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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안녕 UFO, 나는 유에프오를 볼 수 있을까?

by 막둥씨 2014. 2. 26.

시작은 최근의 한 기사에서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평구 박사 연구팀이 2007년부터 2년간 45차례에 걸쳐 대전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 대기먼지)를 분석해 중금속 원소들의 화학적 함량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평구 박사? 평구....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약간은 촌스러운 이름. 아, 어디서 들었더라? 곧 나는 어렵지 않게 영화 <안녕! UFO>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극 중 박상현(배우 김범수)은 여주인공인 최경우(고 이은주)가 이름을 묻자 머뭇거리다 주위의 ‘은평구’라는 글귀를 보고 자신의 이름을 평구라 말한다. 박평구. 여주인공 최경우는 이름이 부끄러워서 그랬냐고 괜찮다고 다독인다.

이 영화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여성과 연애에는 숙맥인 버스 운전기사 청년이 마음을 열고 정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중 나는 여주인공 최경우에게 관심이 갔다. 그녀는 아픔이 있다.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럼에도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고, 홀로 서기 위해 노력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장애를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물론 쉽지 않다. 상현의 관심과 도움이 때로는 또 다른 기댐과 의존이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특히 한 번 의존했다가 버림받은 경우여서 더욱... 하지만 세상은, 결국, 홀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지난 2월 22일로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9년이다. 9년! 세상에나! 처음 그녀가 떠나고 나는 몇 년 동안 그녀의 기일을 기억했고, 나만의 공간에 글을 썼었다. 그러다 언제쯤부턴가 잊고 지냈다. 사는 게 다 그렇듯이. 그런데 오늘 엄한 초미세먼지 기사에서 나는 사고의 확장을 통해 그녀를 떠올렸다.

곧 10년간 정들었던 대학로를 떠나 은평구로 이사를 한다. 연신내역 근처다. 위에서 밝혔듯 뜻하지 않게 몇 가지가 떠올랐던 터라, 나는 영화 <안녕! UFO>를 오랜만에 다시 감상했다. 버스운전기사인 남자주인공 박상현(혹은 박평구)이 몰던 버스 제일여객 154번(실존회사 실존번호였다고 함)은 구파발이 종점이었다. 차내 앞유리에도 연신내라고 쓰여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이곳 종점 마을은 어디일까? 아직도 존재하는 마을일까? 어쩌면 재개발로 이제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마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후 찾아보고 한 번 들러 보고 싶다. 혹여나 UFO를 볼런지도 모른다.


댓글2

  • 소낙비내리는날 2022.07.20 14:44

    안녕하세요.
    저도 안녕유에프오가 제 인생 최애 영화입니다.
    가끔씩 우울하거나 기분 전환하고 싶거나 여튼 그럴때 찾아서 다시 보는 그런 영화죠.
    그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 또 계셨군요^^
    위 포스트는 무려 8년전에 작성하신 글인 것을 보면.. 더더욱이요.
    안타깝게 안녕유에프오 촬영지는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아예 흔적을 찾을 수 조차 없어요.
    2005년, 2006년만 하더라도 가끔 촬영지에 가서 캔커피를 마시면서 걷고 그랬었는데ㅠㅠ
    지금은 아예 진짜 여기가 영화속에 나온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안타깝게.. 저 역시 아직 유에프오를 못봤어요ㅠㅠ

    그럼 참 반가운 글을 보고 몇글자 남깁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이은주 배우님을 추모하며....
    답글

    • BlogIcon 풀숲 2022.07.27 23:20

      세상에나.

      비공개는 아니지만, 다락방 먼지앉은 상자 그리고 그 속의 잊고 지낸 오래된 일기장 같은 공간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몇달에 한번정도 들추어보는 곳인데, 사람의 흔적이 있어 정말 놀랐습니다.

      포스팅을 한지가 8년이니, 영화는 20년은 되었을 것 같습니다. 20년의 시간이 흐르며 영화도 잊혀지고 영화 속 장소도 이제 사라져버렸겠지만(전 결국 가보진 못했습니다),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우리들에게 전달했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고스란이 녹아들어 새로운 의미가 재창조된 실재공간(원형은 사라졌지만)은 여전히 우리 속에 남아있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기억하는 한, 형태는 바뀔지언정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겨주신 글 덕분에 앞만보며 살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