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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배탈이 난 아침 일찍 깨어 쓰는 잡설

by 막둥씨 2011. 7. 17.

마지막 장맛비가 한창이었던 어제
서점에서 나와 걸은 청계천가에서 만난 나리


1.
 얼마전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 돌고래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돌고래를 그렇게 지척에서 볼 수 있는곳에 국내에 있단는 것을 몰랐기에 엄청 신기했으나 이내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수족관에 갇힌 사진을 보며 민감한 동물인 돌고래를 저렇게 가둬 놓고 관람용으로 혹은 돌고래쇼 용으로 키워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반문이 든 것이다.

 돌고래쇼에 출연하는 돌고래는 모두 야생의 바다에서 잡혀 길들여진 멸종위기종이라 한다. 지난 14일 해양경찰청이 적발해 알려진 불법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려 잡힘) 남방큰돌고래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과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12마리가 공연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수산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허아무개(52)씨는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어민에게 사들여 서울대공원에 팔았다. 특히 국내에 있는 큰돌고래 가운데 12마리(과천 서울대공원 2마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3마리, 제주 마린파크 7마리)는 잔혹한 포경방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사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에서 2000 마리의 돌고래를 후미진 곳으로 몰아 작살로 찔러 죽이거나, 공연용으로 산 채로 잡아들이는 끔찍한 장면을 연출한 바로 그곳이다. (<한겨레> 7월 15일자 참고)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키워지는 돌고래의 치사율은 야생의 2배라고 한다. 돌고래 수족관을 없애고 있는 유럽의 추세를 눈여겨 볼 만하다. (그런데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아직....)


2.
 <철수 사용 설명서>. 간만에 들른 서점에서(비록 문구류나 악세사리를 주로 구경했지만...) 눈에 띤 이 책에서의 철수는 내가 생각한 그 '철수'가 아니었다. 작가 박범신이 교직생활에 있으며 문단으로 내보낸 마지막 제자의 작품인 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평균적 청년인 철수의 스물아홉 살 삶을 가전제품 사용설명서 형식으로 전한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하지 못하는 철수의 이야기.

 이 책을 소개한 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그가 보기에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은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것이었는데도 언제부턴가 그 기준에 맞춰 입사하는 이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고, 어느새 그게 표준으로 자리잡는다.(그러나 "그게 진짜 표준이기는 한 걸까") 그러다 보니 그에 미치지 못하는 스펙의 소유자인 철수는 자연스레 루저로 분류되기에 이른다. 평범과 표준을 열등과 미달로 간주하는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소설인것 같다. 인간의 물화(物化)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던져주는듯 하다. 혹 주위분들이 이 소설을 읽게 되면 그 소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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