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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친해짐

by 막둥씨 2010. 11. 3.
 마음의 여유가 없어 말로만 늘 "해야지"하던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무슨 경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은 운동이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첫 날 한 시간 가량 탁구채를 쥐고 열심히 치다 보니 중지손가락이 쓰라려 살펴보았더니 살이 까져 있었다. 생각해 보니 최근 쳐본지도 6년이나 흘렀고, 또 이 탁구채도 손에 익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 며칠간 친해짐에 대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며 친해지고 또 교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교적 타의적인 혹은 수동적으로 만난 연이었다. 학교에서 만나든 직장에서 만나든 어떤 모임에서 만나든, 실제로 그 '사람'을 목적으로가 아닌 공동체가 선행되어 그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이런 친해짐을 의식하고 능동적으로 만들어보려 하니 굉장히 힘들며 뜻 대로 되지 않았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배타적이다. 공동체나 공동의 목적이 선행된다면 비교적 적극적이 되겠지만, 이를 떠난다면 자연스럽게 배타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친해지기 어렵다. 사람에게 가장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사람이고 그래서 두려워 하는 것도 사람인 것이다. 이는 가장 믿지 못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모르는 것은 두려운 법이다.

 다시, 나는 너를 모른다. 그리고 너도 나를 모른다. 

 두려운가? 더 지켜보겠다. 물론 탁구도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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