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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가라앉는 도시, 싱크홀의 정체는?

by 막둥씨 2014. 10. 2.

2012년 2월 18일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장 지반이 무너지며 생긴 싱크홀 사진 인천서부소방서

싱크홀이란?

싱크홀(Sink hole)을 정의하기 전에 먼저 동공(洞空)을 알아야 한다. 동공은 땅속의 빈 공간으로, 주로 지하수의 작용으로 발생한다. 암반층의 경우 물에 의해 점차 용해되는 용식작용으로 생기고, 토사층의 경우 지하수의 흐름에 따른 토사유출 등으로 발생한다.

싱크홀은 이런 땅속의 동공이 붕괴하여 지표에 생긴 구멍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 포트홀(Pot hole)은 도로의 포장 등이 패이거나 움푹 들어간 곳을 지칭하는 용어로 지반 자체가 침하된 싱크홀과는 다르다.


얼마나 많이 발생하나?

싱크홀에 대한 기준이나 정의가 정부부처 간 다르고 모호한 탓에 얼마나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서울시가 김영주 의원에 제공한 싱크홀 사고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총 42건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싱크홀은 상수, 하수관 등의 지하매설물의 누수, 기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공동을 지칭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29일 서울시는 도로함몰 원인조사•특별관리 대책 발표를 통해 자연적인 싱크홀만을 ‘싱크홀’로 정의하는 소극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인위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지반함몰’로 정의, ‘싱크홀’과 분리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자료를 보면 상하수관 손상이나 인접 굴착공사 등으로 발생하는 도로함몰의 경우 서울시 내에서만 매년 400건에서 많게는 800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디까지를 싱크홀로 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서울시가 싱크홀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이유는 정확한 문제 진단과 시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떤 원인으로 생긴 구멍이건 둘 다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건 매한가지이기에 대중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조차 굳이 자연적인 원인과 인공적인 원인을 분리하여 후자를 싱크홀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런 시도가 싱크홀에 대한 논란을 축소하기 위한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석촌 지하차도의 싱크홀과 동공의 원인은?

지난 8월 5일 서울시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출구에서 폭 2.5미터, 길이 7~15미터, 깊이 10미터의 거대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원인을 먼저 분석해야 했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발생 3시간 만에 구멍을 흙으로 메워버렸고, 사고 원인이 하수도 박스의 결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흙으로 메운 자리는 다시 주저앉았고, 결국 재조사 끝에야 지하차도 아래에서 무려 80미터 길이의 동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동공이 추가로 나타나 8월말 기준 총 6개의 동공이 발견된 상태다.

이후 서울시는 민간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도로함몰과 동공의 원인으로 지하철 공사(9호선 919공구)를 지목했다. 해당 공사지역은 한강과 근접해 있어 무너지기 쉬운 모래·자갈의 연약지층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중 토사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또 충분히 지반 보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전문가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KBS 『취재파일K』와의 인터뷰에서 “신중하게 공사를 했어야 되는데 그냥 평상시에 하듯이 하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본다.”면서 “복합 단면 같은 경우는 위에는 연약지반이다. 연약 지반을 견고하게 해놓고 터널을 파야 뒤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측은 “서울시의 의견을 존중한다”고만 할 뿐 직접적으로 부실시공 잘못을 시인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석촌호수 주변과 제2롯데월드는 안전하나?

대규모 싱크홀과 동공의 발견으로 사회적 관심이 쏠리긴 했지만, 사실 도로꺼짐 현상에 대한 의혹은 지난 6월부터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고 있는 석촌호수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송파구는 모두 상하수관 파손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하수위의 변화 등으로 생긴 동공으로 싱크홀이 발생하는 만큼, 몇 년 전부터 발생한 석촌호수의 갑작스러운 수위변화는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에 충분해 보인다.

현재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공사와 석촌호수 수위저하는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땅파기 공사를 완료한 시점부터 석촌호수 물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은 충분히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롯데 측은 석촌호수 물은 3급수지만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유출되는 물은 2급수라며 석촌호수 수위저하와 공사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12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수질분석 결과 석촌호수 물과 제2롯데월드 지하에서 나오는 물의 동위원소 성분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롯데월드를 서둘러 개장할 게 아니라 우선 일대의 종합적이고 정밀한 안전진단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싱크홀이 나타나거나 큰 위험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싱크홀의 위험을 사전에 피할 방법은 없나?

경기개발연구원은 「도시를 삼키는 싱크홀, 원인과 대책」에서 싱크홀 발생 징후를 다음의 8가지로 요약했다.

1. 건축물의 기초벽체에 금이 생기는 현상

2. 창문이나 방문틀 모서리 부분에 금이 생기는 현상

3. 건물 바닥이나 건물 진입로 바닥에 금이 생기거나 바닥의 수평이 어긋나는 현상

4. 바닥이 움푹 들어간 곳이 생기는 현상

5. 건축물 기초구조물 부분에 이슬이 맺히거나 젖어있는 공간이 발생하는 경우

6. 천장이나 지붕에 누수가 되는 경우

7. 벽면의 못 등이 튀어나오는 경우

8. 창문이나 방문이 삐걱거리고 잘 안 열리고 닫히는 경우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싱크홀이 발생하는 시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90퍼센트 이상이 인공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도시의 싱크홀과 동공의 경우 철저한 관리를 통해 사전에 예방하고 탐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싱크홀, 대책은?

당장은 노후한 상하수도와 지하수 관리 그리고 각종 공사현장에 대한 정확한 감독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관 평균 누수율은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가 하면, 수도관 연간 교체율은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한 서울시를 기준으로 보면 도로가 함몰되는 원인의 90퍼센트 가량이 하수관 손상이어서 상하수도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땅속 지도를 만들고 싱크홀이나 도로함몰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그간 종합적인 관리 없이 이루어진 지하 난개발을 멈추고 취약지점에 대해 집중적인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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