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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설득 하는 사랑, 설득 당하는 사랑

by 막둥씨 2011. 5. 12.

 어제 있었던 일이다. 지인들과 저녁으로 고기를 먹는데 테이블 옆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 밖으로  재미있는 풍경이 벌어졌다. 한 커플이 맞은편 건물 앞에서 몇분동안 부둥켜 안고 꼼지락 거리고 있는 것이다. 보아하니 둘다 취한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하필 그 맞은편 건물이 모텔이었다. 수많은 건물 구석 중 하필 저 건물 앞에서라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싶었다.

 어쨋든 남자가 여자에게 뭐라 계속 말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수 분이 흐른 뒤 갑자기 이 두 남녀가 모텔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금새 여자가 뛰다싶이 하며 밖으로 나왔고 남자도 뒤따라 나왔다. 다시 건물 앞. 남자는 계속 뭐라 여자에게 말했지만 결국 이 둘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섯은 이 모든 광경을 조금이라도 놓칠새라 집중해서 보았다. 슬픈(?) 일이었지만, 3자의 입장에서 보니 꽤나 재미있는 풍경이었던 것이다. 사실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들의 상황을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과 그 밖의 상황을 종합해 볼때 그 추측은 꽤 신빙성이 있으리라.

 그렇게 그날 밤이 지나가고 다음날인 오늘 아침. 잠에 깨어 인터넷을 하다가 때 마침 재미있는 조사결과를 발견했다. 출처가 불분명해 진정성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수긍은 가는 조사결과였다. 이름하여 '첫경험을 하게 되는 요인'.

 남자의 경우는 술김에(34.2%), 사랑해서 (27.5%), 그냥 하고 싶어서(18%), 생일 같은 특별한 분위기(10%), 여행 (5.3%) 등의 순이었다. '사랑해서'가 생각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여자의 경우인데 상대방의 요구와 설득(22%), 술김에(18%), 특별한 날 분위기(14%), 강압에 의해(10%), 그냥 하고 싶어서 (10%), 사랑해서(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상대방의 요구와 설득', '강압에 의해'를 합치면 무려 32%나 된다.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으면서도 묘하고 또 재미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결과다. 722번 글과 727번 글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두 앞선 글들이 있기에 따로 이야기는 필요 없겠고, 한가지만 부언하자면 남자의 경우 '사랑해서'가 꽤 높은 비율인 이유는 사랑과 성욕구의 구분을 여자보다는 덜 하기 때문일 것 같다. 물론 이는 쉽게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담을 하나 하자면 젊은 커플들이 밖에서 방황 하거나 혹은 심리적으로 꺼리는 모텔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데에는 부동산 문제가 한 몫 한다고 한다. 집값이 너무 비싸 20대의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집에서 독립 할 수 없고 결국 이들은 사랑을 나눌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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