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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다

by 막둥씨 2011. 5. 1.

 높이 3미터는 족히 됨 직한 통유리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잡무를 했다. 처음 안개가 자욱하던 창 밖 풍경이 이내 밤중처럼 어두워졌다. 그러다 비가 쏟아졌고 번개가 한 두 번 치더니 또 다시 밝아진다. 비는 여전히 내렸다. 멀리 보이는 교회가 안개에 뿌옇다가 어두워짐과 동시에 사라지고 다시 비와 함께 가시의 영역으로 돌아온다.

 하루종일 비가 올것이 예견되었음에도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비는 계속 내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한 여인의 우산에 끼어들었다. 비가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들어 준 것이다. 사실 생의 많은 즐거움은 완벽함 속이 아니라 헛점이 있는 가운데서야 찾아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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