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이 발표된 지 8년, 주민들이 본격적인 반대에 나선 지 7년 만에 드디어 가로림만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지난 10월 6일 가로림만 조력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것이다. 이는 2012년 4월 이후 두 번째 반려로 갯벌 매립을 위한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만료 시한이 올해 11월 17일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업은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밝힌 반려 사유는 가로림만 갯벌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했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점박이물범의 서식지 훼손을 막는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연안습지, 사주 등 특이지형에 대한 조사 및 보전대책과 갯벌 기능변화 예측이 미비하고 보완요구사항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환경부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 충청남도, 서산시, 태안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관계기관 및 연구기관과 해양분야 전문가 등도 가로림만 갯벌 면적이 감소하고 해수 교환율 감소로 수질이 악화되며, 점박이물범,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훼손되고 어업권에 피해가 가는 등의 이유로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사업 추진 자체가 무리였던 셈이다.
이번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사실상 사업이 백지화되자 가로림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그간 반대활동을 해온 어민들은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된 다음날인 10월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동네의 평범한 어민들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밝히면서 “문제는 이제부터다. 8년간 이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과 지역공동체는 찬반으로 나누어 대립하여 왔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으로 화합의 물꼬가 터졌다고 보며, 우리는 오늘부로 조력발전 사업에 찬성했던 주민들과 조건 없이 만나서 가로림만을 보전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다.”라고 밝히며 그간 반목과 갈등이 심했던 지역 공동체 회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생업을 제쳐놓고 가로림만 지킴이를 자처해온 박정섭 위원장도 “가로림만에서 생업을 영위해 온 어민들에게는 너무나 기쁜 소식”이라며 각지에서 노력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했다.
8년 만에 평화가 깃든 가로림만, 가을볕 아래 빛나는 바다와 드넓은 갯벌 위로 선선한 바닷바람 불어간다. 이 풍경 어디선가는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이 노닐 테고 또 어부는 보물 가득한 바다와 갯벌로부터 생활의 근간을 얻을 터다. 부디 이 모습 길이길이 간직되길. 아마 가로림만을 찾은 적 있는 이라면 누구나 염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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