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일상

흐르는 강물처럼

by 막둥씨 2011. 7. 2.

 문수 스님은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백양사를 보고 발심해 절에 찾아가 행자 생활을 했다. 출가는 해인사에서 했고 승가대학에서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문무관 생활을 하며 세속과 거리를 두었다. 여동생이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을 정도였다. 그를 보좌한 견월스님도 문무 스님의 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 문수 스님은 견월 스님을 만나면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

"스님, 나를 찾는 전화가 오면 나 떠났다 하시고, 누구든지 나를 찾아오면 나 떠났다 하세요. 난 어느 누구도 안 만날 겁니다."

 견월스님은 3년 동안 그와 대화를 나눈 시간이 통틀어야 두 시간 정도라고 했다. 그를 만나는 때는 하루 한 번 공양을 할 때다. 대화라야 절 마당에서 잠시 주고받는 한두 마디가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수행의 시간이었다. 

(중략)

 얼마 전 읽은 기사가 생각난다. 어느 가수와 딸이 등산 중이었는데, 갑자기 딸이 아빠가 개미를 밟았다면서 30분간 울었다는 얘기다. 그 아이의 눈으로 4대강 공사 현장을 바라본다면 교과서 속 가르침도, 동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어른들의 가르침도 더 이상 믿기 어려울 것이다.

4대강 르포르타주 <흐르는 강물처럼>(송기역 글 이상엽 사진, 레디앙미디어, 2011.) 중 

- - - - -
 
부처님과 비둘기 

어느 날 부처님이 앉아 참선을 하고 계셨다. 

그 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부처님께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부처님이 까닭을 묻자, 굶주린 여우가 자기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를 가엾이 여긴 부처님은 비둘기를 가슴에 품어 숨겨주었다. 

곧이어 여우가 달려와 부처님께 비둘기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비둘기는 왜 찾느냐고 묻자, 여우는 며칠째 주린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비둘기를 먹어야겠다고 했다. 그래도 남의 생명을 해쳐서야 되겠느냐고 타이르자, 여우 하는 말이 "부처님은 비둘기가 죽는 것은 가엾고, 내가 굶어 죽는 것은 가엾지 않느냐"고 대들었다. 

듣고 보니 그도 그렇다 싶은 부처님은 여우에게 비둘기 살만큼 자신의 살을 베어주기로 했다.

여우는 비둘기의 살보다 조금도 모자라선 안 된다며 저울을 가져왔다. 저울 한쪽에 비둘기를 올려놓고 난 뒤에 부처님은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한 편에 올려놓았다. 그래도 저울 눈금은 변화가 없었다. 다시 팔을 베어 얹고, 다리를 베어 얹었지만 저울 눈금은 같아지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부처님 자신이 저울대로 올라가자, 이번에야 저울 눈금은 비둘기와 똑같아졌다. 

'산문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책  (0) 2011.11.27
어느 부자와 어부의 대화 (한가로운 어부 이야기)  (2) 2011.07.09
가난한 사랑의 노래  (2) 2011.07.02
인용인가 권위에의 호소인가  (0) 2011.06.17
이너뷰 프로젝트 (InnerView Project)  (3) 2011.06.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