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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500년 vs 3일, 가리왕산 원시림의 비극

by 막둥씨 2014. 11. 7.

고작 3일짜리 스키 경기를 위해 500년 된 가리왕산의 원시림이 잘려나갔다.


강원도 평창과 정선에 걸쳐 뻗어있는 전형적인 육산 가리왕산은 14세기 후반 조선왕조시기 왕명으로 벌목을 금지하는 봉산(封山)으로 지정된 이래 꾸준히 보호받아 왔으며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리왕산에서 2018년 동계 올림픽 스키장 건설을 위해 잘려야 하는 나무는 무려 5만8516그루. 그러나 강원도가 복원계획을 밝히며 이식하겠다고 한 나무는 고작 181그루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왕사스레나무 자생군락지이자 남한 최대의 개벚지나무 자생군락지이며 국내 최고령 신갈나무가 자라고 있는 가리왕산. 이번에 잘려 나가는 5만8516그루 중 강원도가 이식하겠다는 181그루는 대부분 어린 나무인데 아름드리 노거수는 이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한다. 결국, 필요에 의해 ‘이식해야 하는 나무’가 아니라 그저 ‘기술적으로 이식이 가능한 나무’를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진정 3일짜리 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을 파헤쳤어야 했을까? 기존의 시설물을 사용하는 등 대안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얼마 전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던 평창과 강원도의 두 얼굴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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