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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창가의 트리안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늦가을, 집 앞을 찾은 화분 판매 트럭에서 싼 가격에 샀던 트리안. 뿌리가 어찌나 자랐던지 뿌리가 그물망 모양의 화분 바닥 배수구와 얼키고 설킨 탓에 분갈이를 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화분을 완전히 부셔야만 했다. 이렇게 좋게 자란 것을 싼 가격에 내놓은 이유는 아무래도 농장측에서 난방비가 들어가는 겨울이 오기 전 일정부분 처분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꽤 춥긴 했지만 올겨울 추위는 전반적으로 일찍 끝난 편이라 한다. 겨울 자체도 그리 춥지 않았다. 나의 작은 정원에 살고 있는 십수 개의 화분 속 식물들도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겨울을 잘 버텨 주었다.

아쉬운 건 뒤늦게 깨달은 커피나무의 발육부진 원인이다. 분명 몇년안에 수확을 할 수 있을만큼 자란다고 했던것 같은데 이상하게 1년이 다되어 가는 나의 커피나무는 한뼘도 채 자라지 않은 것이다. 대신 물은 어찌나 먹는지 다른 화분보다 두세 배나 자주 물을 줘야 했다. 그런데 며칠전 커피나무와 마주하여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한 그루가 아니라 세 그루의 나무가 작은 화분 하나에 심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뿌리가 내릴 충분한 공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주말을 맞아 급하게 분갈이를 했다. 예상대로 뿌리는 세 그루의 것이 서로 얼켜 분간조차 할 수 없었고, 하나같이 굵게 자라지 못해 실뿌리인 상태였다. 임의대로 잘라내어 세 포기로 나누어 다시 화분에 심었다. 그 과정에서 뿌리가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자랄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무럭무럭 자라 집안을 정글로 만들고자 하는 나의 방대한 계획에 일조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빨리 겨울을 벗어나 많은 것들을 하고 싶다. 집안 식물들도 화색이 돌기 시작한 것이 봄을 기다리는 것이 나만은 아닌듯하다. 봄이 오면 더 많은 산책과 더 많은 여행 그리고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만남을 갖고 싶다. 물론 식물 친구들도 더 들여놓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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