과서거나 부록같아 보이는데, 무시할 것이 못되는게 이곳에 도록되어 있는 식물이 무려 500여가지가 넘기 대문이다. 한 번 훑어 보았는데 이 책.. 2012. 5. 31.
눈을 맞이하다 잠시 서울을 비운 지난 금요일 눈이 내렸다. 덕분에 올해는 한 두 송이 날리던 어설픈 눈 말고 제대로 된 눈을 아직 보지 못했었다. 오오후 5시무렵.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시야를 가려 창 밖 풍경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내렸다. 기쁜 마음에 집 밖을 나오니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채 30분도 내리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 양이 많았던지 세상은 이미 하얗게 변해있었다. 겨울에 맞이하는 대부분은 풍경은 밋밋하기 짝이 없다. 푸르른 잎이 있는 것도 아니요 가을처럼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는 가로수를 동반한 잿빛 풍경만이 있을 뿐이다. 산에 가면 사철 푸르다는 소나무가 있지만 햇빛이 강렬하지 않아 색채도 옅다. 이런 이유로 종종 주위의 지인들이 내게 겨울의 가 볼 만한 곳을 추.. 2011. 12. 28.
산책 하늘은 흐렸으나 기온은 간만에 풀려 따뜻했다. 오전에 일정을 끝내고 오후에 3시간 정도 여유롭게 산책을 했다. 조금 걷다보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역시 춥지는 않았다. 서울은 많은 것들이 혼재해 있는 장소인것 같다. 종종 보이는 고즈넉함과 아름다운 것들. 하지만 오늘 재개발지구를 둘러 이어진 서울성곽길을 걸으며 나는 서울을 떠나 살겠노라 생각했다. 성곽의 능선에서 바라본 옹기종기를 넘어서 빼곡한 건물 풍경이, 그래서 내가 '아 서울에는 1000만이 사는구나..'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만든 그것이 나를 자극한 것이다. 다음날 감기몸살에 앓아 누웠다. 2011. 11. 27.
어느 부자와 어부의 대화 (한가로운 어부 이야기) 호주에서 머무를 적 여유롭게 낚시했던 오후녘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부자와 어부의 대화이다. 도시에서 온 부자가 해변을 거닐다 자기 배 옆에 드러누워 빈둥빈둥 놀고 있는 어부를 보고 어처구니 없어하며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여보쇼 ! 이 금쪽같은 시간에 왜 고기잡일 안가시오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아 놨습니다. 시간이 날때 더 잔뜩 잡아놓으면 좋찮소 그래서 뭘 하게요 ? 돈을 더 벌어 큰 배 사고, 더 넓은 바다로 가 더 많이 잡고. 그러면 돈을 더 벌어서 그물을 사고..... 그러다 보면 나처럼 부자가 되지 않겠소? 그러고는 뭘 합니까 아, 그렇게 되면 편안하고 한가롭게 삶을 즐길 수 있잖소. 부자의 말에 어부가 대답했다. . . . .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2011. 7. 9.
흐르는 강물처럼 문수 스님은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백양사를 보고 발심해 절에 찾아가 행자 생활을 했다. 출가는 해인사에서 했고 승가대학에서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문무관 생활을 하며 세속과 거리를 두었다. 여동생이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을 정도였다. 그를 보좌한 견월스님도 문무 스님의 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 문수 스님은 견월 스님을 만나면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 "스님, 나를 찾는 전화가 오면 나 떠났다 하시고, 누구든지 나를 찾아오면 나 떠났다 하세요. 난 어느 누구도 안 만날 겁니다." 견월스님은 3년 동안 그와 대화를 나눈 시간이 통틀어야 두 시간 정도라고 했다. 그를 만나는 때는 하루 한 번 공양을 할 때다. 대화라야 절 마당에서 잠시 주고받는 한두 마디가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 2011. 7. 2.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가난한 사랑의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매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에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던 내등뒤에 터지던 네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 - - - - - - - - "돈이 없어도.. 2011. 7. 2.
인용인가 권위에의 호소인가 우리는 수 많은 글들을 쓰며 잘 알지도 못하는 유명인의 이론을 끌어다 쓰곤 한다. 대저 이는 인용인가 아니면 단순 권위에의 호소인가. 제대로 이해하고 쓴다면 인용이지만 그렇지 않다면(많은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다) 그저 권위에의 호소일 뿐이다. 게다가 현학적이기만 한 글들 혹은 한줄로 요약될 수 있으나 한페이지를 훌쩍 넘겨 버리는 글들이 난무한다. 일전에 한 책에서 저자가 인문학자들이 그들의 논문에 끌어다 쓴 과학적 이론이나 지식들이 사실은 오류투성이라는 것을 조목조목 밝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발표 논문이 실은 오류 투성이였던 것이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당시 꽤나 충격적이었으며 특히 다빈치 이래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골이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통감할 수 있었다. 인문학. .. 2011. 6. 17.
이너뷰 프로젝트 (InnerView Project) 호주 여행의 동반자였던 ㅈㅂ형이 그려준 나의 모습. 2009. 우리 모두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환경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환경이라 함은 사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주위의 물질세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주위의 사람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물리적 환경과 인적 환경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환경이라는 말이다. 이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이유로, 이제부터 사람을 이야기 해 보려 한다. 나는 그들을 직접 만날 것이고 또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형식은 없다. 실패도 없다. 단지 즐거운 담소만이 있을 뿐이다. 구태여 낯간지럽지만 말하자면, 70억 명의 인구가 있다면 70억 개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 이너뷰 프로젝트를 가치있게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모험이자 탐사다. 그리고 발견이다. .. 2011. 6. 13.
반값 등록금. 포퓰리즘 이라고? 6월 10일. 학생들과 선배세대 그리고 학부모 세대가 촛불을 밝히며 '반값 등록금' 이행을 외치고 있다. 6월 10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 '문화제'가 저녁 7시에 예정 된 가운데 몇 보수단체는 이날 낮 반값 등록금 시위를 비판하며 국가의 제정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을 벗어나라고 외쳤다. 즉, 정치적 이익 문제가 개입되었음을 말하며 대학생들이 이런 선심성 공략을 깨닫고 눈을 떠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웃기는 구석이 있다. 바로 이 반값 등록금 공략은 여권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웠던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이 공략을 이용해 놓고는 이제 와서 야권의 정치 포퓰리즘에서 벗어나라고 하는건 대체 무슨 경우인가. 또 그런 공략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은 또 무슨 국민을 우롱하는 짓인가(물론.. 2011.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