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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채우는 여행

호주 쉐어룸의 밤

by 막둥씨 2012. 9. 5.

처음 낯선 이국땅에 도착하면 대부분 백팩커스에 짐을 푼다. 하지만 이내 쉐어룸이라고 하는 주거형태를 이용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워홀러(워킹홀리데이를 온 여행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이다. 백팩커스 보다 가격인 싼 쉐어룸은, 일반 가정집의 방을 몇명이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주로 크기에 따라 2~3명이 한 개의 방을 공유(쉐어룸)하는데, 때에 따라 거실에서도 사람이 살기도 하며 극악한 상황에서는 베란다에서도 잔다는 소문도 들은 바 있다.

 

 

어쨋든 보웬이라는 토마토가 유명한 농장지대에서 오래 머물렀다. 역시나 나도 쉐어룸을 이용했고 방이 아닌 거실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살았다. 방은 총 3개였고 6명이 나눠살고 있었으니 이 집엔 총 9명정도가 살고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모두가 잠든 어느날 밤중에 일어났다. 느닷없이 현관문이 열렸고 경찰관들이 신발을 신은 채 플래쉬 불빛을 여기저기 비추며 어두운 집안으로 난입한 것이다. 얼굴을 비추는 플래쉬 불빛과 경관들 목소리에 방에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거실에서 자고있는 동료들은 깰 줄 알았는데 아무도 깨지 않았다. 나는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눈을 질끔 감고 자는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경관이 속삭였다.

 

"Oh.. This is a share house."

 

마치 불법 체류자가 된 기분이었다. 한밤중 갑작스레 이민국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잡혀간 사람들이 강제추방 당하는 그런 상황들 말이다. 그 상황에서 철저히 나는는 소수자였고 이 땅에의 낯선 이방인이었다. 괜시리 서럽기까지 했다.

 

다행이 연행은 없었고 이튿날 아침이 찾아왔다. 귀가 밝아 깼던 나는 다시 잘 수 있엇는데, 경관들은 조용히 돌아갔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같이 산지 얼마 안된, 방에 짐을 푼 여행자들이 - 음주운전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다인지 어쨋든 - 경찰을 만났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당했는데 여권도 운전면허증도 모두 집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집으로 신분증을 가지러 왔고 경찰관이 동행했던 것이다. 그들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것은 급작스런 난입이 아니라 서구의 생활양식 때문이었다. 당시엔 그 생각이 안들어 습격을 받은것만 같았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집에 사는 것은 소방법상 불법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살려면 일반 가정집과는 다른 특별한 관리와 신고가 필요할 것은 같았다. 경찰관들이 들이닥친 덕분에 이 집엔 몇주 뒤 조사관(inspector)이 다녀갔다.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조사관이다.

 

그날 밤의 경험은 잊지 못할 성질의 것이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서럽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주노동자가 되어 보니 공감이 되었달까. 게다가 호주는 한국에 비하면 양반일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곳도 인종차별이 있다지만 한국만큼은 아닐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못살았던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낯선 외국땅에서 많은 괄시와 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갑'의 입장이 되니 그때의 악몽을 다 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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