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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봇도랑 치우기

by 막둥씨 2011. 4. 24.

 봇도랑은 논에 봇물을 대기 위해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도랑을 말한다. 모내기를 하기 전 4월의 봄에는 이 봇도랑을 청소해야 한다. 물을 다시 흘려 보내기 위해 겨우내 도랑에 쌓인 흙이나 돌등을 퍼내는 것이다.

  아침 일곱시 반. 그날 청소하기로 한 봇도랑을 끼고 있는 논의 주인들은 가구마다 한 명씩 삽을 들고 모였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삽을 들었다. 총 열명 남짓의 인원이었고 성별은 반반이었다. 그런데 충격적인것은 그날 모인 사람 중 나를 제외하고 나면 가장 막내의 나이가 예순셋이었던 것이다.

 일을 마치고 할머니들과 나는 맥주를, 아저씨들은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께 마을사람들의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외지에서 이사온 40대 아저씨를 제외하면 막내의 나이가 55살 정도라 했다. 세상에!

 시골에서 50대면 아직 청년회라 하니 더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버지께서 종종 예전같았으면 이제 농사도 안짓고 쉬어야 할 나이라는게 새삼 다가왔다. 과연 농촌에 세대교체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동시에 나부터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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