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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아차산

by 막둥씨 2015. 1. 18.

아차산에서 내려다 본 광진구 일대
아차산을 다녀왔다. 내 생에 두 번째로 5년만이다. 당시 이별의 상황을 홀로 정리하기 위해 올랐던 산. 나는 세상을, 사람을, 변하는 모든 것을 원망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아차산 능선으로 흘러가는 바람 속에 그렇게 날려버리고 내려왔었다.

 
다시 오른 그때 그 산의 그때 그 길. 변하는 건 결국 세상도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에 가까우리라.

처음 아차산을 찾게 된건 온전히 영화 <옥희의 영화> 때문이었다. 이 영화의 주요 배경 중 한 곳이 바로 아차산이다. 주인공 옥희는 12월 31일 나이든 남자(문성근)와는 가벼운 산책으로 아차산을 오르고, 1년 하루가 지난 1월 1일에는 젊은 남자(이선균)와 신년기분을 내기 위해 아차산을 오른다. 그리고 옥희는 독백으로 관객들에게 말한다.

"아차산에 갔던 두 번의 경험을 모아봤습니다. 둘 다 눈 쌓인 시절이었고, 하루는 12월 31일이었고, 또 하루는 일 년이 지나고 다음 다음해 1월 1일이었습니다. 12월 31일에는 나이든 분과 가볍게 산책하는 맘으로 갔었고, 1월 1일에는 젊은 남자와 신년 기분을 내려고 간 거였습니다. 같은 길을 다른 남자와 다시 걷게 되었을 때 느꼈던 죄책감과 가벼운 흥분이 저로 하여금 이 영화를 만들게 했습니다. 두 경험을 나란히 붙여놓고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이 인생이란 게 뭔지 끝내 알 수는 없겠지만, 제 손으로 두 그림을 붙여놓고 보고 싶었습니다. 배우 해주실 분은 최대한 원래 모델이 된 분과 비슷한 인상의 분을 선택했습니다. 그 비슷함이란 한계 때문에 제가 원래 보고 싶었던 붙여놓은 두 그림의 효과를 절감시킬 것 같습니다"

인생은 많은 일들이 반복되지만, 또 잘 알 수 없는 어떤 차이가 존재한다는 부분이 와 닿는다. 그렇다고 옥희처럼 자발적으로 두 그림을 붙여놓고 싶진 않다. 하지만 붙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그게 고통스런 우리네 삶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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