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cc) via Douglas P Perkins / Wikipedia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치 이내라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후쿠시마 농산물을 1년간 직접 먹었던 일본의 한 아이돌 가수가 방사능 내부 피폭이 된 것으로 최근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나타난 방사능 피폭의 80~90퍼센트도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의 현행 방사능 식품 안전 대처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능 노출에 더욱 치명적이기에, 선택권도 없는 아이들 단체 급식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일본 8개 현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그 외 지역의 수산물이나 가공식품에 대한 규제조치는 여전히 전혀 없는 상태다. 아이를 위한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이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원산지조차 파악 안 되는 어린이집
정부가 방사능 오염 식품 수입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서 방사능 노출에 가장 취약한 영유아·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학부모들의 요구는 늘고 있지만, 현재 마련된 급식 체제는 가장 기본적이어야 할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녹색당과 공동으로 조사한 서울시 25개 구 어린이집 급식의 수산물 원산지 관리실태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보면, 종로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의 구가 아이들 급식의 수산물 원산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를 제공한 세 지역 중 한 곳인 마포구는 수산물 전체에 대해 원산지를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강언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지난 10월 11일 열린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제정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마포구의 경우 ‘일부 수입산’ 정도로 표기되어 있어 원산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구에서는 ‘원산지:원양어선’이라 표기된 곳마저 있었다.”라며 심각할 정도로 허술한 관리실태를 지적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있었으나, 납품업체나 품목 관리만 할 뿐 품목별 원산지 관리는 하고 있지 않았다. 일반 어린이집의 경우 대형마트 등에서 식자재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어린이집 담당자와 대형마트의 원산지 표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현재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은 2153개소에 공동구매 대상 아동은 7만9330여 명에 달한다. 그밖에 원아가 50명 이상인 시설도 서울에만 약 609개소가 운영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사능 내부 피폭의 위험이 가장 큰 우리 아이들이 단체 급식을 통해 원산지 관리가 되지 않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학교의 경우 원산지 관리는 이루어지지만 방사능 안전에 온 힘을 쏟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29일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약 1만1000여 개 초·중·고등학교 중 후쿠시마 사태가 있었던 2011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한 학교는 616개교였으며 일본산 수산물의 총 사용량은 4327킬로그램이었다.
명확한 책임 주체가 적극 나서야
아이들 급식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어떤 하나의 정책에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모두 관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서로 책임을 떠넘기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앞의 정책토론회에서 “예를 들어 어린이집이 해당되는 보육분야의 경우 모두가 연관되어 있어서, 어디가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상태다.”라며 역할구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학교급식의 경우 책임주체를 교육청(교육감)으로 둔 후 시·도지사를 협력주체로 지정하고, 보육분야의 어린이집 급식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고 시·도지사가 협력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조례 제정 부분에서는 현재 주목하고 있는 교육청 조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도 방사능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며 시·도청이 교육청에 급식비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급식비 지원을 하는 식재료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고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명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집 급식의 경우 균형 있고 위생적이며 안전한 급식을 할 의무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어린이집 원장에 있고, 시장·군수·구청장은 보육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어린이집 설치·운영자 및 보육교직원에 대하여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으니 결국, 지방자치단체에 어린이집 급식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최소한 아이들만이라도 식품 방사능 기준치를 강화하여, 방사능으로 오염된 식재료로 드러났음에도 아이들의 급식으로 사용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독일 방호방사선협회는 영유아 4베크렐(bq/kg), 성인 8베크렐의 기준치를 제시했으며, 현재 국내에서는 생활협동조합 등이 이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관리기준치 370베크렐이나 일본산 수산물 기준치 100베크렐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학부모와 시민의 힘이 절실
현재 각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방사능 안전 급식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첫걸음을 뗀 것은 경기도였다. 전국 최초로 지난 6월 학교급식 방사능 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서울시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고 본회의에서 가결한 상태며, 국내로 수입되는 수산물의 80퍼센트가 유입되는 부산시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사용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발의했다. 강원도의 경우 강원도 교육청과 시민사회가 함께 의견을 조율하며 절차를 밟아가는 중이며, 전라북도는 교육감이 안전검증이 안 된 급식용 식재료 차단을 선언하고 시민사회가 조례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한계도 많다. 경기도의 경우 조례가 제정은 되었으나, 기준치를 국가기준치 370베크렐로 설정해 실효성이 전혀 없다. 또한, 경기도 내 모든 학교에 방사능 간이측정기를 구입하여 식재료 방사능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간이측정기의 측정가능 범위는 1000베크렐 이상으로 국가기준치조차 가려낼 수 없어 예상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방사능 단독조례가 아닌 유해물질과 병합되는 한계를 보였으며, 광주 교육청은 조례제정 자체를 거절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앞으로 풀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다.
국가가 우리 아이의 안전을 지키지 못해 학부모와 시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다행히 먼저 방사능의 위험성을 깨달은 이들이 현재의 작지만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제는 더 많은 학부모와 시민들이 참여해 지자체와 의회 그리고 교육청이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그들의 역할을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 반이 흘렀다. 이미 충분히 늦었으니 더 늦을 수는 없다.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한시바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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