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채우는 여행8 [상도동 밤골마을] 서울의 옛 골목 상도동 밤골마을을 다녀왔다. 이곳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다. 곧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되면 모든 풍경은 사라질 것이다. 밤골마을과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의 대비를 담는 중. 낮에도 와보지 못한 곳인데... 첫 방문이 밤이다. 골목길은 신기함, 옛 정취와 함께 군데군데 빈집이 많아 스산함이 느껴졌다. 언덕배기에 위치해 독특한 구조의 집들이 많고 앞마당이나 창문을 통해서는 시원한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을 꼭대기 부근에 자리하고 있는 밤골상회. 이곳까지 차가 올라와 주차장이 형성되어 있다. 예배당 사진을 찍고 있는 브루스 님. 혼자가기 무섭다며 오늘 나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분이다. 이런 동네들은 흔히 판자촌이나 달동네로 불린다. 재개발 계획이 아직 막연한 단계이거나 계획 .. 2015. 2. 6. 특별한 궁 창덕궁과 왕에게 꼭 필요했던 후원 창덕궁을 처음 방문한 것은 올해 초였다. 근처에서 십여 년을 살았지만, 그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남산타워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처음 접한 창덕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26년 대조전에서 승하하는 날까지 기거하시던 곳인지라, 이제 까지 보아 온 그 어떤 궁과도 달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간 보았던 궁들은 텅 빈 곳간 같은 건물들만이 있었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밥을 해먹는 공간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창덕궁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현대 문물이 들어온 흔적이 보여 때론 이질적이기 까지 했다. 몇 가지 들자면 이렇다. 우선 천정에 전등이 달려 있었으며, 고급 호텔의 로비 앞에서나 볼 수.. 2013. 7. 5. 호주 쉐어룸의 밤 처음 낯선 이국땅에 도착하면 대부분 백팩커스에 짐을 푼다. 하지만 이내 쉐어룸이라고 하는 주거형태를 이용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워홀러(워킹홀리데이를 온 여행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이다. 백팩커스 보다 가격인 싼 쉐어룸은, 일반 가정집의 방을 몇명이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주로 크기에 따라 2~3명이 한 개의 방을 공유(쉐어룸)하는데, 때에 따라 거실에서도 사람이 살기도 하며 극악한 상황에서는 베란다에서도 잔다는 소문도 들은 바 있다. 어쨋든 보웬이라는 토마토가 유명한 농장지대에서 오래 머물렀다. 역시나 나도 쉐어룸을 이용했고 방이 아닌 거실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살았다. 방은 총 3개였고 6명이 나눠살고 있었으니 이 집엔 총 9명정도가 살고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모두가 잠든 어느날 밤중에 일어났다. .. 2012. 9. 5. 상허 이태준 고택 수연산방 최순우 옛집에서 큰 감흥을 얻은 나에게 한 지인은 이태준 고택을 소개해 주었고 그 바로 다음날 시간적 여유가 있어 나는 눈부신 햇살과 더불어 부푼 기대감을 안고 상허 이태준 고택을 찾았다. 전반적으로 아담하고 알찬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으며 군더더기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이 찻집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라 최순우 옛집에 비해서는 다소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여서 아쉬웠다. 이른 아침에 공복이라 차는 마시지 못했다. 다음에 지인과 함께 차한 잔 해야 겠다. 찻집으로서는 가히 수준급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허 이태준 고택은? 상허 이태준고택은 월북 작가 이태준이 1933년에 지어 '수연산방(壽硯山房)'이란 당호를 짓고, 1933년부터 1946년까지 거주하면서 단편 , , 중편 , 장편 , 등 문학작품 집필에 전념한 곳이.. 2010. 5. 26. 만해 한용운 심우장 심우장으로 가는 골목길 입구. 혜화동 방향에서 삼청각쪽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국화정원이라는 큰 간판 맞은편이다. 50미터라고 적혀 있지만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멀다. 골목은 꽤나 가파르고 좁으며 달동네 같은 분위기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사진처럼 작게 심우장 방향이라 써 있는 글귀가 있다. 심우장 대문. 심우장이라고 한자로 써 있는 것 외에 특별한 표지가 없어 자칫 지나치기 쉽다. 일반 가정집 대문과 똑같이 생겼다. 대문 너머를 슬적 봐도 양옥집이 휑하니 보여 더욱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리용으로 지어졌다는 양옥건물만 바로 앞에 붙어 시야도 가리며 우악스럽게 서 있다. 평일 오전은 방문객이 거의 없어 참새소리만이 온 집안과 마당에 울려퍼질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90년.. 2010. 5. 26. 최순우 옛집 최순우 옛집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로 유명한 최순우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거처하였던 집이다. 1930년대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ㄱ’자 모양의 바깥채와 ‘ㄴ’자 모양의 안채가 맞물린 튼 ‘ㅁ’자 모양의 경기 양식에 따르고 있다. 안채에는 사랑방, 안방, 건넌방이 있다. 사랑방은 최순우의 집필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사랑방 위의 현판엔 "杜門卽是深山(두문즉시심산: 문을 걸어 잠그니 바로 이곳이 산중 깊은 곳)" 이라고 최순우의 글씨로 쓰여 있다. 뒤뜰로 난 사랑방 문 위엔 “午睡堂(오수당: 낮잠자는 방)”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평소 스스로를 “오수노인(낮잠자는 노인)"이라고 부르길 좋아했던 최순우가 단원 김홍도의 화첩에서 따온 글씨이다. 뒤뜰을 향.. 2010. 5. 16. 창경궁 및 종묘 조선 성종 15년(1484)에 창경궁이 조성되고, 그 정전으로서 명정전이 세워졌다. 이곳은 임금님이 신하들의 조하(朝賀)를 받거나 국가적인 행사가 거행되었던 곳으로 1544년 인종이 이곳에서 즉위하였다. 명정전은 경복궁이나 창덕궁의 정전과는 달리 남향이 아닌 동향이다. 이는 창경궁의 지세에 따른 것이다. 그후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8년(1616)에 복원되어 오늘에 이른다. 다른 궁의 정전과 같이 이중의 월대를 두어 그 위에 건물 기단을 마련하고, 큰 사각 주초 위에 원형의 운두 높은 주좌(柱座)를 조각하여 초석을 배열하였다. 월대의 형식은 다른 궁의 것과 달리 지형에 맞추어 전면 동쪽과 북쪽 일부만을 이중단으로 하고, 건물 좌우와 뒷편에서는 1단으로 하였다. 평면으로 보.. 2010. 3. 21. Australia :: 9개월 호주여행 일기 20090520 - 시작되지 않은 여행 정오 무렵. 시티 라이브러리로 가는 길. 태풍을 방불케 하는 비바람이 브리즈번 전역을 휘젓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나온 회사원들은 거리에서 연신 비명을 질러대며 비바람을 피하고 있었고 빌딩 경비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비를 막기 위해 자동문을 통제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틈에 섞여 도서관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NBA를 시청중인 Simon형을 만났다. 어느덧 3주가 흘렀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거리에서 노래도 불렀으며 몇몇의 인연도 만났다. 하지만 무엇때문일까. 아직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것에의 갈망도 텅 빈 가슴도 심지어는 통장의 잔고도. 나는 무엇을 위해 시속 900킬로의 속도로 10시간 동안이나 날아온 것인가.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2010. 2.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