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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광우병 쇠고기 논란 5년 “최선은 다하셨나요?”

by 막둥씨 2013. 11. 16.

ⓒMigojarad (CC BY-SA 2.5),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SG1S4334.JPG

광우병 촛불 시위가 있은 지도 어느덧 5년이다. 그동안 논란과 재평가가 많았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잠잠해진 상태다. 위험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느니 혹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고작 40억분의 1이니 하는 주장들은 제쳐놓고, 단 하나의 인터뷰에 주목해 보자. 일본의 의과대학 신경생리학 교수가 국내 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미국은 식중독으로 연간 수백 명이 죽는데, 그것에 비하면 광우병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일본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한 명이라도 싫다.” 재수 없는 한 명이 걸릴지 모르는 확률일지언정 굳이 감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과연 어느 편이었나?


호주산이나 국산으로 둔갑하는 미국산

2008년 촛불 시위가 거세지고 국민들의 불안이 수그러들 줄 모르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라는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국가는 안전을 이정도만 책임질 테니 나머지는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었다. 당시 거리로 나섰던 국민의 노력으로 현재 한시적으로나마 30개월 이하의 소만을 수입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치적인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안전하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가 맺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은 ‘전 연령 쇠고기 및 일부 내장 수입’이다.

우려가 가시지 않는 시민들은 개인적인 선택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식탁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가 원산지를 속여 판매되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이나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다 적발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원산지 둔갑은 2008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인 2012년의 경우 281건, 83톤의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이나 국산 등으로 표시돼 적발되었다. 소비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피하고 싶어도 이렇게 원산지가 둔갑되어버리면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8월까지 이미 181건, 75톤의 원산지 둔갑 사례가 적발되었다. 적발되지 않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문제가 발견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정부의 검역 태도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9월 24일 대만으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질파테롤 성분이 검출됐다. 질파테롤은 동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미국 축산업자들이 사용하는 약물로, 사람 몸에 들어가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기관지가 확장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만의 소식을 접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랴부랴 동일 작업장의 쇠고기를 조사했고 질파테롤 성분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출된 질파테롤의 양(0.35ppb, 0.64ppb)은 캐나다의 잔류허용 기준치인 2ppb나 미국의 12ppb에 견줘 매우 낮으나, 국내에는 해당 기준이 없어 우선 수입중단 조처를 한 것”이라 밝혔다. 마치 곧 미국의 자유기준을 따라 우리도 기준치를 설정해 질파테롤 잔류를 허용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들린다. 중국이나 대만, 유럽연합 등 170개국이 이 물질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허술한 관리로 여전히 불안

작년 4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지만, 정부는 약속한 즉각적인 수입중단 대신 발견된 광우병은 비정형이라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브라질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되었을 때는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처를 내렸다. 소를 먹은 소가 걸리는 정형 광우병이나 돌연변이로 저 혼자 발병하는 비정형 광우병이나 광우병 소는 모두 위험하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도, 왜 똑같은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된 것인데 우리 정부는 두 나라에 조처를 달리한 것일까? 정치적인 이유든 뭐든 간에 과학적인 근거나 국민의 안전이 아닌 다른 알력이나 눈치 보기가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광우병 방역 체계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광우병 조사는 전체 소의 0.1퍼센트에 불과하다. 광우병 가능성이 높은 다우너 소(기립불능 소)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조사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 방역체계가 잘 작동하는 것이라 주장할 터이고, 발견되지 않으면 광우병 소는 없다고 홍보할 것이다. 0.1퍼센트의 조사로는 양쪽 모두 의미 없는 주장이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몇 년 전 미국 정부의 행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의 한 축산업체가 안전한 쇠고기 공급을 위해 내부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전수 시행하겠다며 나서자 미국 정부가 허가하지 않으며 반대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광우병이 발견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 내 광우병 방역 체계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최근 국내에서도 다우너 소에 대한 처분에 의혹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광우병 우려가 확산되면서 2009년부터 법을 개정해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도축이 금지된 다우너 소 3500여 마리 중 정부에 보상금을 신청하고 폐사시킨 다우너 소는 불과 347마리였다. 약 3000마리의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나머지 소는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폐사한 소는 식용가치가 떨어져 판매가 어렵고, 발골·정형의 어려움, 쇠고기 이력증빙 불가능, 불법도축 신고포상금제도 운영 등의 이유로 실제 유통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불법도축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고, 사라진 3000마리의 행방은 확인하지 못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도 관리를 못 하는데 지구 반대편에서 새는 바가지를 믿겠다는 처사다.


국민 안전에 적당함은 없어야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안전에 대한 무관심은 쇠고기 수출국의 지속적인 수입위생조건 위반 행위로도 이어지는 듯하다. 2008년 이후 수입된 부패·변질 쇠고기는 225톤으로, 이중 미국산이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작업장 번호 562작업장의 경우는 각각 1.3톤, 2.8톤의 대량의 부패 쇠고기를 발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278작업장은 6회, 245C와 245J 작업장은 각각 5회, 86H작업장은 4회의 부패 쇠고기 발견에도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969와 3D작업장은 각각 4회와 6회의 부패 쇠고기가 검출되었어도 단 1회씩의 수출 중단조치만 이뤄졌다. 광우병 다발국가인 캐나다산에는 수입 금지된 등뼈가 발견되었으며, 국제적으로 모든 월령의 소에서 광우병 유발물질로 구분된 소의 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수입자의 반송요청을 이유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조직검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입맛에 맞는 한쪽의 논리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우롱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안전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애초 광우병 논쟁이 크게 일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광우병에 대해 밝혀진 것이 매우 적기 때문이었다. 『광우병 논쟁』의 저자 김기홍은 저서에서 “과학적 객관성에 대한 절대적인 열망은 오히려 그 객관성의 이름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학계에서도 단일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불확실한 영역에 대한 단언을 우려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누가 더 과학적인가 논쟁할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의 원칙을 고수하고 국민의 건강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단 한 명이라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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