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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길냥이를 부탁해도 될까요?

강동구에서 만난 길고양이

“도시 생태의 일부다.”,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이다.” 길고양이(길냥이) 보호를 위한 동물 애호가들의 온정 섞인 호소와 행동들이 심심찮게 TV와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곤 하지만, 아직 길고양이를 냉대하는 뭇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 다음카카오가 서울시와 함께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

‘길냥이를 부탁해’는 온라인 지도상에 동물 병원과 길고양이 쉼터 정보를 표시하고, 불법포획이나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신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길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또한,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시민들인 캣맘, 캣대디들의 소통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되며, 길고양이 보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의 장도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의도와는 달리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캣맘들의 신상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잔인한 동물학대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사람들이 길고양이 지도가 자칫 동물 학대범들에게 길고양이의 서식지 및 활동영역을 알려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길고양이나 반려동물과 관련한 끔찍한 희생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당장 동물보호단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신고 사례들만 찾아보아도 쥐약이나 살충제를 섞은 먹이로 길고양이를 독살하는 것은 예사고 간혹 둔기나 날카로운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비슷한 수법의 학대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기도 하는 점은 동일범의 계획적인 범행을 짐작케 한다. 이런 이유로 길고양이 지도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 서비스가 ‘길고양이 살생부’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프로젝트를 당장 중단해 달라며 반대를 하고 있다. 자신을 학생 캣맘이라 밝힌 한 네티즌은 “길고양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및 태도에 아무런 변화도 없고 심지어 동물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조차 이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지적하며 반대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길고양이 인식 향상에 필요해

그럼에도 다른 많은 캣맘들은 이번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길고양이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의 가장 큰 난관은 고양이 포획업자도 학대범들도 아닌 일반 시민들의 냉대와 무관심 혹은 잘못된 상식과 생명권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캣맘에 대한 싸늘한 시선뿐만 아니라 법 제도의 제정과 집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준비과정에 참여해온 고양이보호협회의 관계자는 그간 수많은 동물 학대를 고발했지만 매번 돌아오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관계기관에 항의하자 “아직 대한민국 인식에 있어 일반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너무 과한 실제 구속 판결은 시기적 이질감을 줄 수 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번 서비스에 대한 논란에 부친 글에서 털어놨다. 국민 전체의 의식 향상과 공감대 형성이 없다면, 동물권을 보장하는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현재 마련되어 있는 제도적 장치마저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였다.

또한, 비슷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캣맘들을 엮고 홀로 활동하는 캣맘들에게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실제 홀로 활동하는 캣맘들이 잘못된 형태로 길고양이 밥을 제공해 이웃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많으며, 홀로 활동하다 이사를 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밥 주기를 중단했을 시 이미 길든 고양이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생존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 화면 캡쳐


아직 조심스레 지켜봐야

우여곡절 끝에 ‘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의 막이 올랐다. 우려하는 쪽도 기대하는 쪽도 그들의 주장은 여전하다. 하지만 서울시와 다음카카오는 캣맘 및 일반 시민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서비스를 수정·보완할 예정이며, 혹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난다면 운영을 중단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는 조심스레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 인간과 길고양이 모두를 위한 길이지 않을까? 지금 주저앉는다면 길고양이 생명권에 대한 이해는 앞으로도 여전히 캣맘들만의 영역 혹은 일부 별난 사람들의 주장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도 그런 사회를 바라진 않는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