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11일차] 아쉬워라, 비오는 담양

7월 14일 이동경로

 

선운산 야영장. 늦게 일어나 텐트를 접고 빨래까지 한 후에 출발을 했다.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거의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기에 철수가 가능했다. 만약 폭우가 쏟아졌더라면 정선 아우라지의 경우 처럼 꼼짝없이 이곳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했을 것이다. 텐트가 젖으면 철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장마철이라 날씨는 흐렸고 비는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오후 부터는 더 많은 비가 예상됐다.

 

 

가는 길에 고창 고인돌 박물관을 들렀다. 입장료 3000원. 어제 갔던 선운사도 별로였지만, 세상에 고인돌 박물관은 이렇게 돈이 아까울 수가 없었다. 누군가 박물관 입장을 한다고 하면 절대 비추하고 싶다. 이유는 전체적으로 대상연령을 너무 낮게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초딩용'이랄까. 아이를 동반한다면 모르겠지만 어른들끼리 가기에는 남을 것이 없는것 같았다. 박물관 대신 그냥 고인돌 유적지만 가 보는것이 훨씬 나을듯 하다. 아니면 그냥 관람료 자체를 박물관 관람료가 아니라 '고인돌 유적 관람료'로 개명한다면 조금은 배신감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박물관은 비추지만 고인돌 유적의 규모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고인돌 박물관 건물을 중심으로 사위에 고인돌 유적이 펼쳐져 있다. 특히 냇가를 넘어 반대편 산 아래에 있는 제3코스의 경우 128기의 고인돌이 펼쳐져 있어 규모가 엄청나다. 예전에는 그저 도로가 산비탈에 위치한 유적이었음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그 길을 모두 막아 정해진 입구인 박물관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게 바뀐듯 했다. 덕분에 제3코스 유적군으로 가려면 걸어서 가거나 추가 요금을 내고 코끼리 열차류의 운송수단을 이용해야만 하는데, 박물관을 보고 실망한 우리에게는 아쉽게도 그럴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비까지 내리는데 걸어갈 힘은 없었고, 열차 요금을 지불하기에는 박물관에서 얻은 배신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규모가 작은 고인돌을 택해 관람했다. 1코스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감흥이 덜했다. 저 멀리 있는 제3코스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박물관에 가는 대신 제3코스의 유적군을 돌아보고 싶다. 지나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고인돌을 지나고서는 한참을 달렸다. 담양까지 직행했기 때문이다. 메타세콰이어길을 먼저 보기로 했는데 네비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죽녹원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달렸는데, 이 네비가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지 않는 다른 빠르고 넓은 길을 알려주는 덕에 한참을 헤매야 했다. 그래도 이곳 담양은 몇년전에 한 번 와본터라 대충은 기억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접하는 법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순창에서 담양 방면으로 이어진 24번 국도를 차로 달리는 법이다. 좁은 2차선 도로 주위로 빽빽하게 들어선 메타세콰이어길을 달리다 보면 운전은 저절로 즐거워진다. 풍경 또한 아름다워 마치 컴퓨터의 '윈도우 운영체제 배경화면'으로 쓰고싶을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은 이 도로가 차량 이동량에 비해 길이 좁은 탓인지 근래들어 24번 국도를 새로 냈기에, 자칫하면 왕복4차선의 큰 도로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옛길을 잘 찾아야 한다.

 

 

두 번째 메타세콰이어길을 접하는 방법은 담양시가 조성해 놓은 메타세콰이어길 관광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차는 주차장에 세우고 메타세콰이어가 벽을 이루는 흙길을 걸을 수 있다. 원래는 입장료가 없었는데 최근 나무 관리를 좀 더 잘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입장료가 생겼다. 가격은 천원 가량인데, 메타세콰이어를 더 심고 더 잘 관리하겠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무언가 담양군의 장삿속도 보여 한 편으로 씁쓸했다.

 

일전의 담양 방문으로 죽녹원도 두 번째인 셈인데, 비가 많이 내리는 탓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이런 곳은 오랜 시간 머물며 휴식과 명상(혹은 잡생각)을 해야 좋은 곳인데, 비가 와서 앉을 곳도 없었고 주말도 겹친 탓에 사람은 또 너무 많았다. 사람이 많아서 좋은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은 그 반대다. 그래서 주말여행은 괴롭다. 특히나 최근 방송을 한 번 탄적이 있는 곳으로 간 주말여행이라면 더더욱. 습도도 높아 몸도 찝찝한터에 땀까지 흘리니 기분이 상쾌할리 없었다. 때문에 예전 유홍준 선생의 책에서 보았던 '대나무는 비오면 우죽, 눈오면 설죽, 바람불면 풍죽이라 부른다'는 것을 푸딩에게 말해 보았으나 귀에 들어갈리가.

 

죽녹원에 오르기 전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햄버거를 사먹었다. 편의점 이름이 '컬투편의점'인데 진짜 컬투 사진이 붙어 있다. 체인점인것은 같은데 다른데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컬투 중 한명 고향이 담양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튼 이곳은 일반적인 다른 편의점과는 달리 정가가 붙어 있지 않아 곤혹스러운데, 나중에 계산을 할 때 보면 일반 편의점 보다 더 비싸 무언가 괘씸하다. 차라리 국수를 먹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을 따져보니 비슷했던 것이다. 검색을 해보니 죽녹원 앞은 국수거리로 유명했다. 어쩐지 국수집이 많더라니. 무식하면 배도 곪는 법인가 보다.

 

 

죽녹원 앞 국수집과 더불어 하나 더 다짐이 있다면 다음번 방문에는 관방제림을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관방제림은 400년의 역사를 가진 담양천 북쪽 제방에 조성된 숲이다.  홍수를 막기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푸조나무가 주를 이루며 그 길이는 2킬로미터 남짓이다. 자전거도 대여해주니 그것을 타고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 그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만이 아니길 빌 뿐이다. 

 

 

담양읍 근처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담양이 고향인 동생에게 문자를 넣어보니 이곳에는 정자가 많단다. 그래서 무작정 읍내를 떠나 시골길을 달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정자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혹여 정자가 있어도 너무 눈에 띄기 쉬운곳에 있어 쉽사리 텐트를 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근처 몇군데의 초등학교나 분교도 가봤다. 비가 내리고 있는터라 운동장은 이미 물바다가 되어 있었고, 학교 건물입구 현관 아래에 지붕이 있는 좁은 터가 있었지만 텐트를 칠 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비가 내리면 잠자리 선택이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결국 마음에 드는 정자를 발견했다. 봉산면 연동마을 정자였다. 무려 정자가 2개나 있었으며 한군데에는 TV에 선풍기에 콘센트에 형광등까지 달려 있었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비교적 허름하고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바닥이 대나무살로 되어 있어 여름에는 최고일것 같은 곳이었다. 처마도 넓어 비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은 간만에 정자에서 편한 밤을 기대할 수 있을것 같았다.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너무 먹어온지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고 했다. 메뉴는 담양에 왔으니 당연히 떡갈비. 담양이 고향이었던 동생이 추천해 준 집으로 갔다. 오늘의 잠자리와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였다. 상호명은 담양애꽃. 읍내와는 다소 떨어진 대로변에 있는 이 식당은 비가 쏟아지는 날씨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입구에 주차를 유도해주는 직원분이 계신 것으로 보아 유명한 집임을 실감했다.

 

큰 상을 가득 채운 갖가지 반찬과 맛의 정갈함, 그리고 도톰하여 맛난 떡갈비에 우리는 행복해졌다. 가격도 생각보다는 저렴하다고 느꼈다. 워낙 푸짐하게 나왔고 가게 자체도 깔끔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담양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식당이다. 이번 24일간의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과 식당이라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이곳을 뽑겠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푸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