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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2015

by 막둥씨 2015. 1. 12.

다시, 새해다.

첫날부터 날씨가 매우 맑은 덕분에, 동네 언저리에서도 주색 내뿜는 또렷하게 둥근 태양이 능선을 벗어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직, 태양과 나 사이를 가로막은 건 평상시 일출구경을 방해하던 구름도 아니요, 일출을 바라보러 모여든 인파도 혹은 시야로 뻗은 나뭇가지도 아니었다. 오늘도 말 많고 탈 많은 가운데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아아! 어찌나 높던지. 고층건물이 즐비한 서울 도심의 틈바구니에서도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실용 아닌 허영이 투영된 실루엣의 불안한 그림자가 첫날부터 내 앞에 드리웠다.

타오르는 또렷한 원형의 태양만큼 나의 열정도 미래도 뜨겁고 명확했으면 좋겠지만, 사실 세상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하게 불확정적이다. 새벽녘 안개가 낀 것 같은, 그리하여 쉽사리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초행자의 발걸음으로 나는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내 열정을 가린 저 실루엣들의 실체를 찾아 하나씩 몸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부디 언젠가는 태양에 다다르기 위해. 그리고 그 태양의 일부로 편승해 서로 진 뒤 다시 동에서 떠오를, 삼라만상의 인과와 윤회의 고리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올해 두렵지 않겠노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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