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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글엮음 <강냉이> 제1호 :: 커피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왜 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한집 건너 하나씩 커피집이 들어선 도시 골목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커피공화국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구나 난생 처음 커피를 접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아메리카노. 날 때부터 커피 애호가는 아니었을 터, 아메리카노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아우 x나 쓰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꾸준히 지금도 계속해서 마시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기도 한다.

 

문화적 중독일까? 아님 생물학적 중독일까?
그리고 대체 커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제1호 커피에서는 밀양강냉이와 수원강냉이, 이 주요 강냉이 2명을 만나 이런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서 커피와 커피를 파는 가게인 카페가 어떤 곳인지 물어보려 한다. 어떻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싣는 순서


밀양강냉이의 커피
시간을 추출하는 자, 수원강냉이
커피와 커피콩
마치며 : 막둥씨의 커피


밀양강냉이의 커피
턴사람  막둥씨
털린사람  밀양강냉이

 

밀양강냉이는 밀양에서 태어나 자라다 학교를 위해 대구에서 몇년간 살았고 올해 처음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첫 서울생활이자 사회생활이다. 세계 23개국을 여행한 꽤 화려한 경험이 있으며, 독특한 가치관 탓에 막둥씨는 그를 '어설픈 아나키스트'라 여긴다. 그리고 분명 방랑벽이 있는듯 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하니 '네버랜드를 꿈꾸는 냉철한 피터팬이고 싶으나 현실은 20대 막줄에 똥줄타는 시골처녀'로 표현했다.

 

 

그녀를 만나기위해 퇴근시간 경복궁역에서 등촌동으로 향하는 606번 버스를 탔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등줄기에는 땀이 한강의 발원지마냥 흘러내리고 있었다. 버스 안 에어컨 바람은 시원했지만 달아오른 몸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신촌 연대 세브란스병원을 지날 무렵 대학약국 광고가 흘러나왔다. 약국이름이 대학이라니... 그 옛날 대학은 얼마나 대단한 곳이었을까? ‘고등’의 배움을 거쳐 더 높고 큰 ‘대’학이었으니. 사각모를 쓴 대학 졸업식에서 아들 뒷바라지를 하시던 어머니의 울음에 깃든 무게는 그만큼 대학의 위용을 상징했다. 하지만 지금은...

 

큰 배움 없이 졸업장을 거머쥔 내가 지금 향하는 곳은 밀양강냉이네 동네다. 그리고 그곳에 2층 구조의 거대한 카페 <고양이똥2>가 있었다. 첫 강냉이인 그녀에게 나는 주절주절 어떻게 이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세면대 배관 모양의 원리부터 시작해서(?) 10분 동안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삶에 스며든 커피

 

이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는?
워낙 집이랑 가까우니까... 이쁘고 괜찮지 않은가? 아지트 화가 되었다. 집에 있기 싫을 때 나와서, 컴퓨터를 하더라도 나와서 무언가를 하면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렇지 않나? (웃음)

 

된장녀냐?
차도녀 정도로 하자. (웃음)

 

여기서 작업을 하면 더 잘되나?
옛날부터 그런 버릇이 들었다. 업무를 집에서나 회사에서 하면, 일에 계속 집중을 하는 게 어렵다. 카페에서는 적당하게 산만할 수 있다. 산만함과 집중함의 밸런스가 맞는 느낌? 개인적인 차이도 있다. 이런 곳(카페)에서 전혀 집중을 못하는 사람도 많다. 공부도 독서실에서만 해야 되는 사람들처럼. 어쨌든 나에게는 집중과 산만함이 적당히 밸런스가 가능한 공간이다.

 

바야흐로 카페공화국이다. 왜 사람들은 카페로 몰리는 걸까?
사람들이 욕구를 해소할 장소가 없었던 게 아닐까? 이렇게 앉아서 몇 시간이고 아무이야기나 할 만한 장소라던가. 기존의 장소는 목적이 분명한 곳들이었다. 보드게임방은 보드게임을 하고, 밥먹으러 가서는 밥을 먹고.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왔다지만 사실 목적이 다양할 수 있다. 일을 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혼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그럼 커피공화국이지만 커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렇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렇다. 커피보다는 공간의 영향이 크다.

 

그럼 테이크아웃 하는 사람들은 뭔가? 그것도 굳이 스타벅스를?
요즘은 예전보다 덜한 것 같다. 예전에는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이 고급문화였고 그 최일선이 스타벅스였다. 지금은 워낙 보편적이고 스타벅스 커피가 나의 품격을 높여주지 않는다. 이제 그런 경향은 거의 사라졌다.

 

커피 맛을 좀 아는 편인가?
맛을 안다기 보다는 최소의 구별할 줄은 안다. 이집 저집 커피맛이 다르고 내가 선호하는 맛이 있다는 정도? 드립커피가 일반커피보다 풍미가 좋다.

 

그런데 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나?
비싸다.

 

내가 사주는 건데?
그런 것을 잘 못한다. 얻어먹는 것. (웃음) 에스프레소는 무언가 커피를 존중하지 않는 추출법인 것 같은 느낌이다.

 

왜 뜨거운 것을 시켰나?
뜨거운 게 더 맛이 좋다. 웬만하면 뜨겁게 먹는다. 너무 덥지 않다면.

 

현재의 카페는 옛날 다방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나?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방은 아저씨들이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현재는 다방이 실로 그렇다. 마담의 유무가 큰 차이가 아닐까? 카페가 이렇게 많아도 아저씨들끼리 카페는 오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

 

 

사랑에도 향기가 있다면
커피 향과 같을까

 

대구나 밀양(그녀는 밀양이 고향이고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에서는?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가?
학교 앞에 가까운 카페가 하나 있었다. 굉장히 작고, 오래됐으며 쌌다. 커피 한 잔에 1500원인데 샌드위치도 같이 준다.

 

1500원에?
그렇다. 옛 남친과 자주 가던 곳인데 헤어지고 안 갔다.

 

그 카페에서는 작업을 안했나? 책을 읽는 다던가?
그런 작업 말고 다른 작업을 했다. (웃음) 아무래도 남자친구랑 많이 갔으니까. 그 이후에도 사실 가끔씩 가 보았다. 그리고 내가 ‘이 장소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그 때의 기억이 좋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혼자 가니 더 이상 좋지 않았다.

 

합의 하에 해어진건가?
헤어진 것도 사실 카페에서였다. 곧 헤어질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긴 했으나 내가 말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먼저 감정이 변한 상태였으니까. 내가 말을 꺼내는 순간 그 친구는 손을 떨며 커피를 무릎에 쏟았다.

 

뭐라고? 정말인가?
그래서 빌었다. 미안하다고.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당시 그 장면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연락하나?
종종 연락한다. 헤어진 후에도 만난적이 있다. 멀고 각자의 삶이 있으니 자주 보진 못했지만.

 

왜 변했었나?
군대 가 있었다. 그래도 상병때까지 기다렸다. 헤어진 후, 헤어질 당시의 장면과 그날 이후로 그 친구가 많이 힘들어 했다는 소식을 주위에서 듣고나서부터 몇년간 그 친구가 꿈에 나왔다. 만나고 나서는 마음도 편해지고 꿈에도 안나온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쏟은건 아메리카노였나?
뜨거운 아메리카노였다. 그것도 밤 10시 즈음에. (어이 없는 질문이라는 웃음)

 

커피의 의미

 

커피를 느림과 빠름 둘 중 하나로 정의 하라면 어느 쪽인 것 같나?
느림이다. 내가 커피를 찾고 카페를 올 때마다 원하는 것은 여유다.

 

일하러 온다지 않았나?
일 하더라도 편하게 하고 싶은거지! 무장해제하고 편하게 창밖도 보고 이러면서.

 

보통 다 느림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나은영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리 문화적 특성 중에 ‘빨리빨리 문화’와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이든 빨리 끝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맑은 정신, 깨어있는 정신으로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커피의 각성 효과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렇다. 커피 자체에 대해는 그럴지도. 아무래도 나는 커피 보다는 카페에 집중을 하는 것 같다.

 

일리가 있다.
먼저 카페라는 공간의 영향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커피 맛도 알게 되고 커피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말이 있다. “현시대인들은 시간이 나는 걸 불안해한다. 어쩌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일정을 잡는다.” 동의하나?
맞다. 지금의 사람들은 생산적인걸 떠나서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 머리를 쉬게끔 하면 죄짓는 기분이 든다. 특히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더 심해졌다. 지하철을 타거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시간 등은 쉬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그 시간마저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보거나 페이스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는 어떤 곳인가?
카페도 사실 목적을 갖고 오는 장소다. 한번은 스마트폰도 책도 다 놔두고 카페에 와 커피만 마신 적이 있다. 굉장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알았는데, 30분을 넘기기 힘들었다.
호주에서 머문 적이 있는데, 서양 사람들은 휴가를 와 바닷가에 오랫동안 머물며 산책하고 책 읽고 낮잠 자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딘가 여행가면 빡빡한 일정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돌아보려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라 신선했다. 아마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카페를 차린다면 어디에 어떻게 내고 싶은가?
제주도에 가서 목이 좋은 바닷가에 내고 싶다. 주위에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야 한다. 낮에는 카페를 하고 저녁에는 맥주를 팔고 싶다. 맥주는 내가 직접 생산한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맥주 양조장) 형태의 맥주로. 주 고객층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묶는 여행객들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밀양강냉이에게 커피란?
무장해제 버튼이다. 적과의 대면에서는 긴장이완, 지인과 함께면 친밀감 증대, 홀로는 스스로에게 선물같은 여유를 주니까.

 


 

커피와 커피콩

 

현대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에스프레소의 개발을 빼놓고는 시작할 수 없다.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인 에스프레소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고,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성행했다. 바리스타라는 이름도 이런 에스프레소 기계를 다루는 ‘바 안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데, 칵테일을 제조하는 바텐더와 사실 그 뜻이 대동소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을 분리시켜 바리스타라 일컫는 것이다.

 

에스프레소의 개발은 보다 빠르고 간편하며 다양한 커피를 가능케 했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부터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다양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정도가 전부다. 어쩌고저쩌고 마끼아또나 발음하기도 힘든 긴 이름의 갖가지 커피는 마셔본 적도 거의 없고 어떻게 만드는 지는 더욱 모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던가.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여기 여러 종류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된 그림이 있다.

그렇다면 커피콩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되고 곧 아라비아 지역에 심기며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린 커피콩은 크게 아라비카(Arabica) 종과 로부스타(Robusta) 종으로 나눌 수 있다. 아라비카 종은 세계 원두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한다.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 아라비카 종은 병충해에는 약하지만 향미가 풍부하고 카페인 함유량이 적다. 즉 키우기 까다롭지만 맛있는 커피인 셈이다.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며 현재 주요 생산국은 브라질, 콜럼비아, 멕시코, 인도 등이다.

 

로부스타는 비교적 저지대에서 재배된다. 세계 원두의 약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며 아라비카에 비해 키우기 쉽지만 맛과 향은 덜하고 쓰다. 아라비카라는 이름은 카페나 TV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로부스타는 생소하다. 비교적 떨어지는 맛과 향 때문에 인스턴트 믹스커피 등에 들어가는 원두로 쓰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우간다, 콩고, 가나, 필리핀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실 이 외에도 아프리카 중서부의 라이베리아가 원산지인 리베리카(Liberica)라는 커피콩도 있다. 로부스타보다 더 저지대인 곳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하지만 맛과 향이 많이 떨어져 전체 커피콩의 약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간을 추출하는 자, 수원강냉이

턴사람  막둥씨
털린사람  수원강냉이

2013년 추석이 지난 9월의 어느 하루 경복궁역. 오랜만에 만난 그인지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하니, 나를 만나러 오는 길에 봐둔 카페가 있다고 위치를 설명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나도 아는 곳이었다. 두어 달 전 오픈한 한옥 건물의 카페였다.

 

나는 자주 지나다니는 곳인데도 이름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5월의 뭐시기가 아니었던가...?” 그도 잠깐 본 거라 정확한 상호명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5월의 뭔가는 아니며 상호명이 무척이나 ‘시적’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오늘 택한 카페는 3호선 경복궁역에 있는 <봄마다 푸름>이다. 상호명이 시적이라서 내게는 쉽게 기억이 안 되었나 보다. 그는 오히려 시적이라 기억했지만...

 

“왜 하필 그 카페냐?”라고 물으니 “좀 전에 오다가 봤는데, 앉아 계신 직원 여성분의 느낌이 좋았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흔쾌히 그 카페로 향했다. 사내놈이란 다 똑같은 법이지. 그러나 정작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자 그가 속삭였다. “좀 잘못 본 것 같다. 지나치면서 봐서....”

 

비록 커피가 아닌 직원에 끌려 왔지만, 어쨌든 그의 직업은 바리스타다. 학교 전공이나 평소의 취향과는 다른 전혀 생뚱맞은 직업을 택했지만, 꽤나 잘 소화해 나가고 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사적인 수다를 떨고 싶었으나, 내가 시간이 없던 관계로 미뤄둔 몇 가지의 이야기를 재빨리 풀었다.

 

 

커피의 맛

 

손님으로서, 커피 애호가인가?
애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호가라고 당당히 말은 못하겠고. ‘(애호가)이어야지’.

 

주로 이용하는 카페는? 일하는 가게는 빼고.
한 곳을 이용하진 않는다.

 

그럼 좋아하는 카페는?
기억에 남는 곳이라면 집근처 <오후의 정원>이라는 카페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두 딸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그곳에서 마신 에스프레소에서 처음으로 베리향을 느껴봤다. 베리향은 커피 향을 내는 수많은 성분들 중 하나다. 

 

뭐? 커피에서 베리향이 난다고??
커피에 들어있는 수많은 성분들 중에, 향을 내는 성분이 굉장히 많다. 그중에 그런 것들도 포함이 되어 있다. 말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던 건데, 처음으로 느껴봤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커피를 평가할 때, 시각적으로 질감과 밀도를 먼저 보고 후각적으로 향을 맡으며 마시면서 맛을 느끼고 넘기고 나서 여운(after taste)을 느낀다.

말하는 순간 커피가 나왔다. 더블샷에 우유를 섞은 코르타도와 녹차 단팥 아포카토다. 커피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고 깨달았다.

 

카페 탐방을 자주 다니는데 주로 무엇을 마시나?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을 마신다. 핸드드립은 에티오피아 계열을 택한다.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추출하는 자

 

조금 원론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바리스타란 무엇인가?
지난번에 본 페이스북 댓글로 하겠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간이 어쩌고 저쩌고 였는데...

 

‘시간을 추출하는 자’ 아닌가?
맞다. 그거다! 하하하. 김**(나와 수원강냉이의 공통 지인)가 단 댓글이었던 것 같다.

 

바리스타에도 등급이 있나?
자격증이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젊은 층들은 크게 연연을 안 한다. 그러나 나이 드신 오래된 바리스타 분들은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본인은 자격증이 있는가?
하나도 없다.

 

딸 생각은?
내 돈 들여서는 생각이 없다.

 

맛있는 커피란 무엇인가?
나한테 맛있는 것이다.

 

믹스커피처럼? (수원강냉이는 인스턴트 커피 애호가다)
맥심처럼!!!

 

우리나라가 카페공화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쉴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한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고. 여유가 필요한데 그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이 카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추출한다.’ 크~~~~(그는 흡족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웃음을 지었다)

 

커피는 느림인가? 빠름인가?
굉장히 어렵다. 만들어 내는 사람에게는.... (그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을 했다)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느낌과 빠름이 공존하는 것 같다. 생산자인 농부에게는 느림이고 판매자에게는 빠름, 소비자에게는 다시 느림이다. 커피나무를 심고 첫 커피를 따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 판매자들은.... 에스프레소라는 이름 자체가 영어로는 익스프레스다. 빠른 속도로 추출 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커피 한 잔의 여유랄까?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나은영 교수는 국내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리 문화적 특성 중에 ‘빨리빨리 문화’와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무엇이든 빨리 끝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맑은 정신, 깨어있는 정신으로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커피의 ‘각성’ 효과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커피를 필요로 하게 된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닐까?

 

커피의 맛을 찾는 사람과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찾는 사람의 비율은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개인적인 추측으로 2대 8 정도가 될 것 같다.

 

커피의 맛을 찾는 2의 사람도 처음에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찾았다가 점점 커피에 매료된 것이라 보아도 되겠는가?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카페는 언제까지 늘어날 것 같나?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다. 일본의 추세를 따라간다 보았을 때 3~5년 사이 프랜차이즈는 대거 없어지고 골목골목 들어선 개인 카페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돈의 제약이 없고 본인의 카페를 낸다면 어디에 어떤 식으로 내고 싶은가?
(한 참의 고민 후) 돈의 제약이 없다고 말하니... 엄청 고민된다. 하하하. 오늘 온 이런 느낌의 카페를 내고 싶다. 삼청동 같은 곳에 카페를 내고, 충주 수안보(그의 외가가 있다)에 로스팅 공간을 두고 싶다. 로스팅 공간은 전원이었으면 좋겠다.

 

본인 카페에 다른 카페와 차별점을 둔다면?
딱히 그런 건 없다. 그저 편하게 마시고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커피나 카페에 관련된 추억은 어떤 게 있나?
10년도 더 전에 (연인과 함께) 편한 소파에 앉아 유자차를 몇 번씩 우려먹으며 시간을 보내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윗층에는 DVD방이 있었.....

대화는 시간제한으로 급히 마무리 됐다. DVD방 이야기가 끊어진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눈물을 머금고 일어날 수밖에. 커피는 바리스타인 그에게도 공간과 시간으로 기억되었고, 그 혼합의 결정체는 결국 사람이었다. 술이 그러하듯 커피도 사람으로 더욱 향기로워지리라.

몇 달 전 그와 만났을 때, 지인이 운영하는 홍대의 어느 카페에 함께 갔었다. 그가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자 홍대 카페의 주인이 말했다. "에스프레소 주문은 떨린다." 커피의 기본이 에스프레소지만 바리스타는 오히려 그 기본을 찾는 손님에 가장 신경을 썼다. 희석이나 달콤함으로 가릴 수 없는 진하고 쓰디쓴 맛이 에스프레소이기 때문이다. 수원강냉이는 에스프레소를 '남자의 눈물'이라 부른다 귀띔했다. 허나 나는 생각했다. 한 잔의 커피로 시간이 추출되고 사람이 그 시간을 채운다면, 필시 그것은 인생과 진배없을 터라고.

 


 

마치며 : 막둥씨의 커피

나는 커피를 즐겨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내게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누차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커피는 어른의 음식이었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먹어서는 안 될 그런 성질의 것이었단 말이다. 어머니께선 대체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겠다. 훗날 찾아보니 커피가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연구결과는 없었다.

 

20대 초반까지 그렇게 커피는 내 인생에서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했다. 아예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손님으로서 대접받는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정도는 그닥 부담감 없이 마셨다. 허나 일 년에 손님이 되는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커피는 그저 내게 손님이 대접받는 대표적인 차일 뿐이었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게 된 건 군대에서였다. 나는 밤낮 교대로 일하는 상황근무(24시간 사람이 자리를 비우지 않는 일)를 해야 하는 보직에 발령 받았다.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9시뉴스가 할 시간이면 으레 잠을 잤고, 고3때도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면 추가로 공부하지 않고 자야했던 내게 밤샘근무는 그야말로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커피로 이겨볼 요량으로 머그잔에 한 컵씩 들이켰다. 먹다 보니 맛도 있었다. 그렇게 수개월동안 커피를 들이켰다.

 

그러던 군생활의 어느 날, 극심한 복통이 찾아왔다. 정말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복통이 심했다. 한차례의 고통의 폭풍이 지나간 후 제발로 군의관을 찾았다. 군의관은 장염을 의심했다. 어떤 약을 처방해 주긴 했으나, 본디 장염에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으니 먹는 것에 유의하라고 했다. 그때 나는 커피를 의심했다. 군의관은 커피와의 상관관계를 확신하진 않았으나, 나는 커피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그날 이후 커피를 확 줄였다.

 

2년여의 시간을 군에서 보내고 복학을 하니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커피공화국’이 되어 있었다. 군생활을 했던 몇 년 사이 학교 앞 상가들은 큰 변화를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카페의 도약이 도드라졌다. 그리고 그해부터 4년 후 졸업을 할 때 까지 카페의 확장은 거침이 없었다. 큰길가는 물론 골목 안쪽 깊숙한 곳까지 카페가 생겨났다.

 

선후관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카페의 부흥과 더불어 나의 대학 생활도 변화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유행했던 보드게임방은 모조리 사라졌다. 우리는 보드게임방이나 공원 대신 카페를 갔다. 술집도 줄었고 식당도 줄었다. 밥값보다 커피값 지출이 더 커졌다. 분명 대화가 많아지고 간접적인 경험은 늘었지만,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대학생활 후반기의 역사는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언제부터 즐겨 마셨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림잡아 생각해보아도 5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커피 애호가는 아닌지라 홀로 커피를 마시러 가는 일 같은 건 없다. 2013년 현재. 카페는 내게 친구와 수다를 나누는 공간이자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하는 공간이다. 그렇다, 나도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는 통과점에 지나지 않는다.

 

수원강냉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카페는 이제 포화상태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우리 동네에는 새로운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며 혹자가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만큼의 카페가 망하고 있을 터니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확실하다. 공간으로서의 카페는 언제까지 승승장구 할 것인지,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대안의 공간이 창출될 것인지가 새로운 의문으로 남는다. 그때 커피의 위상은 어디에 있게 될까? 바리스타는 또 어떨까? 문외한으로서 잘은 모르지만, 현대를 사는 바쁜 인간들인 우리는 지금 그들이 ‘추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품새는 없지만 어쨋든 엮어낸 이 글조차 그들이 추출한 시간 덕에 탄생했음을 부인하지 못할지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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