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의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매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에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던 내등뒤에 터지던 네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 - - - - - - - -
"돈이 없어도 재미있으면 아직 청춘이고 돈이 있어도 재미없으면 중년이다."
처음 탁현민의 트위터에서 이 짧은 문구를 보았을때는 그렇겠구나 하고 여겼으나 좀 더 생각해 보니 요즘 세상에서는 또 마냥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문득 취업 준비를 위해 헤어졌다는 한 남자의 목소리와 표정이 떠 오른다. '88만원 세대에게 사랑은 사치다'라는 한겨례 특집 기사도 떠오른다. 또 동시에 일전에 보았던 우스갯 농담이, 하지만 웃을 수 없었던 그 짧은 이야기도 떠오른다.
여자 : 일이 소중해 내가 소중해?
남자 : 일.
여자 : 뭐야 나보다 일이 더 소중하다고?
남자 : 일을 안하면 넌 날 버릴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경선의 연애칼럼을 스크랩해 둔 한 상담글이 생각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시대 (혹은 그런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시대)의 젊은이들은 사랑 또한 불안하다.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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