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by Spaceaero2 via wikipedia
지난해 11월 초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의 개체수가 858마리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관측 열흘 만에 이미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석 달 가량 지속되는 철새 이동 기간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순천만의 흑두루미는 1999년 80마리가 관측된 이래 2009년 350마리로 증가했던 폭이 지난 4년간은 500마리에서 무려 900마리 가까이 뛰어오른 상태입니다. 이런 현상은 서산시 천수만도 비슷한 상황으로, 지난해 3월 천수만 일대에서 관측된 흑두루미 수는 최대 2451마리로 2009년 먹이 나눠주기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이들 지역에 흑두루미가 늘어난 이유로 구미 해평 습지 등 4대강사업으로 인한 철새 보금자리 훼손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흑두루미는 매년 휴식을 취하던 기존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본디 낙동강을 지났던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가 서해안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하지만 순천만 등의 지역에도 수용 한계가 있어 결국 서식지 부족으로 인한 흑두루미의 생존 위협은 매우 큰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2013년 한해에만 45종 1만5551마리의 철새가 이용한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의 경우 재두루미들이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가 주남저수지의 수위를 높게 관리하는 탓에 재두루미들이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보금자리인 갈대섬 모래톱이 물에 잠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철원평야를 떠나 남쪽의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 백여 마리는 갈대섬 주변 상공을 선회하다 결국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주남저수지 수위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봄철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입니다. 가뭄이 들지 않으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수위를 낮추었다가 농사에 쓸 물이 부족해지면 낙동강의 물을 끌어다 써야 하는데 그 비용이 3000만 원 정도라 합니다. 현재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에서 재두루미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으로 멸종위기 재두루미에게 꿀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소박함 꿈 들어주실 건가요?
'산문 > 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전지로 도시 광부 선언! (0) | 2015.02.03 |
---|---|
핵사고가 터졌다, 진료받을 수 있을까? (0) | 2015.02.03 |
“천사 엄마가 되어주세요” :: 천기저귀 세탁하는 사회적기업 송지 (0) | 2015.01.07 |
길냥이를 부탁해도 될까요? (0) | 2015.01.06 |
흙집에 살다 :: 흙집의 종류와 장단점 (0) | 2014.11.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